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방사성 폐기물 30개월째 방치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6.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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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월호 참사·선거 이슈 부각되자 처리 논의

2년 6개월째 서울 도심에 방치되어 있는 방사성 폐기물은 언제쯤이나 안전하게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으로 옮겨지게 될 것인가. 최근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되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노원구청 뒤에 방사성 폐기물이 놓인 것은 지난 2011년 11월.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주변 도로에서 정상치보다 10배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감지됐고, 도로 포장에 사용한 아스팔트 재료가 방사능에 오염된 탓으로 밝혀지면서 주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노원구는 문제의 도로를 뜯어내고 새로 포장했다. 걷어낸 아스팔트 중 아스콘 466톤을 노원구청 뒤 공터에 임시로 쌓아뒀다.

노원구청 뒤 공터에 폐아스콘(방사성 폐기물)이 야적되어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방사성 폐기물은 당연히 방폐장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지식경제부)와 노원구는 폐아스콘 이전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대립했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이전 비용이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책임 공방을 하는 사이에 세월만 지나갔다. 법제처는 2012년 8월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이 돼서야 이송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까지 국내에는 방폐장이 없어서 경주에 방폐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결국 폐아스콘 215톤만 경주 임시 보관장으로 이전했고, 나머지 251톤의 이전은 연기됐다. 당시 노원구 주민들은 잔량도 곧 이송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2013년 6월에도 폐아스콘 잔량은 경주로 이전되지 않은 채 노원구에 방치되어 있었고, 당시 시사저널은 폐아스콘이 담긴 노원구청 뒤편에 위치한 컨테이너를 단독 촬영해 공개했다. 본지 보도로 방사성 물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노원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폐아스콘 잔량을 이전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방사성 물질은 2년 6개월 동안 도심에 방치됐다.

그러는 사이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4월말 국무총리 주관 관계장관회의에서 폐아스콘을 경주 방폐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는 5월19일 노원구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방사성 폐기물 251톤 전량을 경주로 운반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5월23일 운반 용역업체와 계약도 맺었다. 그러나 이송 일자는 정확하게 잡히지 않은 상태다. 심은정 원자력안전위 홍보팀장은 “조만간 경주 지역 주민 설명회를 연 후에 이송 작업이 진행될 것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경주 주민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폐아스콘 이전, 선거용 액션 아니길”

현재 폐아스콘은 주거지와 멀리 떨어지고 주민 통행이 드문 구청 뒤 공영주차장에 있다. 4중 안전시설을 해서 컨테이너에 담아 보관 중이다. 그러나 방사성 폐기물을 도심에 버려둔 자체가 문제라는 게 노원구 주민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또 2012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서야 폐아스콘을 방폐장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노원구 주민들은 이번 정부의 움직임이 선거를 위한 선심성 립서비스가 아니라 행동이 따르길 기대하고 있다. 주부 송미현씨는 “아무리 방사성 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동네에 그런 물질이 있는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겠느냐”며 “실제로 (폐아스콘을) 옮겨야 옮기나 보다 하지, 아직은 안심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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