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내놓고 일하는데 우린 직원도 아니란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08.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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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실태 “안전 장비도, 4대 보험도 없다”

지난 7월28일 LG유플러스 서울 관악·영등포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개통 기사 편 아무개씨(35)가 크게 다쳤다. 담장을 타고 인터넷 설치 작업을 하다가 떨어진 것이다. 비 때문에 건물의 외벽이 미끄러웠지만 몸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안전 장비도 없었다. 20바늘 이상 꿰매야 했던 큰 수술이 끝난 후 그가 걱정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가 아닌 수술비와 치료비였다. 일을 못하는 세 달 동안 처·자식 세 명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도 막막했다. 편씨는 4대 보험이 해지된 상태였다.

서울 중랑·동대문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김 아무개 기사(36)도 설치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일곱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10일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4대 보험이 해지돼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30만원을 줬다. “이 돈 없이도 산다”고 화를 내자 20만원을 더 줬다. 그는 “6년째 이 일을 하지만 일하다 다쳐 산재 처리를 받은 경우는 딱 한 번 봤다. 전신주에서 떨어져 발목뼈가 으스러진 분이었는데 (산재 처리를) 받기 위해 회사와 오랫동안 싸웠다”고 했다. 김씨는 “아파트에서 설치 작업을 하면 ‘짐을 옮겨달라’ ‘가구 배치를 바꿔달라’ 는 등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많다고 한다. TV를 옮겨주던 한 개통 기사가 손을 놓쳐 발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산재를 해달라”는 그의 요구에 회사 측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산재 처리 해줄 테니 퇴사해라”라고.

지난 7월31일 서울시 중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LG유플러스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일하는 도중 ‘4대 보험 해지 통보서’ 받았다”

이들은 모두 LG유플러스 비정규직노조의 조합원들이었다.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 형태와, 중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2~3개 지역의 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가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전국 70개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기사들 중 애프터서비스(AS) 기사들은 대부분 정규직이지만, 개통·철거 기사들은 거의 개인 도급 계약(개인사업자 형태) 등의 형태로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산하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3월30일. 4월 중순께 관악·영등포서비스센터의 이 아무개 본부장이 “4대 보험을 해지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두 달 뒤인 6월19일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4대 보험이 해지됐다는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상실 신고 사실 통지서’였다. 해지 사유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던 기사들에게 ‘자진 퇴사’했다는 사유의 보험 해지 통보서가 날아온 것이다.

강북서비스센터의 상황도 비슷했다. 7월2일 오전 산업안전 교육을 하던 도중 최 아무개 본부장이 “개통 기사들에 대해 7월 말일까지 4대 보험을 종료하고 8월부터 해지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또 최 본부장이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해 (4대 보험을) 임의로 들어준 것”이라며 “너희들이 고마워하지 않으니 해지하겠다”고 말한 녹취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영열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46)은 “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30대여서 애가 둘 이상 되는 집이 많다. 4대 보험이 없는 우리들은 의료나 신생아 보육, 아기 돌봄 서비스, 심지어 대출까지 아무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4대 보험을 해지하는 이유가 ‘사측이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최 부지부장은 “우리도 직원이다. 업무를 감독하고 출퇴근과 일정까지 지휘하면서 우리한테는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하는 꼴”이라며 “제2의 삼성서비스센터 사태가 될지도 모른다. 점점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동대문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김 아무개 기사(37)는 “원청인 LG유플러스 측에선 4대 보험 해지는 조합원들의 자율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 내놓고 일하는 기사들이 4대 보험 해지를 원하겠는가? 안전과 가정을 생각하더라도 4대 보험이 누구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협력사 임금·인사 관여 못한다”

보통 개통·철거 기사들의 작업은 가정집을 비롯해 전신주나 담벼락 등에서 이뤄진다. 추락과 감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기사들에게 지급된 것은 헬멧 하나였다. 안전화와 안전장갑, 안전벨트는 기사들 개인 돈으로 구입해야 했다. 전신주 등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고소작업차’가 없어 안전벨트 하나로 몸을 의지하며 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필요한 이 모든 조치들을 ‘비정규직’인 기사들이 직접 챙겨야 했다.

LG유플러스의 각 서비스센터는 원청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수탁 계약은 보통 6개월~2년으로 이뤄진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센터를 운영하는 업체가 바뀌더라도 직원과 사무집기 등은 그대로 인계돼왔다고 한다. 그런데 노조가 결성된 이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문제가 발생했다. 강서서비스센터·용산서비스센터를 새로 운영하게 된 업체들이 조합원을 배제한 채 고용계약을 맺거나 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7월16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의 면담에서 “협력업체 변경 시 80% 이상 고용 승계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원청은 원래 일하고 있던 기사들을 고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김하늬 위원장은 “광진서비스센터의 경우 새로 인수한 업체에서 실제로 80% 이상 재고용을 했다. 그러나 조합원을 빼고 80%를 고용한 것”이라며 “조합원이 다수인 경우에는 활동이 많았던 조합원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측은 “각 센터와 기사들의 문제는 협력사 측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고, 물어보더라도 해당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각 협력사의 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 지급 방식과 인사 제도 운영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4대 보험 문제에 대해서도 “각 센터가 기사들의 재직 확인 서류로 보험증을 제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원청이 4대 보험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 “센터 측에 안전관리를 권고해 현재 안전 문제들이 많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관리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악·영등포서비스센터의 정삼일 기사(38)는 “원청이 이 사태(조합원들의 4대 보험 해지와 조합원 재고용 승계 거부)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원청에서 QM(Quality Manager)이라는 직원들을 서비스센터에 파견한다. 이들은 1인당 2~3개의 센터를 담당하며 센터의 기사들을 지휘·감독하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고객 서비스 점수가 낮을 때 기사들이 작성해 제출하는 ‘CS(고객 서비스) 개선 다짐서’라는 반성문도 결재한다. 정씨는 “채용부터 업무 지시, 평가까지 원청의 직원인 QM이 개입하는 상황에서 원청과 서비스센터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7월31일 용인서비스센터의 조합원들은 LG 본사 앞에서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기사들의 ‘노동 인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한 개통 기사는 이렇게 호소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저희를 ‘우리 기사님’이라고 불렀어요. 우리는 인간답게, 함께 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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