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격 비리’ 수사 최종 타깃 조준한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9.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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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에 가려진 ‘비리 사슬’…실탄 환불금은 빙산의 일각

사격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사격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탄을 해외에서 수입하면서 발생한 환차액을 가로채거나, 허위 납품서를 제출해 남은 물품을 되파는 수법으로 현금을 챙긴 혐의로 지도자 등 13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대한사격연맹 산하 전국 16개 지역 연맹에 소속된 학교·실업팀 감독 및 코치와 체육교사 등인데 현직 사격 국가대표팀 코치와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도 포함됐다.

시사저널은 한 달여 전부터 경찰 수사와 별개로 ‘사격 비리’ 의혹을 추적해왔다. 전직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 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격계 유력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 이들은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 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실탄 환불금’도 그중 하나로 거론됐다. 사격계 한 원로 인사는 “국제 대회에서 메달도 많이 따고 하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실탄 환불금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국내 스포츠계에서 사격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단 국제 성적이 좋다. 2000년대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한 종목이 바로 사격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부터 3개 대회에서 22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77개의 메달을 따냈다. 특히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효자 종목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9월19일 개막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 사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환불금 어제오늘 일 아냐…비리 불감증 심각”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 뒤에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리 사슬’이 감춰져 있었다. 실탄 환불금의 경우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화약 실탄은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에 따라 개별 수입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대한사격연맹이 지역 연맹 소속팀들로부터 받은 대금을 모아서 일괄 구매를 한다. 이때 구입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과 실제 구매를 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환율 차를 고려해 예상 금액의 10% 정도를 더 받아뒀다가 정산한 후에 남은 돈을 돌려준다.

문제는 환불금을 해당 소속팀이 받아가지 않고 감독 및 코치가 현금 또는 개인 계좌로 받으면서 발생한다. 경찰 수사 결과 상당수 사격 지도자가 이렇게 받은 환불금을 소속팀에 반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실탄 구입 대금 대부분은 체육 관련 국가 예산에서 나오며 보조금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갹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계에서 실탄 환불금 논란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전 한 지역 연맹에서 실태 파악을 한 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사격연맹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인사는 “해마다 환불금이 나오면 당연히 챙겨도 되는 돈으로 여겼다”며 “비리에 대한 불감증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138명 중 41명이 6년 7개월간 챙긴 실탄 환불금이 3억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대한사격연맹. ⓒ 시사저널 임준선
허위 납품서 제출해 물품 되파는 ‘장비깡’ 적발

비리 수사에서 실탄 환불금이 부각된 것과 관련해 “당사자들은 억울해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몇몇 지도자들이 처음에 주문한 수량대로 실탄을 구입하지 않고 주문을 취소해 돈을 돌려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 지도자가 환불금을 받은 것은 고의적으로 횡령을 하려던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도자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한 사격인은 “처음에 환불금을 받고는 감독 기관에 전화해 왜 보냈느냐고 물어봤다”며 “1년이 지난 후에 나온 거라 반납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탄 환불금이 보통 대금을 지급한 다음 회계연도에 나오다 보니 회계 처리에 어려움이 있어 감독이나 코치가 알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항상 폭탄을 떠안고 산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한 지도자는 “그동안 사격연맹이 정산 처리를 명확히 하지 않아 지금에 와서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비업자와 짜고 실제 구매하지도 않은 납탄과 표적지 등 소모품에 대한 허위 납품서를 제출하고 연습 후 남은 물품을 장비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하는 속칭 ‘장비깡’ 수법도 드러났다. 경찰은 1년 2개월간 장비깡으로 60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15명을 입건했다. 대금을 전달할 때 종업원의 차명 계좌를 이용하는 등 비밀리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몸통’은 가만두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거된 장비업자 김 아무개씨를 잘 아는 한 사격인은 “김씨 회사는 장비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회사에 속한다”며 “거래 금액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격계 인사는 “지도자들이 갑이라면 장비업자는 을이다”며 “장비깡을 해달라면 업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힘없는 업체만 두들겨 맞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격연맹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인사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온 변경수 전 총감독의 이름이 우선 거론된다. 국가대표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사격인은 “변 감독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다들 변 감독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다 보니 갖가지 의혹이 제기돼도 제대로 검증을 할 엄두를 못 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이 변 전 총감독과 관련해 주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훈련 문제다. 우선 기존의 태릉선수촌이나 12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진천선수촌이 아닌 창원에서 주로 훈련을 한 것을 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변 전 총감독은 창원시청 감독도 맡아왔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한 인사는 “태릉이나 진천에서 훈련을 하면 숙식비가 따로 안 나오기 때문에 창원으로 내려간다는 뒷말이 오래전부터 나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70명이 넘는 인원이 합숙훈련을 하려면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이 중에서 챙길 수 있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인 주장도 나온다. 한 사격계 인사는 “변 감독이 손을 놓은 후 국가대표팀이 인천에서 합숙훈련을 했다”며 “그런데 보름간 식대가 이전보다 1500만원이나 적게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사격계 인사는 “큰돈을 들여서 진천에 국제적인 사격장을 만들어놓고 왜 계속 창원으로 내려가는지 안타깝다”며 “그 이유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 전 총감독은 “진천은 2011년 10월27일 개장식은 했는데 사격장이 완벽하지 않았다”며 “런던에 가기 전에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결선 경기장이 있는 창원으로 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지훈련을 주로 태국으로 가는 데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 복수의 사격인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갈 때는 실무를 ㅇ여행사가 맡아서 진행해왔다. 그런데 실질적인 비용에 관해서는 변 전 총감독과 측근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던 한 사격인은 “전지훈련비에 대해 묻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돼왔다”며 “돈세탁을 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종이 한 장으로 영수증 처리했다는데 국회의원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지훈련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홍수로 난리가 났을 때도 태국 전지훈련을 강행했을 정도라고 한다. 소속 선수가 국가대표였던 한 지도자는 “전지훈련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너무 횟수가 많다”며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전지훈련에 올인하다 보니 대회 참가에는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안타까움을 지도자들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지훈련 비용 항목에 말도 안 되는 것도 들어 있다”며 “예를 들어 에어컨비라고 나오는데 이게 왜 훈련비용에 포함돼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 전 총감독은 “여행사는 연맹에서 결정한다”며 “비용도 연맹에서 주는 대로 사용한 것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전지훈련비 일비 빼고 1인당 80달러였는데, 이 돈으로 먹고 자고 차량도 다 해결해야 한다”며 “사격연맹에서 사정사정해서 깎고 깎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비업체와 유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 예로 진천선수촌의 경우 사격장을 만들면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아닌데도 구입해 설치했다고 한다. 사격계 한 원로 인사는 “변 감독이 진천사격장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변에 자랑하고 다녔다”며 “사격장을 지을 때부터 장비 등과 관련해 유착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사격 장비업자는 “주요 장비도 아닌데 특정 업체의 장비를 설치하니까 누구 작품이라는 식의 뒷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 전 총감독은 “평생 남한테 손 한 번 안 벌리고 살아왔다”며 “고생했다 소리는 못하고 이게 뭐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사격연맹 한통속…비리 근절 요원”

변 전 총감독이 국가대표의 위상을 높인 데 대한 평가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후진을 양성 중인 한 사격계 인사는 “20명 정도 수준이던 국가대표를 70명 이상으로 늘린 것은 변 감독의 노력 덕분이다”며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를 바탕으로 경쟁 체제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사격 지도자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ㅇ여행사가 태국 전지훈련을 도맡게 된 것은 사격 훈련의 특수성에서 비롯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회사가 총과 실탄 등 무거운 짐을 비행기에 싣는 데 필요한 경비를 최대한 줄이고, 무기를 갖고 태국에 입국하는 데 일 처리를 매끄럽게 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을 이끈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여행사 선정은 변 감독 개인이 아니라 사격연맹에서 하는 것”이라며 “금전적인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얼마를 썼는지 예산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변 전 총감독 개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 사격연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사격계 여론을 폭넓게 읽지 않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의 한 사격인은 “사격연맹 자체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조직이다”며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이 한통속이라면 앞으로도 비리 근절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대표팀 전지훈련과 관련해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내가 한 게 아니라 연맹에서 여행사를 결정해 한 것이다. 조사 다 했다고 하더라. 여행사는 연맹에 물어봐야 한다.”

전지훈련 비용 부문은 어떻게 처리되나.

“비용은 연맹이 관리해서 갖다주면 주는 대로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쪽은 잘 알지 못한다. 몇몇 사람이 자꾸 뒤흔들고 그러는데 되지도 않는 소리에 하도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어떤 얘기를 들은 건가.

“소문이 간간이 들리는데 마음대로 하라고 그랬다. 감독 하면서 쓴 돈이 얼만데. 멀쩡한 사람 도둑놈 만들면 되겠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시아 전지훈련비가 일비 빼고 1인당 80달러였다. 80달러 가지고 먹고 자고 차량도 다 해결해야 한다. 연맹에서 사정사정해서 깎고 깎은 거다.”

비용 부문을 임의로 사용한 적 없다는 건가.

“그런 것 없다. 그런 게 어디 있나. 그게 말이 되나.”

진천이 아닌 창원에서 훈련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천은 2011년 10월27일 개장식을 했는데 사격장이 완벽하지 않았다. 기계 하자다 뭐다 해서. 런던에 가기 전에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결선 경기장이 있는 창원으로 간 것이다. 결선 경기장이 우리나라에서 거기밖에 없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 하는데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 물을 거다. 하도 어처구니없어서 말하기도 싫다.”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고 보나.

“감독 하고 싶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나. 변경수가 감독을 한 10년 가까이 하니까. 기가 막혀서 사격은 쳐다보기도 싫다. 사격의 사자도 생각하기 싫다. 사격은 일단 떠났다.”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체육하고는 인연 끊으려고 한다. 10년 가까이 내 돈 40억원 써가면서 욕 얻어먹는 것 보고는 체육인들하고 상종하기도 싫어졌다. 올림픽 때 몇 억씩 상금이 나와도 코치들 주고 학생들 장학금으로 다 줘버렸다. 올림픽 간 코치나 못 간 코치나 메달 딴 코치나 못 딴 코치나 몇 천만 원씩 다 나눠줬다. 1년에 10~15명씩 장학금 주고, 중·고등학교 코치들 1년에 해외연수 두세 명씩 보내줬다. 의혹은 무슨 의혹이 있나. 조사를 4~5개월 하고 있다던데 10원짜리 하나 나온 게 없다.”

경찰 조사에서 나온 게 하나도 없다는 건가.

“있었으면 벌써 붙들어 갔을 거다.”

진천사격장의 경우 대한체육회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아낸 걸로 아는데.

“대한체육회 쳐다보기도 싫다. 미쳤다고 내 돈 써가면서 이랬나 싶다. 먹고살 만큼 돈 갖고 있다. 평생 남한테 손 한 번 안 벌리고 살아왔다. 푼돈에 눈 어두운 사람 아니다. 아주 정나미가 떨어진다. 고생했다 소리는 못하고 이게 뭐 하는 건가. 애들 푼돈 먹자는 그런 추접스러운 생각 안 하고 살았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건가.

“요즘 선수들 SNS 얼마나 잘하나. 자기 몫이 빠지면 가만있을 애들인가. 그런 선수들 60~70명 눈을 속인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대표팀 감독? 사명감 없으면 못한다. 수당 받아먹으려고? 자동차 기름 값도 안 된다. 평생 추접스럽게 안 살았다.”

도핑검사는 어떻게 된 건가.

“지난해 런던에서 혈관이 터져 뇌경색이 왔다. 혈압이 너무 올라 혈압약을 먹어야 했다. 해마다 전국체전 뛰었다. 38년째다. 그런데 1등을 하니까 도핑검사를 하더라. 선수촌 의사가 먹으라고 했으니까 얘기를 한 줄 알았다. 나중에 자격정지 먹고도 의사 핑계 안 댔다. 체육은 진짜 정나미가 떨어지고 재미도 없다. 그냥 편하게 살려고 한다.”


 
 

‘변 라인’ 줄서기에 ‘과잉 충성’까지 
변경수 전 총감독 대표팀 복귀 시도 논란


사격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이 지난 5월14일 태릉선수촌을 찾아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경수 전 총감독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인 최종삼 선수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2003년부터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변 전 총감독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 선수로 출전했다가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자격정지 6개월의 제재를 받았다. 변 전 총감독은 고혈압 약을 복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금지 약물을 복용할 때는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6개월 뒤에 터졌다. 대한사격연맹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변 전 총감독의 복귀를 만장일치로 확정하고 대한체육연맹에 대표팀 총감독 승인 건을 올렸다. 하지만 대한체육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지도자 선임 건을 재논의하라”고 결정했는데, 이는 변 전 총감독의 복귀를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사격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이 총출동해 최 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사격계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사격연맹 고위 인사들과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징계가 끝났는데 왜 계속해서 문제 삼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변 감독을 무리하게 추대하려고 상식 이하의 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가대표팀을 이끈 적이 있는 한 사격인은 “6개월간 총감독 자리를 공석으로 둔 것은 변 감독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며 “대한체육회에서 혹여나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데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두고 변 전 총감독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른바 ‘변 라인’에 줄은 선 사격인들이 ‘과잉 충성’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격계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의 한 원로 인사는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며 “패기와 재능을 지닌 후배들로 물갈이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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