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라
  • 김인성│IT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8.28 1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기업들, 구글 의존도 높아…중국은 새 안드로이드 구축 박차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공세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애플의 IOS까지 하락세인 반면 안드로이드만 유일하게 모바일 분야에서 점유율이 올랐다. 84.6%란 높은 점유율 이외에도 웹 트래픽 사용량에서 IOS를 추월 중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영역을 자동차 분야까지 넓히고 있다. 지능형 음성 인식 기능을 내세운 ‘안드로이드오토’ 버전을 장착한 자동차가 연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모바일 시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안드로이드 시장의 성장은 디지털 부품과 제조 분야에 강점을 지닌 한국 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해왔다. 구글이 아이폰이라는 절대적인 레퍼런스를 참고로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한국 기업은 D-RAM, 낸드플래시 메모리, LCD 등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하드웨어 시장을 석권했다. 삼성은 전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최근에는 애플이 강세를 보이는 북미 시장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LG 또한 애플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성공은 안드로이드의 성장 덕이기도 하지만 하드웨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 준 애플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애플이 멀티터치 스마트폰으로 한순간에 노키아를 흔들어놓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단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이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는 이들을 극복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드웨어 일변도의 매출 구조와 구글의 소프트웨어 독점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대응책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때 드디어 구글도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한국이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구글 독립과 안드로이드 독립은 전혀 다른 뜻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가해지는 특허 공격을 지켜내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구글에 대한 이해, 특히 구글이 기반을 두고 있는 오픈소스에 대한 이해가 없던 사람들은 구글이 125억 달러나 쓴 이유가 안드로이드 특허 방어 때문이라는 것을 결코 믿을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결국 모토로라의 제조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함으로써 구글은 하드웨어 제조 분야를 장악할 의도가 없음을 증명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오픈소스 기반 위에서 성장했다. 여기에는 공유와 개방이란 철학이 있다. 오픈소스 운동에서 가장 성공적인 소프트웨어가 바로 리눅스다. 리눅스는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지배적인 운영체제이며 메인프레임과 슈퍼컴퓨터 분야부터 공유기와 같은 초소형 기기 시장까지 전 영역을 석권하고 있다. 

리눅스가 침투하지 못한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는 데스크톱뿐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PC가 퇴조하고 있어 이것도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PC는 점차 모바일 기기로 대체돼 장기적으로는 데스크톱 자체가 비주류 장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몰락과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오픈소스가 천하를 통일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구글의 검색도 오픈소스 방식으로 성장했다. 구글의 검색 경쟁력은 얼마나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좋은 사이트가 검색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검색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구글은 대신 각 사이트가 자신의 콘텐츠를 검색 엔진에 개방해주기를 요구한다. 더 많은 사이트가 개방될수록 검색 결과는 풍부해지고 그것이 다시 사이트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이 한국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가 정보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관공서에선 아예 검색을 차단해버리고 있다. 한국의 포털은 돈을 주고 사전을 독점해버리기 때문에 정보 유통이 제한돼 시간이 갈수록 국내 인터넷 사이트가 침체되고 있다. 그 빈자리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외국 기업의 차지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소프트웨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자 운영체제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삼성이 타이젠 운영체제를 TV와 시계에 적용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아무리 하드웨어 점유율이 높아도 독자 운영체제를 사용한 하드웨어를 강제로 사게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위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 아름다운 고성능 스마트폰은 무거운 시계에 불과할 뿐이다.

먼저 배신하면 먼저 도태되는 신뢰 게임

타이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들을 끌어들여 자발적으로 앱을 만들게 해야 한다. 사용자 수가 많으면 이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이젠이 시장 지배적인 제품이 돼야 한다. 시장 지배적인 제품이 돼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조업체도 자발적으로 타이젠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소스를 개방하며 독점권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즉 타이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타이젠을 또 다른 안드로이드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오픈소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오픈소스는 아무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라도 일단 오픈소스가 되면 공동의 소유가 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에 기반한 오픈소스 운영체제라서 구글 소유가 아니다. 구글은 가장 앞선 기술력으로 안드로이드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을 뿐이다.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그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활용해도 비난할 수 없다. 구글은 구글 지도와 같은 일부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담보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제한을 요구할 뿐이다.

만약 구글의 이런 요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글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안드로이드 환경을 구축하면 된다. 아마존은 구글 없는 안드로이드 환경을 구축하고 아마존의 독자 마켓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구글 앱이 없는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구글만큼의 개발 능력을 갖추면 된다.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에만 철저히 의존해온 한국 기업과 달리 구글 없는 안드로이드 환경을 구축 중인 중국 기업의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모바일 생태계는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있다. 누구든지 안드로이드를 벗어나서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선택하는 순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고사되고 말 것이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가장 먼저 배신하는 자가 가장 먼저 도태되는 상호 신뢰 게임이 이뤄지고 있다. 독자 운영체제란 허황된 꿈만 꾸며 안드로이드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