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전부터 불꽃 튀는 ‘한 지붕 네 가족’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3.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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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지방선거 경선 앞두고 계파 간 기싸움 치열

본선 대결에 앞서 펼쳐지는 예선 격인 당내 경선에서는 계파 간 힘겨루기가 첨예하게 펼쳐진다. 여당인 새누리당에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으로 선명한 구도가 형성된 것에 반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소 복잡하다. 흔히 민주당은 ‘친노(親노무현)’와 ‘비노(非노무현)’가 대립했으나 친노가 한때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되면서 이 내부에서도 분화가 일어났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친노의 새로운 수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문 의원을 중심으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 것이다. 친노 주류를 ‘친문(親문재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내 강경파도 친문이거나 그에 가까운 성향으로 분류한다. 반면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냉소적이거나 유보적인 친노 비주류는 계파로 보기에는 결속력이나 구심점이 없지만, 그래도 친문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이들을 통칭해서 ‘범(凡)친노’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통합 파트너로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측이 가세하면서 이제 친노 주류(친문)와 친노 비주류, 비노 그리고 ‘친안(親안철수)’ 등 크게 네 계파가 대립하는 양상이 됐다. 계파는 ‘인물’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비노와 친노 구분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듯이 친노 주류엔 문 의원이, 친안에는 안 위원장이라는 대권 주자가 자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용섭·강운태·윤장현·이병완 후보(왼쪽부터). ⓒ 연합뉴스, ⓒ 시사저널 전영기, ⓒ 시사저널 이종현
광주, 각 계파 후보 ‘경선 룰’로 대립

야당 경선 구도의 계파 대결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은 광주광역시다. 지금 광주에선 4명의 후보가 대립하고 있다. 현 시장인 강운태 후보는 굳이 분류하자면 비노에 가깝다. 그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 의원(광산 을) 이용섭 후보는 친노 주류로 분류된다. 안 위원장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의 공동위원장인 윤장현 후보는 당연히 친안이다. 이 3파전에 뒤늦게 뛰어든 노무현재단 이사장(광주 서구의원)인 이병완 후보는 친노이면서도 비주류에 가깝다. 네 계파가 얽히고설켜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향후 광주 경선을 놓고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계파별로 양보 없는 일전을 불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요신문이 3월9일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서 광주 시민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주시장 적합도 AR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섭 후보가 30.5%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뒤를 강운태 후보(21.2%), 윤장현 후보(17.8%), 이병완 후보(12.7%) 등이 이었다(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3.1%포인트, 응답률 3.25%).

역시 관심은 경선 룰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이 곧 본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각 계파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당초 민주당의 경선 룰은 당원 50%와 시민 50% 배분으로 여론을 반영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으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식이 100% 시민 여론조사 또는 시민 배심원제·공론조사 등이다. 여기에는 각 후보자와 계파 진영 나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이용섭 후보 측에서는 100% 여론조사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인지도에서 아직 뒤지는 윤 후보 측에서는 시민 배심원제와 공론조사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친안 진영에서는 은근히 ‘5 대 5 통합 정신’을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통합 정신을 살려 호남 지역 세 곳 가운데 한 곳 정도는 친안 측에 배려해야 한다는 바람이다. 반면 현역 시장으로 당원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강 후보 측은 기존대로 당원이 참여하는 경선을 바라고 있다. 이병완 후보는 아예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선거를 통해 심판받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4명의 후보가 대립하고 있어 컷오프 여부도 관심거리다. 경선 후보를 3명으로 제한할 경우, 계파별 이해관계가 또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일요신문이 다자 구도 적합도 조사에서 1~3위를 차지한 3명을 대상으로 2차 적합도 조사를 다시 한 결과, 이용섭 후보가 34.8%로 여전히 선두인 반면, 윤 후보(24.6%)와 강 후보(23.9%)는 오차 범위 내에서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 불복 사태도 충분히 예상된다. 특히 강 후보는 공천이 안 되면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을 칠 가능성이 있다. 강 후보는 이미 2000년과 2008년 총선 때 광주 남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못 받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전력이 있다.

경기도 상황도 사뭇 치열하다. 역시 4파전인데 민주당 의원인 원혜영(부천 오정)·김진표(수원 정) 후보는 친노 비주류에 가깝지만 비노 진영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친노 주류로 분류된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친안 쪽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친안, ‘5 대 5 통합 정신’ 들어 양보 기대

경인일보가 휴먼리서치에 의뢰해 3월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상곤 후보가 25.3%로 선두였고, 김진표 후보가 20.5%로 오차 범위 내에서 뒤를 이었다. 원혜영 후보는 10.6%, 김창호 후보는 4.1%였다(경기 지역 1522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2.5%포인트, 응답률 3.2%). 매일경제가 매트릭스와 공동으로 3월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상곤 후보(22.9%)와 김진표 후보(19.2%)가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1, 2위를 유지했고, 원혜영 후보(11.8%)가 그 뒤를 이었다(경기 지역 6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4.0%포인트, 응답률 20.7%).

친안 측은 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사실상 확정적인 만큼, 내심 경기도지사는 넘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상으로 현재 앞서고 있는 김상곤 후보는 100% 시민 경선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진표 후보는 “당원 의견이 50%까지는 아니라도 최소 30%는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원혜영 후보는 시민 배심원제·공론조사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전남과 전북도 현재 4파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곳은 비노와 친안의 맞대결 양상이다. 전남의 주승용·이낙연·김영록 의원과 전북의 유성엽 의원, 송하진 전 시장은 모두 비노로 분류된다. 반면 전남의 이석형 전 군수와 전북의 강봉균 전 장관, 조배숙 전 의원 등은 친안 진영에 서 있다. 따라서 통합 작업을 주도해온 양 계파 간에 ‘전략 공천’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지사 경선을 둘러싼 비노 진영의 소계파 간 신경전도 볼거리다. 주 의원은 ‘김한길계’에 가깝고, 이 의원은 ‘손학규계’, 김 의원은 ‘박지원계’에 가깝다.

현역 단체장으로 사실상 출마가 확정적이거나 유력시되는 인사들도 계파별로 나뉘어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비노에 가깝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친노 주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친노 비주류로 분류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친노와 비노는 물론, 친안까지 모두 스펙트럼이 걸쳐 있는 사실상 무계파로 보고 있다. 정강·정책 논란 등 통합에 따른 몸살을 앓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는 본선 못지않은 혈전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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