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공허한 ‘정권심판론’ 타령만
  • 손가영 인턴기자 ()
  • 승인 2014.08.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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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에서 승부 갈려…새누리당 후보들, 지역 특성 맞춤형 슬로건·공약 차별화로 우위

전남 순천·곡성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는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자신을 ‘호남 예산 지킴이’로 칭하며 ‘순천대 의대 유치, 순천만정원 제1호 국가정원 지정, 광양항 활성화’ 등 지역과 밀접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맞선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힘 있는 국회의원’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박근혜정부를 심판해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결과는 이 후보의 승리라는 대이변으로 끝났다.

공약과 당선 사이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좋은 공약이나 슬로건이 당선을 결정짓진 않지만,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이번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슬로건과 공약 제시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사실상 여기서 승패가 결정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구체성과 현실성에서 여당 공약이 야당 공약보다 더 두드려졌다. 여당 후보자들은 지역 현안과 긴밀히 연계된 공약을 내놓거나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야당에 대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7·30 재보선 지역인 김포 개화동에서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 측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 측이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김포의 경우,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의 주요 공약은 모담산 테마산책로와 한강생태공원 명품화, 한강평화로 조기 개통, 굿모닝버스 도입, ‘콩나물 교실’과 ‘컨테이너 교실’ 해소 등이다. 김포 지역의 현안이나 학급당 학생 수 등 지역의 고질적 문제를 적시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의 공약은 좋은 보육시설 및 혁신학교 확대, 도시 기반시설 및 문화시설 확충, 김포 경제에 공헌하는 남북 교류협력 확대 등 거시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역 특수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여당, 동별 맞춤형 공약…야당, 사회 현안 공약

최고 격전지로 꼽힌 서울 동작 을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강남 4구’를 내걸며 특화된 지역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보사령부 터널 개통, 동작대로 중심 특별관리계획구역화 등을 내걸었고, 보육과 복지 분야에서는 생활 밀착형 공약, 동별 공약을 내거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 반면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관피아’ 척결 및 경제민주화 실현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전관예우 근절,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 대기업·중소기업 이익공유제 등 굵직한 사회 현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차이는 여야의 선거 전략 프레임으로 인해 더 강화됐다. 야당이 인물을 앞세우며 전략공천에 치중한 반면, 여당은 ‘지역 일꾼’을 강조하며 지역 출신 후보를 공천했다. 경기 수원 병의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는 자신을 수원에서 나고 자란 수원 토박이라고 강조한 반면,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는 ‘문제는 정치다. 민생에 답하라’라는 슬로건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지원 유세에서 연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는 박근혜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정권심판론만 강조했을 뿐,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여기서 승부는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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