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한 집 살림 차린 거 아냐?”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05.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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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vs 안철수 공천 갈등 증폭…안 측 전략 오류 불만도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내 ‘윤장현발(發)’ 공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통합 전 야권의 양대 세력이었던 민주당과 새정치추진위원회(안철수 진영, 새정추) 간의 내홍 양상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5월2일 밤 ‘친안(親안철수)파’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장현 전 새정추 공동위원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광역 및 기초선거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는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과 새정추 인사들 간 정면충돌 양상이어서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한 지붕 두 가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위원장에 대한 광주 지역 전략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빠르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 안산이다. ‘윤장현 전략 공천’ 발표 다음 날인 3일 결정된 제종길 전 의원에 대한 안산시장 후보 전략 공천은 또 한 번 당내를 술렁이게 했다. 당 지도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김철민 현 안산시장을 배제하고 김한길 공동대표와 가까운 제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자, 김 시장 측은 “상(喪) 중에 상주를 바꿨다”며 연일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 등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5월8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시당의 기초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양측 간 대립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시당은 5월6일 3차 공천 심사 결과까지 발표해 25곳의 자치구청장 가운데 16곳의 단수 후보 또는 경선 지역을 확정했지만, 나머지 9곳은 아직 결정을 짓지 못했다. 민주계 출신의 한 지역위원장은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보등록일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안 대표 측의 지분 챙기기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새정추 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새정추 측 관계자는 “서울은 사실상 민주계가 독식한 상황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반발했다.

“안철수 측, 검증도 안 된 사람 공천하려 해”

서울시당이 서울시의원 후보 선출을 위해 실시한 다면평가에서 하위를 기록해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시의원 7명을 두고서도 양측은 날을 세우고 있다. 공천이 배제된 7명 가운데 적지 않은 이가 과거 안 대표가 추진하던 독자 신당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던 터라 민주계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친안파로 분류되는 한 핵심 당직자는 “공천 배제된 시의원 7명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도 공천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측면이 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면 민주계 측은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결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전남·전북 지역에서도 민주계와 안 대표 측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공천이 곧 본선 승리’로 인식되는 탓에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남도당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이 안 대표 측 인사인 박소정 공동위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파동을 겪으면서 지난 3일에야 가까스로 집행위원회와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관리위) 등을 구성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점점 격화되고 있다.

민주계 출신의 한 의원은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새정추 측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경쟁력도 없고 검증도 안 된 사람들을 공천하려고 한다”며 “개혁 공천과 새 정치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구태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추 측 한 공천관리위원은 “이대로 가면 수도권의 공천 결과처럼 ‘100 대 0’ 정도로 민주당식 공천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자기 사람 챙기기, 기득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성토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 심사를 진행하던 도중 중앙당 기초단체장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한 5명의 기초단체장(전남 고흥·신안·영암·장흥·함평 군수)에 대한 배제 여부 등을 놓고 충돌하다 새정추 측 공천관리위원들이 집단 퇴장했지만, 민주당 측 공천관리위원들은 새정추 측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심사를 계속했다. 민주계 출신의 한 위원은 “우리끼리 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새정추 측 사람들 1~2명이 참가한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혹시 몰라 속기사도 두고 녹음까지 다 했다”고 반박했다. 

5월8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을 문재인 의원이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새정추 측 후보들이 궤멸당하고 있다”

5월10일 경선을 앞두고 전남도지사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당비 대납’ 등 불법 시비가 뇌관으로 남아 있다. 새정추 측 인사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낙연·주승용 후보에 대해 각각 검찰 고발과 수사 의뢰를 한 데다 자칫 이들 중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가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계 측에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전북도당의 상황도 전남도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양측 간 충돌로 새정추 측 공천관리위원들이 5월7일 전화 착신 여론조사 등을 이유로 공천 심사 중단을 선언하고 공천관리위에 불참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새정추 측은 기초단체장 3~4곳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출신들은 특정 지역에 대한 인위적인 전략 공천은 불가하다고 맞서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다 보니 일각에선 “통합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격한 반응도 보인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새정추 측 인사들이 정말 집요하게 요구한다. 차라리 통합을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새정추 측 인사들 사이에선 이런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새정추 출신의 한 인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새정추 측 후보들이 궤멸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새정추 측 후보들 자체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를 이용해 민주계 측이 무조건 경선하자고 밀어붙이는 것도 통합 정신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이럴 것이었다면 그냥 독자 노선을 걸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새정추 내부에서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안 대표 등 새정추 출신 지도부의 전략적 오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새정추 출신 인사는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우리 진영 후보들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사전에 지도부에서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어영부영하다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며 “거기다 윤장현 후보의 광주 지역 전략 공천만 언론에 부각되면서 다른 곳은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산 같은 경우는 전략적으로 안 대표 몫으로 사전에 묶어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제 전 의원에게 뺏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직인 김철민 시장은 당내 정세균계로 분류되고, 새정추 측 인사로 분류된 박주원 전 시장은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해 전략 공천이 어렵게 되자, 그 틈을 김 대표와 가까운 제 전 의원이 파고들었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이 인사는 “개혁 공천을 얘기한 안 대표 스스로가 최강·최적의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했으니 어쩔 수 있겠느냐”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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