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하는 사이 막 치고 올라오네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05.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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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초반 돌풍 거세…5월까지 잘 버티면 4강 무난

NC 다이노스가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군 참가 첫해인 지난해 한화와 KIA를 누르고 9개 팀 중 7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시즌엔 넥센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순수하게 신생팀이 창단한 사례는 총 네 번 있었다. 1986년 출범한 제7 구단 빙그레 이글스와 1991년 창단한 제8 구단 쌍방울 레이더스 그리고 제9 구단 NC 다이노스와 제10 구단 KT 위즈다.

1980~90년대 신생팀의 첫 무대는 혹독했다. 빙그레는 창단 첫해 승률 0.290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쌍방울은 승률 0.424로 8개 구단 중 7위를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4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여 년 만에 신생팀으로 합류한 NC의 약진은 그래서 놀랍다. NC의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까.

NC의 구단주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미쳐 있었다. 2011년 3월 NC 창단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때부터 야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뛰었다.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면서 야구 선수를 꿈꿨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의 야구 사랑은 순수했다. 그해 9월 최동원 감독이 타계했을 때 빈소를 찾아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의 프런트 수뇌부, 감독 선임은 그래서 더 깐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NC의 창단 기치와 그룹 철학을 야구에 녹여줄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데 주력했다.

5월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6-3 승리를 거둔 NC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택진 구단주의 신중한 선택

김택진 대표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태일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만났다. 이태일 실장은 주간야구와 중앙일보에서 16년 동안 야구 담당 기자로 일한 야구 전문 언론인이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 특파원을 오랫동안 해 선진 야구의 문화와 환경을 잘 알고 있었다.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던 김택진 대표에겐 야구단을 맡길 수 있는 적임자였다. 김택진 대표는 21년간 외부에서 프로야구 생태를 바라봤던 이태일 실장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이태일 실장에게 야구단 사장직을 제의했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김택진 대표의 감독 선임은 신중하고 차분했다. 수 명의 후보를 추린 뒤 최종 면접을 본 감독은 2명이었다. 김경문 감독과 ‘야신’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택진 대표와 구단 수뇌부는 김경문 감독을 택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보여준 화수분 야구와 김경문 감독의 ‘눈’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의 눈은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진흙 밭에서 옥돌을 찾아내고 다듬는 재주가 남다른 사람이다. NC는 1군 진입 직전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을 영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NC는 롯데 이승호, 두산 고창성, SK 모창민, KIA 조영훈, LG 김태군, 한화 송신영, 넥센 이태양, 삼성 김종호를 영입했다.

대부분 이름값이 있는 스타급 선수였지만 김종호는 달랐다. 팬은 물론 취재진에게조차 이름이 낯설었다. NC는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삼성에서 많은 스타 선수 대신 김종호를 택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김종호의 플레이를 직접 눈에 담은 김경문 감독의 낙점이었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김종호는 NC 창단 첫해 1번 타자로 나서 도루왕까지 거머쥐었다.

김경문 감독의 선구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딸기’ 이재학도 김 감독의 작품이다. 이재학은 지난해 10승 5패 1세이브에 방어율 2.88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세대 재학 시절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던 투수 나성범을 타자로 전환시킨 것도 김경문 감독이다. 나성범은 팀 중심 타자로 성장했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84번째, 가까스로 프로행 막차를 탔던 경남대 권희동도 김경문 감독이 중용했다. 김 감독은 “NC 창단 첫해 경남대와의 연습경기에서 권희동의 스윙이 눈에 띄어 쓸모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진성·홍성용·원종현은 모두 기존 소속팀에서 방출당한 경험이 있다. 이런 선수들을 영입해 단단한 팀을 만든 것은 김경문 감독의 눈을 믿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경문 감독의 ‘눈’ , 싹을 틔우다

김경문 감독의 눈이 향한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김 감독은 전성기를 지나 기존 소속팀에서 은퇴를 종용받는 ‘잘나갔던 선수’에 주목했다. 재기와 은퇴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야구를 하는 이들을 아낌없이 끌어안았다. 김경문 감독은 “성냥은 마지막 불꽃이 더 센 법”이라고 말했다. 베테랑의 정신력과 경험은 NC의 젊은 신인급 선수를 자극하고, 이는 팀을 강하게 만드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이라 믿었다. NC는 손민한·박명환 등 한 시대를 풍미하다 방출당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승호·고창성·이혜천을 끌어안았다. NC 신인급 투수 윤형배는 “비시즌 기간 박명환 선배의 훈련 모습을 보고 가슴이 울렸다”고 말했다.

타선의 전력도 꾸준히 보강했다. 창단 첫해 이호준을  데려온 데 이어 지난겨울 두산에서 손시헌·이종욱을 영입했다. 모두 30대를 훌쩍 넘기고 전성기를 보낸 선수지만 성실한 모습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모범생이다. 신생팀 NC의 평균 연령은 순식간에 뛰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야구와 정신세계는 누구보다 젊다.

현재 안팎에서 평가하는 NC의 전력은 4강권이다. 외국인 투수 3인방과 이재학의 호투가 계속되고 있고 5선발 투수로 낙점받은 이민호도 최근 2경기에서 제 몫을 다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NC는 선발진이 견고해 연패를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타선의 힘은 강하다. 이종욱·김종호·박민우 등 시즌 30도루 이상 기록할 수 있는 좌타자가 즐비하다. 중심 타자 나성범·이호준·테임즈의 클러치 능력과 포수 김태군이 버티는 안방도 다른 구단과 비교했을 때 우수한 편이다. 외야 백업 오정복·권희동과 내야 백업 지석훈, 대주자 이상호 등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선수가 기다리고 있어 팀 전력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약점도 있다. 바로 불펜이다. XTM 이효봉 해설위원은 “NC는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불펜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NC는 지난 4월 한 달간 김진성·홍성용·원종현·손민한 등 방출 4인방의 활약으로 불펜의 빈틈이 메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 떨어지는 5월 이후다. NC의 불펜 투수는 대부분 풀타임 출전 경험이 드물거나 노쇠했다. 결국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2군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NC의 2군 선수는 대부분 엘리트 출신이다. 신생팀 프리미엄으로 신인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을 받았던 NC는 2011년과 2012년 엘리트 투수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스타 출신 신인급 선수는 아직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에서 지명된 노성호·윤형배·이성민이 제 몫을 해내야 한다. 프로야구 신생팀 역사는 바로 이 엘리트 출신 1라운드 3인방 투수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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