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백규정 “박세리 언니, 우승 샷 보셨죠?”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0.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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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동갑내기 ‘리틀 세리 키즈’…김민선·고진영·김민지 등 9명 맹활약

국내 그린에 10대 돌풍이 불고 있다. 그것도 1995년생 19세 동갑내기다. ‘리틀 세리 키즈’로 불리는 이들은 무서운 ‘틴에이저’로 탄탄한 체력과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다.

‘세리 키즈’인 1987~88년생 박인비·신지애·최나연·이보미 등 언니들을 능가한다. 세리 키즈는 1998년 박세리(37)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클럽을 손에 쥔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들 못지않게 ‘리틀 세리 키즈’도 쑥쑥 커가고 있다. 국내 여자 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19세 9명의 선수 중 김효주(롯데)·백규정(CJ오쇼핑)·김민선(CJ오쇼핑)·고진영(넵스)·김민지(브리지스톤)·서연정(요진건설)이 주인공이다. 김효주·백규정·김민선은 2012년 터키에서 열린 세계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 우승 주역이다.

ⓒ KLPGA 제공·연합뉴스
김효주와 함께 국가대표를 지낸 백규정·김민선·고진영은 나란히 시드전을 통해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특히 이들 3명은 키가 170cm를 넘는다. 장타력이 일품이다. 이들 3명은 대회 중에는 연습 그린에서 5000원짜리 내기를 하면서 퍼팅 연습을 한다. 실력이 비슷해 누가 따지도 못하고 본전치기만 한다. 고진영·백규정·김민선은 신인상 포인트에서 1~3위, 서연정이 5위, 김민지가 11위에 올라 있다.

김효주·백규정, 다승왕 경쟁 치열

대학에 다니며 미팅이나 할 나이에 이들은 매년 수억 원대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 중심에 김효주가 있다. 스윙이나 외모는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재능을 지닌 에이스다. 전 국가대표 감독 한연희 프로가 특별 조련한 선수다. 그는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4일 경기를 하고 5억원이나 챙겼고, 내년 LPGA 무대에 ‘무혈’ 입성한다. 올 시즌 국내에서 3승을 수확했고 대회 때마다 한 시즌 최다 상금을 기록 중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상금을 150만 달러 이상 벌어들였다. ‘백만장자 여대생(고려대)’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아마추어 시절 프로 무대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고교 2년 때인 2012년 롯데마트여자오픈에 출전해 우승했고 일본으로 건너가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덕에 시드전을 치르지 않고 또래보다 1년 일찍 정규 투어를 밟았다. 데뷔 후 1개월17일 만에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들어 백규정과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효주는 지난 6월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금호타이어오픈에서 연속 우승한 데 이어 한 주 건너뛰고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굵직한 3개 대회에서 6억원이나 챙겼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3번이나 들며 8억1900만원을 획득하고 상금 랭킹 선두에 올랐다. 김효주는 키 166cm에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6.12야드(23위), 페어웨이 안착률 84.05%(12위), 그린 적중률 78.51%(4위), 평균 퍼트 수 30.32개(13위), 평균 타수 70.39타(1위)를 기록 중이다.

김효주의 맞수 백규정. 175cm로 장타가 주무기다. 올 시즌 신인 중 가장 먼저 우승했다. 지난 4월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그것도 장타자 장하나(22)를 상대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두며 신고식을 멋지게 치렀다. 우승 퍼팅을 끝내고 백규정은 한동안 흐느껴 울었다. 우승을 못 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라서다. 

호사다마인가. 이후 2개 대회에서 연속 컷오프. 그 후 6월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에서 승수를 추가했다. 그리고 9월21일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퀸’ 대열에 합류했다. 베테랑 홍란(28·삼천리)과 동타를 이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겼다. 김효주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연장전을 벌여 4개 홀 만에 이긴 후 2번째 연장전이다.

백규정은 지난해만 해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주니어 시절 선두를 다투던 김효주는 일찌감치 데뷔해 우승하며 신데렐라가 됐는데 그는 2, 3부 투어를 전전했다. 첫 출전한 3부 투어에서 23위에 그쳐 상금 24만원을 받았다. 그는 “정신이 확 들었다. 1995년생은 주니어 시절부터 기량이 뛰어나 치열한 그린 싸움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 기량은 날로 견고해졌다. 드림투어에서 우승 2회, 시드 예선과 본선에서 수석 합격했다.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톱10 9회로 상금 4억5356만원을 획득하며 랭킹 4위에 올라 있다. 백규정은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거리 261.5(10위), 페어웨이 안착률 73.70%(110위), 그린적중률 73.09%(21위), 평균 퍼트 수 30.02개(4위), 평균 타수 71.65타(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백규정은 신인상 포인트에서 고진영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선·고진영·김민지 ⓒ KLPGA 제공
고진영, 우승 트로피 예뻐서 골프 시작

신인왕 포인트 선두인 고진영도 지난해에는 2, 3부 투어에서 뛴 선수다. 그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TV에서 세리 언니의 US여자오픈 경기를 보고서 골프를 알게 됐다. 우승 트로피가 예뻐서 골프를 하겠다고 아버지를 졸랐는데 맞는 클럽이 없어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성적이 화려하다. 2012년 은광여고 시절 전국대회인 익성배·호심배·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대회에서 3승을 하며 ‘여자아마계의 지존’으로 군림했다.

2012년 KL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정희원(23)의 캐디를 맡아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정희원은 “고진영의 도움이 컸다. 대성할 선수가 갖춰야 할 강심장을 지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진영은 지난 8월 소속사인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우승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본선에 올랐고 톱10에 12회나 들었다.

170cm의 늘씬한 키에 긍정적인 사고가 강점이다. 그는 골고루 잘한다. 특기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우승 1회에 3억9564만원을 벌어들여 상금 랭킹 6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3야드(41위), 페어웨이 안착률 81.34%(37위), 그린 적중률 71.11%(3위), 평균 퍼트 수 30.68개(33위), 평균 타수 76.49타(10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민선은 아직 우승 기록이 없다. 문턱까지만 갔다. 9월14일 끝난 YTN·볼빅여자오픈에서 아쉽게 2위를 했다. 장기는 장타다. 마음 놓고 때리면 280야드를 훌쩍 넘긴다. 키 175cm에 하체가 견고하다. 몰아치기를 잘한다. 드림투어에서 9언더파 63타를 쳤고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정규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8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우승 없이 톱10에 9번이나 오른 김민선은 드라이브 평균 거리 264.2야드(3위), 페어웨이 안착률 74.05%(106위), 그린 적중률 76.29%(11위), 평균 퍼트 수 30.70개(35위), 평균 타수 71.41타(5위)로 상금 2억2926만원을 획득해 랭킹 13위다. 신인왕 포인트 3위를 마크 중이다.

타이거 우즈도 칭찬한 ‘김민지5’

김민지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칭찬한 선수다.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잘 다져진 기량을 갖고 있다. 시드전에서 차석으로 합격했다. 171cm의 키에 장타가 일품이다. 300야드까지 때린다. 정규 투어에서 뛰는 김민지는 3명, 따라서 ‘김민지3’으로 해야 하지만 3이란 숫자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김민지5’로 불린다. 지난해 드림투어 1차전에서 5언더파로 우승했고 2차전 우승 날짜도 7월5일이다. 생일도 5월5일.

2011년 제이드 팰리스C.C.에서 우즈가 주니어를 초청해 지도를 한 적이 있다. 우즈는 대원여고 시절 김민지의 샷을 보고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7번이나 컷오프를 당했지만 경기는 매우 공격적으로 한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 261.6야드(9위), 페어웨이 안착률 77.08%(83위), 그린 적중률 69.44%(39위), 평균 퍼트 수 31.85개(97위), 평균 타수 74.23타(70위)로 시즌 상금 5302만원을 획득해 56위다.  

서연정은 대원여고 2학년 때 한화금융클래식에 출전해 2억7000만원짜리 벤틀리 자동차가 걸려 있는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고도 아마추어 신분이어서 상을 놓친 ‘불운’을 겪었다. 올 5월 프로에 데뷔했다. 드림투어에서 2위만 세 번 했다. 시드전에서 8위에 올라 올 시즌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키 161cm에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2.9야드(43위), 페어웨이 안착률 80.59%(46위), 그린 적중률 70.37%(35위), 평균 퍼트 수 31.27개(73위), 평균 타수 73.06타(34위)를 기록 중이다. 상금 7817만원을 벌어들여 랭킹 41위다.

 


ⓒ KLPGA 제공
김효주 골프의 강점은 ‘리듬’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역대 메이저 대회 최소타인 10언더파 61타를 몰아친 김효주의 스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강점이다. 특히 아이언샷이 좋다. 100야드 안팎의 거리는 핀에 붙인다.

그를 지도한 전 국가대표 한연희 감독은 “효주의 장점은 리듬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몸과 자신의 힘에 맞는 스윙을 적절하게 구사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효주의 스윙은 깔끔하다. 몸에 맞는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힘을 줄이고 최대한 파워를 클럽과 볼에 전달한다. 교과서적이다. 여기에 ‘보디 턴’이 아름답다. 볼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스윙을 하면서 볼을 맞힌다. 몸의 중심축을 유지해 임팩트 때 몸이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백스윙·다운스윙·임팩트 때 척추 기울기를 동일하게 유지한다. 

무엇보다 임팩트 때 체중을 확실하게 실어준다. 이것이 거리와 정확성을 잘 만들어낸다. 볼 컨트롤에 타고난 재주가 있다는 얘기다.

ⓒ KLPGA 제공
■ 드로볼로 장타 치는 백규정

백규정의 스윙은 심플하다. 마치 생각 없이 클럽을 휘두르는 것 같다. 테이크백에서부터 백스윙, 톱스윙, 다운스윙이 간결하게 이루어진다. 볼을 때리는 것이 아니고 살짝 갖다 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도 거리가 많이 난다.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선수권대회에서 홍란과 벌인 연장전. 아일랜드C.C. 마지막 18번 홀은 파5. 447야드로 대다수 선수가 3온을 한다. 하지만 백규정은 2온을 노린다. 연장전에서 세컨드 샷으로 볼을 그린 근처에 보낸 후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사실 장타를 치려면 드로볼을 구사해야 한다. 그는 175cm의 장신을 이용해 드로볼을 잘 때린다. 올 시즌 평균 261.5야드, 마음 놓고 때리면 280야드 이상을 쉽게 보낸다. 그는 스탠스, 즉 양발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윙을 가져간다. 테이크어웨이 때 클럽을 안이나 바깥쪽으로 빼지 않는다. 인-아웃의 궤도가 자연스럽다. 볼은 오른쪽으로 출발하지만 닫힌 페이스로 인해 사이드 스핀이 걸린다. 정확한 드로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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