“희망은 눈물로 피어나는 꽃이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0.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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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편의 ‘희망 편지’ 담아 책으로 엮은 서진규 박사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가 부도를 맞아 거리로 내몰린 한 직장인이 책 대여점에서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한다. 1999년 말, 21세기를 눈앞에 둔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직장인의 눈에는 세상이 멈춘 듯했다.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러던 차에 ‘가발 공장에서 하버드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한 권의 책을 읽고 용기를 얻는다.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를 극복하고 하버드 박사까지 된 중년의 여인도 있는데 이 정도에 쓰러진다면 바보가 아니냐며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당시 화제를 일으킨 주인공은 서진규 박사(66)다. 그는 이후로 아무 일 없이 잘 먹고 잘 살았을까.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이리저리 강연에 불려 다니고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살겠지, 그렇게들 생각할 수 있다.

ⓒ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인생만큼 드라마틱한 것은 없다

아니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활동에 매진한 서 박사는 C형 간염 환자가 됐다. 지독히도 긴 치료 기간에 그는 특유의 활력을 잃었고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 ‘희망’을 주제로 활동해온 사람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이라니….

방황하던 서 박사를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독자와 청중의 편지였다. 그의 책을 읽었거나 강연장에서 만났던 이들이 보낸 편지는 모두가 희망의 증거였다. 희망을 갈구하고 노래하는 이들의 편지들을 살펴보면서, 또한 답하기 위해 서 박사는 다시 일어섰다. 우울증에 빠진 자신을 인정하고 희망을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C형 간염을 극복할 수 있었고,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저자와 강연가로 재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쳤다.

서 박사는 자신이 다시 희망을 찾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느낀 진정한 ‘희망의 힘’을 새 책

<희망수업>에 담았다. 자신에게 희망을 전해준 이들에게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어디에선가 희망을 갈구하고 있을 이들에게는 ‘희망의 기적’을 전하기 위해서다.

<희망수업>에 소개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드라마 한 편씩을 본 느낌을 준다. 절망을 딛고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인데,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저자 서진규 박사에게 감동을 받았거나 희망을 갈구하며 자문을 구한 이들이다. 그들 중에는 절망이라는 단어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가질 것 다 가진 이도 있다. 다만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형편이 좋아도 절망하고 죽고 싶어 했던 것이다. 사는 모습이 가지각색이듯 절망하고 삶을 버거워하는 모습 또한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서 박사는 제각각의 인생에 맞는 희망 처방전을 내린다.

“불행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노력을 하는 이유는 그 노력을 통해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어떤 이는 사회적 관점보다는 내 스스로 느끼는 관점에서 행복을 느낀다.”

서 박사는 어설픈 꿈과 설익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호되게 질책한다. 희망은 꿈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사람에게만 그 실체를 드러내는 생명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은 당신의 희망에 생명을 주었나? 당신은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나?”라고 직설적이고 단호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그 사람이 진실한 희망과 마주하고 희망을 실현하길 원하는 진실한 충고다.

<희망수업>에는 여섯 개의 상자에서 길어 올린 600통의 희망 편지가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직접 언급된 61개 사연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살아 있는 희망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저자인 서 박사가 그 사연을 하나로 그러모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바로 저자에게 편지를 보낸 주인공들이다.

여섯 명 자녀의 도시락을 챙기면서 7년간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한 어머니, 여고생임에도 신문 배달을 하며 집안을 건사하고 국제회의 기획사의 꿈을 키워 이뤄낸 소녀, 공사판에서 일하면서도 자식의 모범이 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끊고 공부하는 아버지….

“일상 바꾸고 태도 고치면 희망 보일 것”

책에 담긴 61명의 사연은 하나하나가 희망을 담고 있는 소중한 희망 홀씨였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희망을 마법이나 성공의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생각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했지만 사연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절실했다. 어떻게든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희망을 꽃피우고자 했던 이들의 부름에 서 박사는 응답했다. 그들은 자신의 사연이 ‘희망의 상징’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에 힘입어 자신의 희망을 가꿔 결실을 맺었다.

“꿈이 생명을 담으면 희망이 된다. 그리고 희망은 생명을 존속시키는 유일한 자양분이 된다. 또한 그 어떤 희망도 생명이라는 그릇이 없으면 담을 수가 없다. 희망이 희망답게 희망으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지니려면 당신이 ‘당신 안의 희망’에 생명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피어난 희망과 마주했을 때 생명의 기쁨과 희망의 온전한 가치가 내 것이 된다. 그리고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희망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이며, 그 생명을 어떻게 가꿔나갈지 무엇으로 키워나갈지는 각자의 선택이고 몫이라는 것이다. 서 박사에게 책을 접할 수 없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간단한 조언 한 가지를 부탁했다.

“지금 사는 게 힘들다면 일상을 바꿔야 한다.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당장 세상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니 내 눈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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