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우승 1순위, 넥센·삼성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3.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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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전문가 10인 전망…LG·두산·롯데 4강 다툼

2014년 프로야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개막일(3월29일)이 다가올수록 팬들은 올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지 궁금해한다. 시사저널은 야구 전문가 10명에게 올해 각 팀의 예상 성적을 물어봤다.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사상 유례없는 혼전’이다. 차명석 MBC 해설위원은 ‘9강 9약’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4강 다툼은 8팀의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한화를 제외한 8팀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번 2014 프로야구 판도 분석 설문조사에서는 강팀으로 지목된 횟수가 가장 많은 팀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고, 하위 팀 후보로 지목된 횟수가 많은 팀을 약팀으로 분류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자주 강팀으로 지목된 팀은 넥센과 삼성. 두 팀은 9번 지목돼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목 횟수는 같지만 넥센의 강점을 이야기할 때 확신을 갖고 말하는 전문가가 더 많았다.

3월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시범경기 넥센과 삼성의 2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1회 무사 2루에서 이택근의 적시타 때 2루 주자 서건창이 홈까지 쇄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 뉴스뱅크이미지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은 “넥센의 올해 타자 라인업은 메이저리그급”이라고 평가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타선이다. 전성기 해태(현 기아)에 못지않다. 상대 팀 원투 펀치 투수진과는 쉽지 않은 승부일지라도 3-4-5 선발진 중 넥센 타선을 견뎌낼 투수가 없을 듯하다. 매주 5할 승부 이상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박재홍 MBC 해설위원도 “넥센은 투타 안정성, 백업 요원까지 좋다.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을 정도”라며 넥센이 ‘자원 부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넥센의 약점은 타선에 비해 투수진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는 “선발진에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기본적으로 넥센의 투수진은 좋다.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도 리그 최고 수준이고 과감한 트레이드가 가능한 팀이라는 점에서 올해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고 꼽았다. 선수 영입의 귀재로 통하는 이장석 구단주가 우승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승부처가 되는 시점에 전격 트레이드 같은 방법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삼성, 오승환·배영섭 없어도 여전히 강팀”

지난해 우승팀 삼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도 강팀”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배지헌 야구 칼럼니스트)이란 단서가 달린 것도 공통점이다.

삼성은 오승환의 해외 진출, 1번 타자 배영섭의 군 입대로 팀 전력이 약화된 반면 특별한 플러스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박재홍 위원은 “삼성은 투수력으로 버티는 팀인데 이 부분이 약해졌다. 오승환이 빠지면 다른 부분이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하는데 용병 투수도 부상을 입었다. 배영섭의 대체 카드로 정형식 선수가 거론되는데 지난 2년간 배영섭이 보여준 퍼포먼스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국내 투수로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용철 KBS 해설위원)이라거나 “오승환과 배영섭을 대체할 안지만이나 정형식 카드도 괜찮고 이승엽이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이병훈 위원)며 삼성이 여전히 강한 팀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 예상에 따르면 4강의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LG·두산·롯데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LG의 ‘4강 직행론’은 “투타가 안정감 있게 짜여 있다”(이효봉), “나이 든 선수가 많아 부상만 조심한다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박동희)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이후 전격적으로 단행된 세대교체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력한 1등 후보”(차명석)로 꼽히기도 하지만, “괜찮은 젊은 선수가 많은 반면 새 사령탑이 검증되지 않았다”(박동희)는 유보 조항이 달렸다. 민창기 스포츠조선 기자(야구팀장)는 “삼성·넥센, 한화·기아를 뺀 나머지 팀 간의 3, 4위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병 쿼터 늘어 용병이 잘하면 4강권”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4강권 팀을 지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팀 간 전력 차가 그 어느 때보다 작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용병 한도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면서(신생팀 NC는 4명) 용병의 활약 여하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서 팀들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됐다”(이용철 위원), “용병 3명이 다 잘하면 4강권”(차명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환범 스포츠서울 기자(야구팀장)의 분석이다. “중위권 혼전에서 초·중반에 얼마나 승수를 쌓느냐가 우승의 관건이다. 용병이 버텨주는 팀이 우승팀이다. 올해 용병이 팀마다 한 명씩 더 늘어났는데 분명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용병이 나올 것이다. 전체 팀의 반 정도는 중도에 못 믿겠다고 갈아치울 것이다. 그런 팀은 올해 농사를 망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런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올 시즌에도 용병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화섭 일간스포츠 기자(야구팀장)는 “지난해 모든 구단이 투수 용병을 2명씩 썼지만 덕을 크게 못 본 삼성과 두산이 우승과 준우승을 했다. 그만큼 국내 선수의 전력이 탄탄해졌기에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용병의 실력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다.

팀 전력 평가에서 편차가 가장 심한 팀은 기아다. 한화보다는 강하지만 그래도 ‘2약’으로 꼽는 이가 많았다. 기아를 4강 후보로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기아는 올해 무조건 4강”이라는 의견을 낸 이병훈 위원은 “이대형은 기량을 의심할 여지가 없이 좋은 1번 타자다. 문제는 정신력이다. 이대형이 트레이드를 통해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기아가 중간계투진이 약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 운용에서는 선동열 감독이 국내 최고”라며 ‘기아 4강 직행론’을 주장했다. 박동희 기자는 “전력으로만 따지면 기아는 4강 후보다. 다만 부상자가 많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본격적인 팀 재건 작업에 나선 한화는 대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평을 받았지만 “팀 리빌딩 첫해에 4강 욕심은 무리”(민창기)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예상’이라는 점이다. 선수 출신인 박재홍 위원은 “축구나 농구는 전력대로 성적이 나오지만 전력대로 안 되는 게 야구다. 올 시즌 야구 판도는 압도적으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팀을 보기 힘들다. 버티는 팀이 4강에 올라갈 것이다. 예년에는 어느 팀이 치고 나가느냐가 중요했지만 올해는 버티는 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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