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건강 리스크’ 심각하다
  • 이석·노진섭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6.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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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이식 수술 후유증 심해져…CJ그룹 경영 전반에 먹구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된 이후 두 차례나 병원에 실려갔다. 70~80kg을 오르내리던 몸무게는 49kg까지 빠졌다. 부인(김희재씨)으로부터 받은 신장의 이식 수술 후유증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치소 수감 과정에서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회장 측은 지난해 8월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법원은 11월에도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해줬다. 이 기간 동안 이 회장은 면역억제제를 처방받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장기를 이물질로 보고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몇 차례나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 응급처치를 받았다. 의료진은 면역억제제 투여량을 조절해가면서 수술 후 경과를 면밀히 살펴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월14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몸무게 49kg, 혈압 140/90

이 회장은 4월30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법원은 “특별히 연장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세 번째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5월9일 첫 외부 검진에서 우려스러운 징후가 발견됐다. 혈중 면역억제제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식된 신장에 대한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투여한 면역억제제가 혈액에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5월13일 재검진 때는 부종 증세까지 발견됐다. 이 회장은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소견에 따라 또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 경우 약을 바꾸거나 투약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성주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사람마다 면역거부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치료 역시 환자에게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구치소에 재수감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신장 이식 환자에게 면역억제제 용량 조절은 생명과 직결된다. 면역억제제 농도가 낮아지면 이식 신장에 대한 거부 반응이 강해진다. 그렇다고 무한정 면역억제제를 늘릴 수도 없다. 면역억제제 투여량을 늘리면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에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되면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인 김연수 교수는 “이 회장의 경우 이식한 신장 살리기와 바이러스 감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5월22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공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받도록 배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실제로 재수감 전 110/70을 유지하던 이 회장의 혈압은 현재 140/90으로 치솟았다. 혈압 상승 역시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 회장은 5월22일 항소심 공판에 환자용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나왔다. 공판 중간 혈압 측정 때는 최고 혈압이 169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부터 이 회장에게 고강도 스테로이드가 투여됐다. 의료진은 혈중 면역억제제 농도를 높이면서 부작용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병행했다. 하지만 5월27일 원인을 찾지 못하고 구치소로 돌아갔다.

구치소로 돌아온 지 4일 만인 6월1일. 이 회장은 급작스러운 설사 증세가 나타나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림대성심병원에서 탈수 방지를 위한 응급조치를 시행한 후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설사 증세는 면역억제제 부작용이거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병실에는 현재 교도관 두 명이 번갈아 감시하며 의료진 외에 출입을 막고 있다. 가족 면회도 하루 15분 정도로 제한된다.

이런 이유로 유전병인 CMT(샤르코-마리-투스)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CMT란 손과 발 등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주로 손과 발, 다리의 근육이 점차 위축돼 힘을 잃게 된다. 증세가 심해지면 보행이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 누워 지내는 환자도 있다. 이 회장의 경우 40대 이후 CMT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다가 50대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있다”며 “재판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못 잘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경영 부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CJ그룹은 지난해 7월2일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주)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이 이끄는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구속된 이재현 회장을 대신할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CJ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에서 이재현 회장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며 “이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그룹 전반의 투자나 전략을 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트 CJ’ 달성 계획 차질 불가피

지난해 10월에는 그룹경영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인 이관훈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인태 부사장(CSR팀장)과 조성형 부사장(인사팀장), 윤경림 부사장(사업팀장), 신동휘 홍보실장 등도 잇따라 경쟁사로 옮기거나 계열사로 좌천됐다. 오너가 구속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다. 그룹경영위원회도 5인에서 4인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CJ그룹의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CJ그룹은 28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인 30조원 돌파에 실패했다. 영업이익 역시 1조1000억원으로 목표치인 1조6000억원의 70% 수준에 그쳤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43.9%나 감소했다.

대규모 투자나 신규 시장 진출 논의도 사실상 중단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라이신 생산력 글로벌 1위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업체와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중단했다. CJ대한통운, CJ프레시웨이, CJ올리브영 등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M&A(인수·합병)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다 접은 상태다.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그레이트 CJ’ 구상 역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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