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춘추전국시대’ 왔다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4.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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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커머스 급성장…티몬·쿠팡·위메프 등 3강 구도 무너져

초기의 소셜 네트워크는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의 확장에 머물렀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수천만 명의 회원을 가졌어도 동네 식당의 음식 가격을 내리는 영향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최근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은 정보 공유와 평판의 공유를 거쳐 욕구의 실천이라는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온라인의 파워를 오프라인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가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의 등장이다.

소셜 커머스라는 말은 2005년 야후의 쇼퍼스피어(Shoposphere)를 통해 처음 소개되고 그루폰(groupon.com)을 통해 자리 잡았다. 소셜 커머스의 한 분야인 소셜 쇼핑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쇼핑을 말하는데, 그루폰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그루폰은 미국 시카고 대학 행정대학원을 중퇴한 28세의 앤드루 메이슨이 창업한 사이트다.

ⓒ 일러스트 정찬동
그루폰이라는 소셜 쇼핑은 참으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이면 싸진다’는 단순한 주제를 IT 플랫폼과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다. 김밥 한 줄은 할인해주지 않지만 김밥 천 줄을 주문하면 가격이 할인되는 원리다. 모이면 싸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오프라인을 통해 천 명을 모으기란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루폰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 천 명을 모을 수 있게 해줬다. 모이면 싸진다는 단순함을 IT로 구현함으로써 소셜 쇼핑의 열풍을 태동시킨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루폰을 베낀 티몬(티켓몬스터)을 비롯해 수십 개의 그루폰 카피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현재는 티몬·쿠팡·위메프(위메이크프라이스) 3강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티몬은 2010년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쿠팡은 2010년 8월, 위메프는 2010년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그루폰의 모델은 유통의 혁명을 가져왔다. 거래가 성사되면 한 번에 큰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거래가 불발되어도 소셜 쇼핑 사이트를 통해 회사나 식당 홍보를 한 셈이니 역시 이익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실제로 매출 이익이 발생하고 불발돼도 마케팅 효과가 있으니 거래 기업으로서는 소셜 쇼핑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3강 업체 모두 월 거래액 1000억 넘겨

티몬의 경우 시작 당시에는 직원이 5명뿐이었지만 3년이 지난 후 1100명으로 증가했다. 위메프는 고객센터 상담원만 700명이며, 2014년 5월까지 상담원을 11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소셜 쇼핑 업체는 시장을 키워 나가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3년 7월 쿠팡이 월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티몬과 1등을 다툴 것으로 보였는데, 위메프가 2013년 12월 월 거래액 1500억원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처럼 1위부터 3위까지는 매달 순위가 바뀌는 중이다. 현재 세 업체 모두 월 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기면서 연간 거래액은 서비스별로 1조원을 넘긴 상태다. 세 업체만 4조원 넘는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서비스 내용과 상품 구성도 계속 바뀌고 있다. 2013년 이목을 끈 분야는 뷰티 쪽이다. 위메프의 경우 2013년 화장품과 뷰티 카테고리가 전년보다 174% 증가했다. 신규 상품으로 등록되는 상품만 하루 40~60개, 연간 1만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는 카테고리가 됐다. 티몬도 2013년에 화장품·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200%의 성장세를 보였다. 소셜 쇼핑 3사의 거래액 비중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른데 티몬의 경우 배송 상품이 67%, 지역이 19%, 여행·레저가 12%, 문화가 2%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셜 쇼핑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셜 쇼핑의 고비용·저이익 구조, 소비자 불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새로운 형태의 소셜 커머스 등장과 같은 변수가 있어 지금처럼 소셜 쇼핑의 3강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톡의 커머스를 들 수 있다. 카톡의 경우 2013년 모바일 게임의 총 매출액만 8000억원을 넘기면서 게임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많은 사람이 게임 쪽만 신경 쓰고 있는데 커머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 총 거래액이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제품 수의 증가를 통해 성장세가 무섭다는 점은 추론할 수 있다.

카톡의 선물하기 상품 수는 8건으로 시작해 2010년 12월 100품목, 2011년 12월 1400여 품목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500여 개 브랜드, 1만3000개로 증가했고 다시 1년 후인 2013년에는 1400여 개 브랜드, 6만2000개로 급격하게 늘었다. 카카오 커머스 브랜드에는 현대백화점 전문관까지 입점해 있으며, 몇 천 원짜리 커피 기프티콘은 이제 1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판매할 정도로 상품 범위가 확대됐다. 구매 형태도 선물하기에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의 구매로 변화하고 있으며, 카카오 커머스는 식품·육아용품·보석·공산품·공연 등으로 품목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백화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2014년부터 카카오 커머스의 거래액도 급증할 전망이다. 경쟁 서비스인 라인과 밴드도 선물하기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소셜 쇼핑인 티몬으로 급성장한 한국의 소셜 커머스는 카카오톡·라인·밴드와 같은 소셜 플랫폼의 커머스 진출로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카톡은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가상화폐를 친구에게 송금하는 서비스에 이어 PG 모듈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결제 때마다 신용카드 입력이나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통합이 이뤄질 경우 최초 거래에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이후에는 카톡 비밀번호 입력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지는 등 간소화되고 결제 금액도 커진다. 중소 쇼핑몰의 결제를 카톡으로 할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카톡에 결제 모듈이 붙을 경우에는 카톡이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하게 되고 오픈마켓, 소셜 쇼핑 등과 정면 대결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결국 이들 기업의 회귀점은 하나다. 모바일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도권 장악이다. 기존의 백화점·할인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모바일 전자상거래를 잡으려 하고 있고 오픈마켓과 소셜 쇼핑, 카톡 등 SNS,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도 모바일 전자상거래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셜 커머스는 여전히 진화 중이며 최종 승자가 누구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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