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다루빗슈·다나카 “내가 최고!”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07.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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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호령하는 아시아 투수 삼총사 전력 비교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유독 아시아 출신 투수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일한 한국 출신인 LA 다저스 류현진(26)을 비롯해 일본 출신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다루빗슈 유(28·텍사스 레인저스)·이와쿠마 히사시(33·시애틀 매리너스)·구로다 히로키(39·뉴욕 양키스), 타이완 출신 볼티모어 첸웨인(29) 등이 황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류현진·다나카·다루빗슈는 리그에서 특A급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제각기 다른 구종과 투구 스타일을 선보이며 야구팬에게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아시아 삼총사’로 불리는 세 선수는 서로 다른 장점으로 메이저리그를 흔들고 있다. 이들의 경쟁 구도를 살펴보자.

류현진, 체인지업 마술사에서 팔색조로 변신

ⓒ AP연합
세 선수 중 현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다나카다. 그는 빅리그 진출 첫해인 올 시즌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3패 방어율 2.27을 기록하고 있다(7월7일 현재). 탈삼진은 경기당 7.65개를 잡고 있다. 피안타율은 0.224다. 아메리칸리그(AL) 다승 1위, 방어율 2위, 최다 탈삼진 6위, 피안타율 6위를 달리며 자존심 높은 메이저리거들의 콧대를 꺾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정규 시즌에서 28연승을 거뒀는데 올 시즌 ML 정규 시즌 초반에 6연승을 기록해 미·일 34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생산하기도 했다. 다나카는 현지 언론에서 AL 사이영상 후보로 언급될 만큼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ML 3년 차인 다루빗슈의 성적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데뷔 첫해인 2012년 16승 9패 방어율 3.90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13승 9패 방어율 2.83으로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에는 16경기에서 8승 4패 방어율 2.63, 피안타율 0.224를 기록하고 있다. 다루빗슈는 특히 탈삼진 능력이 탁월해 경기당 8.38개의 삼진을 잡고 있다. AL 방어율 5위, 최다 탈삼진 5위를 기록 중이다.

류현진은 7월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1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아 7실점했다. 이로써 9승 5패 방어율 3.65를 기록 중이다. 이날 최악의 피칭을 했어도 탈삼진 능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경기당 다루빗슈보다 많은 삼진을 잡고 있다. 객관적인 성적으로 비교했을 때 다나카·다루빗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내셔널리그(NL) 다승 부문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선 류현진이 다루빗슈 등 일본 특급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다. 오히려 다루빗슈 등 일본 특급 투수를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국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2년 대전구장 전력분석실에서 취재진과 담소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시 컴퓨터를 통해 다루빗슈의 투구 영상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루빗슈의 스플리터(포크볼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공이 휘어갈 수 있지?”라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실력을 비교할 만한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ML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도 못했다. 이런 류현진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준 선수가 있었다. 팀 선배 김태균이었다. 그는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던 시절 다루빗슈에게 홈런을 뽑은 경험이 있다. 김태균은 당시 “다른 공은 모르겠지만, 류현진의 체인지업만큼은 다루빗슈를 능가한다. ML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말대로 류현진은 ML 데뷔 첫해에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피안타율은 0.161로 직구(0.287)·슬라이더(0.236)·커브(0.290)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냈다.

류현진은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상대팀의 집중 분석이 잇따를 것으로 판단해 지난겨울 동안 제2, 제3 구종인 커브와 슬라이더를 강화했다. 이 중 슬라이더는 올 시즌 피안타율 0.215를 기록하며 체인지업에 견줄 만한 결정구로 완성됐다. 류현진의 구종 다듬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있던 지난 5월 신구종 ‘컷패스트볼’을 연마했다. 컷패스트볼은 경기당 5구 내외의 적은 투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구종으로 쓰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상대 타자에게 혼돈을 주기엔 충분하다. 기존 볼 배합에 익숙했던 상대팀 타자들은 팔색조로 변신한 류현진의 투구 패턴에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 AP연합
다나카의 스플리터, ML 환경에서 제격

다나카는 상당히 많은 변화구를 던진다. 직구를 비롯해 스플리터, 슬라이더, 싱커, 커브,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이다. 이 중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구종은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다. 스플리터는 포크볼과 ‘사촌관계’로 불리는 구질이다. 포크볼과 비슷하게 검지와 중지를 벌려 공을 잡고 던지는 구종이다. 두 손가락을 약간 덜 벌리고 던진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공이 종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닮았다. 다만 스플리터는 포크볼보다 약간 빠르고 떨어지는 각도도 약간 덜하다. 때문에 직구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직구 타이밍에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 수 있는 ‘마구’로 불린다.

야구인들은 다나카의 스플리터가 ML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ML에서 스플리터는 희귀한 구종에 속한다. 스플리터는 포크볼처럼 투수의 팔꿈치에 상당한 무리를 준다. ML에서는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스캇 등이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투수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단점 탓에 1990년대 이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 경험이 있는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일본 투수는 거의 모두 포크볼·스플리터를 던진다. 리그 문화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투수가 ML에서는 보기 드문 두 구질을 자유자재로 던지고, 그 덕에 여러 선수가 ML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연한 스트라이크 판정도 포크볼 계열을 던지는 일본인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ML은 전통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에 대한 판정이 후하다. 포수가 공을 잡았을 때의 탄착점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이 홈베이스를 지나갈 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느냐에 따라 볼 판정을 내린다.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 존 밑에 살짝 걸치기 때문에 유리한 볼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투수 조련사로 유명한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만약 우리나라처럼 포수가 공을 잡을 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면 다나카의 스플리터 위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카의 주무기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스플리터는 0.128을 기록하고 있고, 슬라이더는 0.165를 마크하고 있다.

원조 팔색조 다루빗슈, 모든 공이 마구

다루빗슈가 던질 수 있는 공도 다나카 못지않다. 상대팀의 투구 분석을 무력화시킬 만큼 다양한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그는 직구·컷패스트볼·싱커·체인지업·슬라이더·스플리터·커브 등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구종을 던진다. 커브는 정통 커브, 슬로 커브 등 2가지 구종으로 나뉜다. 주무기는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다. 모두 빅리그 최고 수준이다. 스플리터의 위력도 다나카 못지않다.

다루빗슈의 최대 장점은 따로 있다. 구종별로 투구 폼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보통 타자는 투수의 투구 버릇과 투구 폼을 통해 구종을 확인한다. 가령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의 차이점을 투구 폼과 손목의 움직임을 통해 구별한다. 하지만 다루빗슈는 이 차이점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구속도 마찬가지다. 다루빗슈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51㎞를 기록하고 있고, 싱커는 150㎞다. 두 구종의 차이가 거의 없다. 커터(143㎞)·스플리터(143㎞)·체인지업(141㎞)도 거의 같은 속도로 들어온다.

슬로 커브(111㎞)는 완급 조절용이다. 투수들은 보통 매 경기 100구 정도의 공을 던지는데 매번 전력 피칭을 할 경우 경기 후반부에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화 이글스 정민철 투수코치는 “에이스 투수라면 중간중간에 느린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공으로 힘을 비축할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루빗슈는 다양한 구질과 완성도를 갖춰 타자와의 정면승부에서 압도적인 힘을 내고 있다.

물론 세 선수의 단점도 있다. 다루빗슈는 체력이 문제다. 여름이 지나가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다루빗슈는 지난해 7월에 1승 2패 방어율 2.95로 다소 평범한 기록을 냈고, 9월 6경기에서는 1승 3패 방어율 3.34를 기록했다. ML 데뷔 첫해인 2012년에는 체력 문제가 더 심했다. 7월과 8월에 각각 방어율 5.74, 5.29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다루빗슈는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제구력이 급격히 흔들리는데,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영점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왕왕 보여왔다.

다나카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던지는 투구 패턴이 흠이다. 유리한 볼카운트에도 스트라이크를 집어넣기 위해 직구 계열인 포심패스트볼·투심패스트볼·싱커를 던지다 장타를 가끔 허용했다. 그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홈런 13개를 내줬다. 16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내준 류현진보다 2배 정도 많다. 경기 운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체력이 떨어지는 8월 이후에는 이런 모습이 빈발할 가능성도 있다.

류현진은 다루빗슈·다나카에 비해 체력이 좋고 주자 진루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던지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구사할 수 있는 변화구가 적다는 점과 부상 이력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경기 초반 징크스, 원정 경기 징크스에 시달리다가 올 시즌 초반엔 홈 경기 성적이 떨어져 고전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새로운 변화구를 탑재했고 각종 징크스를 스스로 탈피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투구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개선 의지를 보여주며 한국 출신 빅리거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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