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고 싶은 욕망이 SNS 키운다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2.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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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라 성장과 쇠퇴 반복…현재는 스마트폰 사교형이 대세

사람들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자주 소통하기를 꿈꾼다. 스마트폰 보급에 비례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확산되는 이유는 소통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하철 안이나 카페, 목욕탕, 침대에서도 SNS에 접속해 지인 또는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에도 사람들은 소통을 꿈꿨지만 그때는 지하철과 카페 안에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와 컴퓨터가 없었기에 소통하지 못했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한국인들은 하루 한 시간 이상을 소통에 쓰고 있다. ‘소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처럼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SNS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기준에 따라 출발 시점이 다를 것이다. 온라인으로 기준을 잡을 경우 컴퓨터 네트워크가 구성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네트워크가 소통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유즈넷·BBS·EIES(전자정보 교환 서비스) 등도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들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인터넷 소셜 소프트웨어라면 이메일이 될 것이다.

전자우편(e-mail)은 ‘레이 톰린슨’이 만든 도구로 1971년 10월에 개발됐다. 이메일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소셜 협업을 위해 만든 도구로 등장했기 때문에 이야말로 최초의 인터넷 소셜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메일을 SNS에 포함시키지 않고 개인적인 도구로 분류하는 이유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 honeypapa@naver.com
개방형 SNS 원조는 ‘식스디그리즈닷컴’

SNS를 ‘전 세계의 불특정 다수 누구나 온라인에 접속해 다른 사람과 사귀고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적인 서비스’로 규정한다면 인터넷 SNS의 역사는 20년 정도에 불과하다. 요즘의 SNS와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미국에서도 PC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1985년의 ‘The Well’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웹 시대로 접어든 이후에는 ‘Theglob.com’(1994년), ‘지오시티즈’(1994년), ‘트라이포드’(1995년) 등이 만들어졌다. 이들 사이트는 SNS라는 개념보다는 개인 홈페이지 성격이 강했지만 대화방과 게시판이 있었기 때문에 SNS 기능도 수행했다. 또한 학교 동창생 서비스인 ‘Classmates.com’(1995년)은 처음부터 인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의 SNS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는 개방적인 형태의 SNS의 원조라면 아무래도 ‘식스디그리즈닷컴(SixDegrees.com)’(1997년)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말하는 SNS의 원형은 식스디그리즈닷컴으로부터 대중화되었다. 이후 2002년에 프렌드스터(Friendster)가 등장하고, 구글의 오르쿳(Orkut), 싱(Xing), 마이스페이스(Myspace), 야후360(Yahoo360),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페이스북(Facebook), 한국의 프리챌·다음카페·싸이월드, 일본의 고쿠(Gocoo)·믹시(Mixi), 캐나다의 넥소피아, 중국의 QQ·Hi5, 독일의 dol2day, 유럽의 Tagged·Skyrock, 중미 및 남미의 Orkut 등 대륙이나 국가별로 각기 다른 서비스가 등장해 시장을 지배했다.

한국도 미국처럼 20년 넘는 역사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PC통신 서비스인 천리안의 한글 메일(H-mail) 사용자가 만든 ‘사랑방’이라는 모임이 사실상의 첫 번째 온라인 SNS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사설 BBS와 케텔(하이텔), 천리안 등의 PC통신 게시판과 대화방, 동아리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가 생성되고 발전했다. 이때 만들어진 소셜 네트워크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케이벤치·디시인사이드·대자보 등으로 확산됐다.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동창생 찾기 서비스, 다음카페, 프리챌, 싸이월드, 인맥 관리 사이트인 링크나우, 마이크로블로그인 미투데이 등으로 다변화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에는 카카오톡·라인·밴드 등 24시간 접속 가능한 SNS로 확산되고 있다.

길지 않은 SNS의 역사지만 몇 가지 특징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흥망성쇠가 주기적으로 반복됨을 알 수 있다. 플랫폼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공개-폐쇄’ ‘익명-실명’ ‘지인-비지인’ ‘정보-사람’의 대치되는 개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서비스의 유행을 이끈다.

2004년 1월 톰 앤더슨(Tom Anderson), 크리스토퍼 드울프(Christopher DeWolfe)가 공동 창업한 마이스페이스는 2005년에 가장 크게 성장한 서비스가 됐는데 초기에는 익명이라는 점이 성장에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익명성이 지닌 폐해 때문에 성장이 멈췄다. 대신 실명제의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이 등장했다. 트위터 역시 익명제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다 최근에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익명 서비스는 누구나 가입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 때문에 초기에는 빠르게 회원을 모으고 성장할 수 있지만 익명성이 주는 불확실성 때문에 일정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아이러브스쿨은 동창생이라는 지인을 찾기 위한 서비스로 급성장했으나 곧 쇠락했다. 지인 서비스는 초기에 주변 사람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지만 새로운 인물이 주는 신선함이 없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정체하다가 프리챌·싸이월드와 같은 비지인 SNS에 밀린다. 최근 네이버에서 내놓은 밴드 역시 지인만 초대 가능한 지인형 SNS이기 때문에 초기에 급성장한 후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폐쇄형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인형 SNS는 대부분 공개형이 아닌 폐쇄형 SNS인데, 폐쇄형 SNS는 자료 공유가 어렵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를 지닌다.

트위터·유튜브·블로그는 정보 공유가 목적인 SNS인 반면 페이스북·링크드인·카카오톡은 사람 사귐이 목적인 SNS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초기에는 정보형 SNS가 성장하고 그 이후에는 사교형 SNS가 두각을 보인다. 2005년부터 불기 시작한 웹2.0 시대에는 정보 공유에 더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트위터·블로그·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도 정보성 앱이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페이스북·위챗·카카오톡 같은 사교형 SNS가 큰 위세를 떨치고 있다.

SNS, ‘정보 추구’에서 ‘사교형’으로 진화

‘개방-폐쇄’ ‘익명-실명’ ‘지인-비지인’ ‘정보-사람’의 대치되는 개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인터넷, 웹2.0,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변환 초기에는 ‘개방·익명·지인·정보’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SNS가 먼저 성장하지만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폐쇄·실명·비지인·사람’을 내세우는 SNS가 강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정보성을 추구하다 나중에는 믿을 만한 실명의 인물을 만나 사귀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현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향후 몇 년간은 실명제의 사교형 서비스가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초기에는 두근두근우체통, 작업의 정석 뻐꾸기, 펀톡, 하이데어, 1km와 같은 익명 서비스 바람이 불었으나 최근에는 이들 서비스가 쇠락하고 이음과 같은 실명제 서비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의 이음, 해외의 매치닷컴·페이스북·링크드인과 같은 서비스가 실명을 바탕으로 한 사교형 SNS인데 당분간은 이러한 실명제 서비스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다.

현재는 스마트폰 플랫폼이 일상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명 기반의 사교형 SNS가 성장하겠지만 웨어러블 PC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도입되면 또다시 초기에는 ‘개방·익명·지인·정보’를 주력으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SNS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NS도 정반합의 반복 속에 조금씩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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