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영변에 ‘신경수로’ 추가 건설 나섰다
  •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
  • 승인 2014.04.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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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병진 노선’ 최종 목표는 소형화된 핵미사일 완성

지난해 2월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강행됐다. 당시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북한의 핵실험이 있은 지 한 달 후인 3월31일 북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핵 병진 노선)’을 김정은 3대 세습 체제의 전략적 노선(목표)으로 공식 채택했다.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10~30%를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하는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가 국제사회 앞에 대놓고 핵을 개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담론을 연일 화두로 내세우며 북한을 향해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이룬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즉각 원색적 비난과 함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며 간헐적인 도발을 하고 있다.

안명철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전 북한 22호 회령수용소 경비대원)이 지난해 2월27일 유엔 북한인권위원회(COI) 설립 촉구 탈북자단체연합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실험장을 건설하고 보수하기 위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강제 동원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경수로 내년 10월10일까지 완비하라”

1995년 12월 북·미 간 기본 합의인 ‘제네바 합의’에 의해 탄생한 KEDO와 북한 간에 신포 경수로 공급 협정이 체결됐다. 북한이 원자로 연료봉 재처리(플루토늄 추출)를 통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2003년까지 100만㎾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고, 완공 전에는 중유 50만톤을 매년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총 45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며, 1997년 8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1998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금창리 지하 시설에 또 다른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의혹이 커져갔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금창리 지하 시설에 대한 미국 조사단 파견을 허락하는 대신, 그 대가로 미국은 50만톤의 식량과 씨감자 1000톤을 제공했다. 결국 금창리 지하 시설이 핵시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핵개발 의혹은 일단락됐지만, 대신 북한은 자신을 ‘의심한 대가’로 상당한 지원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 이른바 ‘핵’이라는 카드를 내걸고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후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북한 핵개발 의혹이 국제사회에 공개되면서 제네바 합의의 핵심인 ‘핵동결의 성실한 이행’을 파기하게 된다. 뒤이어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면서 그때까지 15억 달러를 투입한 경수로 공사가 2006년 완전 중단됐다. 북한에 ‘핵’이란 김정은 체제를 지키는 군사적 수단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끄집어내는 유용한 카드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이 영변에 새로운 경수로를 추가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필자의 북한 소식통인 고위급 인사에 의해 전달된 이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해 8월 최고사령부와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핵 관련 책임일꾼들과의 회의에서 영변에 새로운 감속로 및 신경수로를 만들어 2015년 10월10일에 완비해 전력을 뽑아내는 것과 동시에 플루토늄 케이크를 만들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동시에 영변에서 이미 건설 중이던 새 흑연감속로 건설도 함께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롭게 건설하는 경수로의 전력을 뽑는 것을 통해 미래에 핵무기용 원자로 건설과 함께 2019년까지는 자체로 북한 3곳에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 핵의 위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2014년 봄 북한은 지난해의 3차 핵실험보다 더 강력한 4차 핵실험 스위치를 매만지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에 대해 “자위적 국방력의 중추인 우리의 핵무력은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 책동으로부터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굳건히 지켜주는 민족 수호의 만능의 보검”이라는 수식을 붙이며 핵 병진 노선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관련된 내부 시스템은 이렇다. 최고사령부의 일사불란한 지도 아래, 중앙당 군수공업부와 당중앙군사위원회 산하 연구소 그리고 국방위원회 산하 연구소들이 독립적인 연구 체계에 의해 핵개발과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핵 관련 기관들은 크게 국방위원회 직속 131지도국(핵원료 조달 및 핵개발용 지하시설 건설 전문), 국방위원회 및 중앙당 군수공업부 직속 핵 관련 ○○○연구소, 핵개발용 플루토늄 시험장 겸 생산 전문 담당 기관인 영변원자력공업지구(영변핵단지), 핵미사일 탑재와 관련한 전문 생산 및 실용 데이터를 완성하는 제2자연과학원, 제2경제위원회 관련 연구·생산 기관 등으로 나뉜다. 이 기관들에 대해 통합적이며 구체적인 실제 연구 목표들과 그 수행을 위해 필요한 물자들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면서 모든 데이터들을 관리하는 헤드쿼터는 최고사령부 관련 부서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변 핵시설 주위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 AP연합
변화하는 국제사회…북, 핵무기에 사활

최근 북한의 대미(對美)·대남(對南) 혹은 대중(對中) 외교도 이러한 김정은 정권의 핵 병진 건설의 전략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패턴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의 핵개발 관련 상황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김정은 체제의 대남 위협으로 핵미사일의 소형화 진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거리 미사일(1200㎞) 정도에는 핵미사일 탑재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때문에 지금 북한의 핵 경수로 건설 재개를 단순하게 보고 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초 북한이 대남 정책을 유화적으로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의 상황은 또 다르다. 김정은 정권은 아주 위험한 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날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변화하는 국제사회 앞에서 북한이 더욱더 핵무기에 전력을 집중하며 사활을 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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