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커피 달고 살아? 당신 설탕 중독?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8.28 14: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약보다 무서운 단맛 중독 암 유발과 관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얼마 전 한 유명 여성 연예인이 위암으로 사망했는데, 그가 평소 단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단 음식과 위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사들의 소견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단 음식, 즉 설탕은 위암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연간 8000만톤 이상의 설탕이 소비된다. 이렇듯 엄청나게 소비되는 설탕은 술·담배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 번 맛을 보면 자꾸 생각나고, 쉽게 중독되면서 끊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빠져드는 설탕 중독 심각성 몰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모닝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 어디 아침뿐인가. 점심 후 한 잔, 나른한 오후에 한 잔 더…. 이들이 주로 마시는 커피는 간편하고 달달한 1회용 커피다. 아이들도 만만찮다. 식탁에 달콤한 반찬이 없으면 밥 대신에 습관적으로 과자나 초콜릿으로 배를 채운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단것을 찾는 여성도 있다. 우울하거나 화가 치밀어오를 때마다 단것을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은 초콜릿을 달고 산다. 흔히 ‘꿀맛’으로 표현되는 단맛은 원래 포도당과 같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 사탕수수와 사탕무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된 ‘자당’(蔗糖)이 주성분이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다.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공급해주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과당 섭취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설탕 섭취량은 50g 미만. 각설탕으로 따지면 15개 정도 양이다. 보통 콜라 1캔(250mL)에는 각설탕 8.3개, 바나나우유(240mL)에는 8.7개, 오렌지주스(350mL)에는 11.7개, 햄버거 세트에는 8개, 짜장면과 탕수육에는 21개, 쿠키 한 조각에는 1개 정도의 분량이 들어 있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1.4g. WHO의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는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이보다 13% 많은 69.6g이다. 하루 권장량을 넘기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짜장면 한 그릇만 먹어도 권장량 이상이다. 대다수 사람은 식품 속에 들어간 설탕의 양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 설탕을 다량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설탕의 중독성이다.

소아내분비 의사이자 소아비만 분야 1인자인 미국의 로버트 러스틱 박사는 지방과 설탕 중 어떤 것이 더 중독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지방을 섭취했을 때는 몸의 감각에 관여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된 반면, 설탕을 먹었을 때는 보상·동기와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술과 담배, 마약, 게임 등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뇌가 마약을 복용할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과당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설탕 등 단 음식을 먹었을 때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인슐린은 당의 흡수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두뇌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두뇌로 전달된 트립토판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세로토닌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이로 인한 기분 좋음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당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울감이 나타난다. 당분을 계속 섭취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맛 중독은 가장 보편화된 미각 중독이다. 특히 설탕은 아주 즉각적으로 뇌를 자극한다. 위에서 당으로 분해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입과 혀가 달콤함을 느끼는 순간의 미각만으로도 곧장 뇌에 쾌락이라는 보상을 준다. 이렇듯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습관처럼 단 음식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중독성은 마약인 코카인의 8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설탕을 합법적 마약이라고 부르는 과학자들도 있다. 문제는 설탕 중독에 쉽게 걸릴 수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 자신도 모르게 각설탕을 여러 개 넣거나 하루 한 개씩 먹던 초콜릿을 두세 개씩 먹고 싶다면 설탕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4명당 1명꼴로 설탕 중독을 겪고 있다. 설탕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치명적이다. 과도한 당분은 내분비계를 손상시킨다. 당류를 과잉 섭취할 경우,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려 인슐린을 다량 분비하게 한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힘겨워지면 다른 내분비계들이 지원에 나선다. 그러면 다시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데, 이때 뇌는 또다시 설탕이 필요하다고 인지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내분비계는 일대 혼란에 빠져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이로 인해 당뇨병과 관상동맥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

설탕 속에 든 과당도 문제다. 보통 당분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그런데 과하게 과당을 섭취할 경우, 포도당은 인슐린이 조절할 수 있지만 과당은 조절할 수 없다. 과당은 바로 지방으로 전환돼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 특히 설탕은 매우 큰 점성을 가지고 있어 과하게 먹으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 시사저널 포토
과도한 당분은 내분비계 손상시켜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하인리히 바로부르크는 암세포의 신진대사는 포도당의 소비와 크게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로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네덜란드의 캐롤린스크 연구소는 약 8만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섭취하는 음식과 췌장암의 발병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는데, 평소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췌장암 발병률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이유는 비만과 백혈구 파괴에 있다.

그렇다면 설탕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단맛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설탕 중독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당(糖) 지수’가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은 흰쌀, 청량음료, 식빵, 당근, 라면, 국수, 아이스크림 등이다.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달지만 당 지수는 낮다. 그럼에도 단 음식이 먹고 싶다면 설탕 대신 꿀을 넣어 먹자. 설탕보다 더 단맛을 내는 꿀은 적은 양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도 인슐린 분비를 줄여준다.

‘살이 찐다’ ‘치아가 썩는다’ 등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설탕. 알고 보니 상상 이상의 무서운 존재다. 설탕의 유해성에도 불구하고 설탕이 가득 든 제품에서 어떤 경고 문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설탕의 단맛만큼 진실의 맛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