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중·청주고 ‘죽마고우’의 혈투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4.03.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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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총선 때부터 맞붙어…선거 결과 예측 불허

전국이 지방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민선 단체장 선거는 이번으로 6번째를 맞는다. 2년마다 반복되는 지방선거와 총선으로 인해 각 지역에는 ‘숙명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때로는 동문끼리, 친구끼리, 혈연끼리 맞붙기도 한다. 시사저널은 6·4 지방선거를 맞아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맞수 열전’을 연재한다.

 

인구 160만을 턱걸이하는 작은 광역단체 충청북도의 도지사 선거가 전국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역대 선거마다 충북 지역이 여론의 바로미터가 됐다는 정치적 징크스가 한몫하지만, 당장은 등장인물(후보)의 이력 때문이다. 여야 유력 후보의 면면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소설과 같다. 도지사 후보로 나선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지역 명문고로 통하는 청주고 출신들이다. 통합 신당 후보인 이시종 현 지사가 그렇고,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윤진식 의원을 비롯해 이기용 현 교육감, 서규용 전 농림수산부장관, 안재헌 지방발전위원회 지방분과위원장 등 5명 모두가 청주고 출신들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지사와 윤 의원, 서 전 장관이 청주고 39회 동기라는 점이다.

윤 의원은 이 지사 등과 같은 해 입학했다가 병치레를 하느라 한 해 늦게 졸업했으나 동기생으로 친다. 이 교육감은 세 사람보다 3년 선배고, 안 위원장은 1년 후배다.

2011년 6월17일 충북 충주시 가금면에서 열린 중부내륙고속도로 기공식에 참석한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두 사람이 서로 외면한 채 기공식 발파 버튼을 누르기 위해 서 있다. ⓒ 연합뉴스
충주·청주 오가며 선거 때마다 격돌

아직 대진표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시종 대 윤진식 간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시종 현 지사를 꺾을 대항마로 윤진식 의원이 적합하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민주당을 압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65%대였다. 이렇게만 보면 지방선거 역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교육감, 서 전 장관, 안 위원장 등 새누리당의 예비후보군을 내세워 이시종 지사와 가상 맞대결을 붙이면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나경원 전 의원 차출설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의 부친이 충북 영동 출신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시종 지사와 맞붙일 경우 그나마 승산이 있는 여권 후보로는 윤진식 의원이 있었으나 그는 일단 제외됐었다. 지난 2월 초까지는 윤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우택 최고위원 등이 3선 교육감 경력의 이기용씨를 밀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윤 의원이 최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다른 여당의 후보군과 달리 윤 의원은 이 지사와의 가상 맞대결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시종-윤진식’ 대결로 최종 대진표가 확정되면, 청주 양반골에서 거의 ‘골육상쟁’급 전투가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의 이력과 특수 관계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청주고 동기동창이면서 출신 지역 또한 둘 다 충주다. 중학교 역시 충주중 동기동창이다. 그러니 죽마고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이다.

이 지사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10회)를 거쳐 내무 관료로 성장했고, 윤 의원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12회)를 거쳐 경제 관료로 컸다.  

좁은 바닥에서 각기 ‘잘나가던’ 두 엘리트 관료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맞붙었다. 충주 국회의원을 놓고 벌인 첫 대결의 승리는 ‘이시종’ 차지였다. 재무부 차관, 산자부장관을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세라는 소리를 들은 ‘윤진식’이었지만, 충주시장 3선에 현역 지역구 의원이던 이시종 지사에게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사실 지난 1995년 민자당(새누리당의 전신) 공천으로 충주시장이 됐던 이 지사가 이후 반대 진영인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2004년 17대 국회의원이 된 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다. 당시 인물난에 허덕이던 열린우리당은 당초 ‘윤진식’에게 눈독을 들였는데 여의치 않자, 이 지역 출신인 서울의 한 언론사 대표가 중재에 나서 ‘이시종’으로 교통정리됐다. 

이후 이시종 의원이 도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절치부심하던 윤진식 의원에게 기회가 왔다. 윤 의원은 2010년 치러진 충주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데 이어, 19대 총선에서는 70%에 가까운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된 두 사람은 겉으론 ‘친한 사이’를 강조하면서도 공식 석상에서 내놓고 상대를 비난하는 연설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차기 도지사를 놓고 일전을 겨룰 태세다.

6월4일 충북도지사 선거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선거 불패의 관록 있는 현직 이시종 지사가 결국 지사 타이틀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과, 높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와 여당의 지지율에 힘입어 윤진식 의원이 뒤집을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충북 지역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통합 청주시 유권자의 표심 등과 충북 특유의 강한 비판 의식 등으로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키 어렵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진 통합 청주시의 인구는 충북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지시와 윤 의원은 모두 이 지역이 아닌 충주 출신이다. 이 지사가 여당 후보군을 앞서면서도 유독 청주시에서만은 밀리는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소지역주의’ 작용 여지가 있는것이다.

통합 청주시장·교육감 후보도 청주고가 다수

이 지사와 윤 의원의 친정이라고 할 충주의 정서도 주목된다. 이 지사가 10년 넘게 가꿔온 텃밭을 물려받은 윤 의원은 대기업 유치 등을 전개해 이 지역 지지율에서 이 지사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의 이종배 현 충주시장이 윤 의원에게 반발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등 변수는 여럿이다. 지역 민심이라는 게 원체 미묘해 20여 만명에 지나지 않는 충주 유권자라고 해서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닌 것이다. 반면 청주의 분위기는 충주와 또 다르다. 이곳에서는 이 지사가 윤 의원에게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청주고’는 도지사 선거에서만 얘깃거리가 되는 게 아니다. 충북의 핵심 지역인 청주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의 현직 한범덕 시장이 청주고 출신이고, 그에게 도전하는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 남상우 전 시장은 청주고 선배다. 세광고 출신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이 청주시장에 도전하게 된 것도 ‘청주고 일색’이라는 역풍을 우려한 ‘윤진식 도지사 후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소문은 그래서 나돈다.

청주고의 파워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확연하다.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한 홍순규 교육과학연구원장, 강상무 외국어고교장, 김석현 전 전남 부교육감, 홍득표 인하대학장 등이 모두 청주고 출신이다. 김학봉 개신초등학교장은 청주고의 동생 격인 청주중 출신으로 이들 동문 간에 후보 단일화 논의도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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