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피, ‘포스트 타이거 우즈’ 노린다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5.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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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열·배상문 등 20대 골퍼 두각…좋은 체격에 300야드 장타력 주무기

한국 그린도 ‘영건’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인가.

신세대 기수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20대 젊은 피’가 한국 골프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배상문(28)의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20대 영건 노승열이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것.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일본·아시아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남자 골퍼들은 해외파와 국내파 간에 치열한 샷 대결을 수시로 펼치며 세대교체 또한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기대주로 부각되는 영건을 보자. 미국에서는 노승열·배상문이 대표 주자다. 일본에는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이상희(22·호반건설)·이경훈(23·CJ오쇼핑), 유럽과 아시아 투어에는 백석현·김비오·정연진(이상 24) 등이 있다. 국내에선 강성훈(27·신한금융그룹)·김대현(26·캘러웨이)·김태훈(29·올댓스포츠)·송영한(23·신한금융그룹)·김도훈(25·신한금융그룹)·배윤호(21)·박일환(22·JDX멀티스포츠) 등이 돋보인다. 여기에 아마추어 ‘투톱’인 국가대표 이창우(21·한체대)·이수민(21·중앙대)이 프로 전향을 서두르고 있다. 

20대 영건은 180cm를 넘나드는 훤칠한 키에 유연성이 뛰어나 300야드를 쉽게 넘기는 장타력을 주무기로 그린을 공략하기 때문에 이전 선수와는 다른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노승열이 4월27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 AP 연합
대표 블루칩은 노승열

올 시즌 마스터스 우승자 버바 왓슨(미국)과 5월5일 PGA 투어에서 우승한 J.B. 홈스(미국)가 330야드를 날리는 데서 보듯이 요즘은 장타력이 대세다. 장타를 앞세운 영건이 국내 그린을 점령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출신 노승열이 영건의 대표주자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승열은 한국·유럽·아시아 무대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강점이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클럽을 잡았다. 아버지 노구현씨(51)를 따라 연습장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2007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8년 아시안 투어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고 그해 아시안 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아시안 투어와 유럽프로골프 투어 공동 주관인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우승해 전 세계 골프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기록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가 보유한 유럽프로골프투어 최연소 우승(18세 213일)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2010년엔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아시안 투어 최연소 상금왕을 차지했다. 2012년 두 번 째 도전 만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꿈에 그리던 PGA 투어였지만 2013 시즌 슬럼프에 빠져 시드권을 잃을 뻔했다. 그러다가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천신만고 끝에 2013~14 시즌에 합류했다. 77전78기 끝에 PGA 투어 정상에 오르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처럼 ‘포스트 타이거’를 꿈꾸고 있다.

국내 그린은 김태훈·송영한 주목 

국내에서 짜릿한 장타 승부를 펼치고 있는 김대현과 김태훈의 활약도 기대된다. 김태훈은 지난해 장타왕에 올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국내 장타왕에 올랐던 김대현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김태훈과 김대현은 드라이브 평균 300야드가 넘으며 마음 놓고 때리면 350야드를 훌쩍 넘긴다.

김태훈은 지난해 8월 보성CC 클래식 350야드짜리 파4 홀에서 원온을 시켰다. 장타자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한 방이었다.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서 쇼트게임을 강화했다. 김태훈은 프로 중에서 가장 빠른 폴로스루로 장타를 과시하고 있다.

‘라이징 스타’는 송영한. 프로 연차가 짧은 송영한은 수려한 외모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며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해 동부화재프로미오픈, 먼싱웨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메인 스폰서가 붙으면서 좀 더 편안한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현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미국 2부 투어 웹닷컴투어에서 15개 대회에 출전해 단 2개 대회에서만 본선에 진출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드라이버와 멘털이 엉망이 됐다. 올 시즌 PGA 투어 진출을 노렸으나 퀄리파잉스쿨에서 고배를 마시며 KPGA 코리안 투어에 복귀해 정상을 노리고 있다.

국내 투어의 변수는 강성훈이다. 지난해 강성훈이 미국 투어에서 좌절하고 낙심하다가 CJ인비테이셔널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하고 한국오픈 출전 자격을 따내 또다시 정상에 올랐다. 미국에서 험난한 경험을 해본 데다 국가대표를 거쳐 기본기가 탄탄하다. 지난주 유럽 투어 더 챔피언십에서 공동 20위를 차지하며 다시 국내 팬에게 돌아왔다. 2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하고 있다. 강성훈은 아시아와 국내 투어를 오가면서 경기를 벌인다. 미국 투어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김도훈도 언제든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강점은 퍼팅이다. 지난해 코리안 투어에서 퍼팅 랭킹 2위를 기록했다. 지난 전지훈련에서 비거리를 5~10야드 늘리는 데 집중했다. 김도훈은 결정적일 때 멘털이 강해진다. 지난해 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송영한을 꺾고 우승했다. 특히 올해 굵직한 메인 스폰서를 잡으면서 다승왕에 도전한다.

국가대표 출신의 배윤호는 지난 시즌 2부 투어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1부에 합류한 루키다. 장타자면서 퍼팅 기량도 뛰어나 언제든지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아시아권에서는 역시 ‘한국의 케빈 스태들러’ 백선현이 두각을 나타낸다. 겉보기에는 스포츠 선수로 보기 어려운 몸매를 가졌다. 하지만 미국의 스태들러 부자처럼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중학교 때 태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웠고, 프로 데뷔 2년 만인 지난해 아시안 투어 상금 순위 6위에 오르며 스타로 떠올랐다. 100kg이 넘는 육중한 체구를 갖고 있지만 뛰어난 유연성으로 스윙이 돋보인다. 태국어와 영어에 능통해 아시아권 국제대회에 딱 맞는 스타일이다. 태국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까지 받고 있어 심리적으로도 편안하다. 강점은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고루 잘한다는 것. 유럽과 아시아 투어를 뛰면서 코리안 투어 시드권까지 확보했다. 

김비오도 한때 잘나가던 선수였다. 그러다가 미국 진출 이후 어느 날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비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 클럽을 처음 잡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다녔다. 2007년 국가대표가 된 김비오는 2008년 한국과 일본의 아마추어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면서 한국 남자 골프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한 후 일본에서 본격적인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이듬해 코리안 투어로 돌아왔다. 2010년 KPGA 투어 조니워커오픈에서 만 19세 11개월 19일의 나이로 최연소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발렌타인 대상과 최저타수상, 신인왕을 휩쓸었다. 김비오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한국 선수 중 최연소로 통과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강성훈과 미국 무대에 진출했지만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드를 잃었다. 국내 투어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경훈·이상희, ‘준비된 스타’로 부상

‘미소천사’ 김형성(34·현대차)은 일본 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한국 선수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이경훈과 이상희가 있다. 1~2년 차를 맞은 두 선수는 2011년과 2012년 일본 큐스쿨에 각각 수석 합격하며 일본 투어에서 ‘준비된 스타’로 부상 중이다. 이경훈은 지난해 일본 투어에서 1승을 했지만 2012년 KPGA 대상을 차지한 이상희는 국내 대회에 집중하느라 2013년 힘겹게 일본 투어 시드를 유지했다. 이상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파악한 약점은 드라이브 샷의 정확도다. 그래서 스윙을 심플하게 바꿨다. 정확성이 향상됐다. 지난겨울 필리핀으로 동계훈련을 떠났던 이상희는 약점을 보완하고 일본과 국내 투어에서 뛴다.

올 시즌 KPGA에 미국·유럽·아시아 투어를 오가는 선수가 복귀하면서 ‘젊은 피’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조금 독특하다. 하키 선수처럼 자세가 낮다. 몸은 약간 앞으로 쏠려 있다. 이 때문에 체중이 발 앞쪽에 몰려 있다. 이를 단단한 허벅지가 잡아줘 편안한 어드레스를 한다. 릴랙스하면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클럽을 낮고 길게 가져간다. 이때 체중이 거의 오른쪽에 쏠려 있다. 하체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어깨 회전과 양팔의 움직임을 동시에 넓게 가져가는 원피스 테이크어웨이 동작이다.

 

 

 






오른쪽 무릎을 완벽하게 고정시키고 있다. 상체의 회전과 양팔의 움직임을 연동해 백스윙 리듬을 살려낸다. 양팔과 어깨 회전이 함께 되기 때문에 스윙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엉덩이 움직임은 최소화한다.








클럽이 지면과 일직선이 되는 순간 이미 하체는 목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강한 상체 회전과 부드러운 양팔의 모습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때 양팔은 몸을 쫓아 클럽을 다운스윙으로  한다.









톱스윙에서 이미 하체가 목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오른팔은 옆구리를 타고 내려온다. 이때 왼쪽 무릎이 약간 목표 방향으로 나가 있지만 균형감이 그대로 유지돼 파워를 내기 위한 준비가 완벽하다.









목표 방향으로 약간 나가 있는 듯한 왼쪽 무릎이 곧게 펴지면서 제대로 임팩트를 하고 있다. 오른발 뒤꿈치가 거의 들려 있고 하체가 목표 방향으로 틀어져 있는 게 특이하다.








엄청나게 큰 스윙 아크를 그리며 폴로스루가 이뤄지고 있다. 양팔을 뻗어주는 아크가 매우 크고 길다. 유연한 몸을 최대한 이용해 상체의 회전력으로 빠른 스윙스피드를 낸다. 이것이 거리를 내는 비결이다.










임팩트와 폴로스루 때 살짝 오른쪽으로 쏠렸던 체중이 피니시 동작에서 완벽하게 왼쪽으로 이동한다. 전형적인 피니시 자세로 멋진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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