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결혼, 대권 도전 위한 포석?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4.10.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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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와 인권변호사 아말 알라무딘 부부 워싱턴 주목

미국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섹시남이라면 조지 클루니(53)를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여성 편력이 증명하듯 공식적인 연인 타이틀을 단 여성만도 10명이 넘는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결혼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1989년 다섯 살 연하인 영화배우 탤리어 밸섬과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후 클루니는 모델 등 수많은 여성을 사귀었고 호사가들은 “그가 결혼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루니 자신도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말해왔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은 열일곱 살 연하인 아말 알라무딘(36)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깨졌다. 9월2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파파도폴리 궁전 내에 있는 7성급 호텔 아만 카날 그란데에서 클루니와 알라무딘의 결혼식이 열렸다. 클루니의 두 번째 웨딩이었다.

9월2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린 조지 클루니-아말 알라무딘 부부. ⓒ AP연합

클루니와 알라무딘의 공통분모는 ‘인권’

이날 결혼식에서 이들은 잉꼬 부부 이상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알라무딘의 절친한 친구는 “알라무딘은 늘 완벽한 남성을 찾고 있었지만 클루니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을 자랑 삼아 했다”고 말했다. 알라무딘은 클루니를 만난 뒤 담배를 끊고 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등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한다. 

영어와 아랍어 그리고 불어 등 3개 언어를 구사하며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에 능통한 변호사로 알려진 알라무딘은 1978년 레바논에서 학자 출신의 아버지와 언론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두 살이 되던 해인 1980년 레바논 내전이 극에 달했는데 이때 알라무딘의 부모는 영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사실 레바논은 그의 출생지일 뿐 사실상의 조국은 영국이나 다름없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사를 마친 후 2001년 미국 뉴욕 대학(NYU) 로스쿨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법률 활동을 시작했다. 뉴욕 대학을 졸업한 뒤 로펌 등에서 근무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유엔 레바논 특별법정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이 시기에 알라무딘은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의 망명 문제를 다루는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율리아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등을 변호해 유명해졌다. 알라무딘은 2010년 영국으로 돌아와서도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을 맡고 유엔 위원회의 멤버로 참여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클루니와 알라무딘.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았던 두 사람의 인연은 ‘인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클루니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은 바람둥이 배우가 아닌 인권운동가다. 그는 수단 다르푸르 분쟁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종 학살을 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 지역 난민 구호 활동에 참여했고, 각종 단체로부터 여러 차례 인권상을 받았다. 2011년부터는 남수단의 분리독립 운동에 참여해 두 차례 수단을 방문했고, 수단 정부군을 비판했다. 워싱턴 주재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런 클루니의 이력은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알라무딘과 일맥상통한다. 상호 공통의 관심사가 공감대가 됐을 것이고 결혼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 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미국 내 연예 매체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간 분석을 내놓고 있다. 클루니가 알라무딘을 선택한 것은 그가 미국 정계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미러’는 지난 5월31일 클루니 측근의 말을 빌려 “클루니는 큰 꿈을 가지고 있고 지금이라도 당장 정계에 진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은 인도주의 활동에 좀 더 치중한 다음 2016년 미국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측근은 “클루니의 공직 출마에 따른 신뢰도 향상에 알라무딘과의 결혼이 도움을 줄 것”이라며 “9월 결혼식을 한 후 본격적으로 미국 정계에 진출할 것이며 2016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전망에 대해선 너무 앞서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자인 클루니는 미국 민주당과 친밀하며 그가 민주당을 선택해 대선 출마를 한다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대결해야 한다. 당장보다는 점진적으로 정계에서 발을 넓힌 뒤 201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래서 더 힘을 얻는다. 공교롭게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클루니처럼 로널드 레이건과 아널드 슈워제네거라는 배우들이 지낸 바 있고 공화당 출신인 레이건은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클루니의 롤 모델이 레이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레이건 행보 밟는 것 아니냐” 전망

클루니의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은 억측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정치를 한다면 알라무딘이라는 배우자가 플러스 요소가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알라무딘이 가지고 있는 국제 인권변호사 위상은 그만큼 훌륭하다. 물론 정치인으로 출발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수단 인종 학살에 대해 인권 차원에서의 관심 외에는 없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비판이 이 영화배우에게 가해지는 이유다.

석유 재벌의 문제점이나 환경·생태계 파괴에 대한 관심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클루니가 추구하는 정책과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이는 드물다. 늘 염문을 뿌리며 연예 매체를 장식했던 이미지가 미국 국민들에게는 더 강렬하다는 것도 그의 한계다. 하지만 이번 결혼이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 강력한 조력자와의 언약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무엇일까. 영화 속 무대의 배우가 아닌 현실 정치 무대의 정치인으로 올라가는 클루니의 모습을 몇 년 후에 보게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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