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문화인 / ‘마에스트로’ 정명훈 다시 정상에 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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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조수미, 2·3위…모두 대중과 자주 만난다는 공통점

가장 영향력이 큰 문화예술인 자리에 3년 만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돌아왔다. 2011년까지 3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정 감독은 2012년에는 소설가 이외수에게, 2013년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에게 밀렸다. 재미있는 점은 2011년 1~3위를 기록한 정명훈·이외수·조수미의 순위가 올해 그대로 재현됐다는 것이다.

정명훈 감독은 한국 클래식계의 간판스타이자 월드스타로 정력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베를린필과 함께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진은숙의 첼로 협주곡을 지휘했고, 최근에는 서울시향과 함께 유럽 4개국 초청 순회 연주회를 열었다. 차세대 간판 피아니스트로서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김선욱이 동행한 이번 콘서트는 8월21일 핀란드, 23일 오스트리아, 25일 이탈리아, 27일 영국으로 이어졌다.

정명훈 ⓒ 연합뉴스
곧바로 9월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을 지휘하고 피아노도 연주한다. 1997년 정명훈이 창단한 아시아 필하모닉은 아시아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연주자들이 모인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로 공연 수익금은 부산 소년의 집 합주부 후원 및 서울 꿈나무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교육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멈추지 않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10~12월 5회에 걸쳐 전국 순회 피아노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말 손녀를 위해 연주한 <피아노 솔로>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연주하고, 이 공연 수익금은 2008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 미라클 오브 뮤직(아시아 필하모닉 프로젝트)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두 번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4위 조정래·5위 봉준호 감독 순

정 감독은 현재 라디오프랑스필과 서울시향의 상임감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관현악단이자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오케스트라인 독일 드레스덴 관현악단의 사상 첫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 초 드레스덴 관현악단과의 연주회가 잡혀 있는 등 정명훈의 커리어는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해외 유명 지휘자 중에는 60대부터 전성기를 누린 경우가 많다. 60대 초반의 지휘자 정명훈은 더 이룰 수 있는 게 아직 많다.  

상위 3인인 정명훈·이외수·조수미가 해마다 5위권 안에 드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대중과 자주 만난다는 점이다. 정명훈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가장 자주 서는 지휘자이고, 조수미는 매해 새 앨범 한 장 발표, 전국 투어를 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 폐막 무대에 서기도 했고, 최근 교황 방한 때는 대전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적극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2위에 오른 작가 이외수도 ‘트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중과의 직접 소통이 활발하다. 지난 몇 년간 트위터에 올렸던 짧은 글을 해마다 단행본으로 출간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외수는 지난 3월 소설집 <완전변태>를 출간해 본업이 소설가임을 다시 환기시켰다. 소설로는 2005년 장편소설 <장외인간> 이후 9년 만의 출간이다. <완전변태>가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240쪽의 짧은, 그래서 들기 가벼운 소설집이라는 점 때문이다. 독자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가 소프트해졌다. 그가 일련의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을 통해 ‘감수성 충만한 짧은 문장’이라는 트렌드를 일으킨 데 이어 소설에서도 트렌드 세터임을 보여준 것이다. 대중의 지근거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끊임없이 발언하며 대중과 호흡하는 그의 행보가 문학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각인시켜준 듯하다. 이는 유명 문학상 수상 여부나 문단 내 파워 지도 등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구축한 세계라 이례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그의 이름을 뉴스에서 검색하면 다른 유명 작가보다 배 이상 많게 콘텐츠가 쏟아진다. 다만 그가 잦은 발언으로 유명세를 탈수록 그를 비난하는 네티즌이 ‘신상 털기’에 나서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지난해 1위였던 봉준호 감독은 올해는 5위에 그쳤다. 지난해 월드 프로젝트였던 <설국열차>가 개봉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작품이 나오지 않은 게 순위 하락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감독 일을 잠깐 쉬고 있는 그는 제작자로서 최근 개봉한 <해무>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빅4 중 <해무>는 평론가와 기자 사이에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제작자로서도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흥행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강수진·금난새, 톱10 신규 진입

북미 개봉판 편집 문제를 놓고 배급사인 와인스타인컴퍼니와 봉 감독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펼쳤던 <설국열차>는 결국 봉 감독의 고집이 이겨 지난 6월27일 한국 개봉판과 똑같은 버전으로 미국 개봉을 했다. 배급사인 와인스타인컴퍼니는 편집권을 양보한 대신 와이드릴리즈가 아닌 소규모 개봉으로 시작해 개봉관을 늘리는 한편 개봉 2주 후에 VOD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미 흥행 성적 통계를 제공하는 모조닷컴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기준으로 <설국열차>는 여전히 개봉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고 9주간 44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해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로튼 토마토,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등 북미 지역 미디어도 작품을 호평했고 VOD 서비스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충무로 중심의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실현한 <설국열차>는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비평적으로나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올해 톱10 순위에 신규 진입한 인물로 발레리나 강수진과 지휘자 금난새가 눈에 띈다. 강수진은 지난해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다. 올해 초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발탁되면서 지난 2월 귀국했다. 국립발레단장을 맡기 전 그의 계획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30주년이 되는 2016년 은퇴하는 것이었다. 입국 직전에도 강수진을 위해 헌정된 <나비부인> 공연을 하고 올 정도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장으로 변신한 그는 TV 쇼에도 출연하는 등 발레를 알리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난새 지휘자 역시 클래식 음악을 알리기 위해 실내악부터 교향곡, 퓨전 콘서트에도 적극 임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유라시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CEO,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서울예고 교장 등 클래식과 관련된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1년 내내 그와 관련된 공연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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