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잡는 매’가 아니라 ‘매 잡는 매’였어?
  • 윤희웅│민(MIN)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
  • 승인 2014.02.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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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정체·하락으로 고민에 빠진 안철수

‘안철수 신당’의 이륙이 임박했다. 날개엔 ‘새정치연합’이라고 적었다. 시작부터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신당은 높이 나는 게 좋을까, 멀리 나는 게 좋을까. 다가오는 6월4일 지방선거는 기착지인가, 단순 경유지인가. 정당으로서 맞이하는 첫 선거를 앞두고 아직 정비가 온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루트가 무엇인지 안철수 의원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고민은 더 많은 사람을 승객으로 탑승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지금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가상 지지율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선두인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제법 있긴 하지만 말이다. 창당 과정에 있는 정당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위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월17일 열린 새정치연합 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중앙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 시사저널 이종현
문제는 이처럼 신당에 우호적인 대중 기류가 선거 국면까지 계속 이어질 것인가 여부다. 하늘의 바람도 기압의 영향을 받듯이 대중의 마음도 정치 세력들의 활동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신당의 지지율이 주춤한 결과들이 제법 소개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신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6·4 지방선거 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당명을 바꾸면서 흔들렸다는 분석이 있다. 애초 ‘안철수 신당’으로 불리면서는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 개인에게 갖고 있는 호감과 기대가 신당에 전적으로 이전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새정치신당’, 그리고 이번에 새정치연합으로 바뀌면서 일정 부분 이전분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 당장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가 사라지고 새 이름이 제시되면 안철수는 알지만 새 정당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지율 정체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당명으로 활동을 강화하고 홍보를 하면 해소될 수 있는 일이다. 안철수 신당을 좋아하던 대중이 이름을 새정치연합으로 바꿨다고 갑자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권 연대의 덫’에 걸리며 정체성 모호

신당의 지지율이 추가적으로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거라는 특성상 정당에 대한 기대감을 후보들의 예상 득표율로 전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당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인물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들에 밀리고 있다.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보여주는 후보가 많지 않다. 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인물들이 지역에서 1위를 하고, 또 1위와 맞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게 되면 계속해서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신당의 지지율 제고로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경쟁력을 보이는 부산의 오거돈 전 장관, 경기의 김상곤 교육감은 신당 후보로 거론은 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높은 경쟁력이 신당의 것이라고 인식되지 않는다.

신당이 지지율 정체와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앞으로 정식 창당 과정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정강과 정책도 제시하겠지만, 아무리 화려한 행사와 세련되고 정밀한 정강·정책이 나와도 지금 국면에서 대중은 지방선거라는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야만 한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느냐 마느냐, 그럴 만한 인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으로 신당을 평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솔루션이 나오지 않으면 대중은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김상곤 교육감이나 오거돈 전 장관을 영입하게 된다면 신당은 흔들리는 지지율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영입에 실패하면 서울·경기·부산 등 정치적 의미가 큰 지역의 선거 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야권 성향층에서의 신당 후보 불출마 요구가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신당은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고 설령 다른 후보를 내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야권 연대의 덫’에 걸린 것도 신당의 지지율이 추가적으로 오르지 못하고 정체되게 하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만약 신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경유지 성격으로 보고, 높이 날기보다는 멀리 날고자 한다면, 설령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독자 세력의 모습을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주당 등과 선거 연대를 하게 되면 현 야당들과 동일한 세력으로 인식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야당층만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반면 야권 연대 없이 독자적인 세력화의 길로 간다면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존재감이 약하고 미흡한 성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신당이 신년 들어 창당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외부적으로 비친 주요한 메시지는 “야권 연대는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신당에 참여한 인사들 역시 “내가 있는 한 연대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우리 테이블엔 혁신만 있지 연대는 없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강한 의지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 연합뉴스
여당 견제 심리 강한 야권 성향층 이탈

문제는 그동안 신당을 지지해온 사람들이 야권 성향층이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달리 이들 야권 성향층은 민주당이든 새정치연합이든 어느 특정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정당 일체감에 따른 지지를 하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의 확장을 막아달라는 ‘상대적’ 지지이자 ‘조건부’ 지지다. 신당이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도 새로운 변화만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 지지자들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더 먼저 또는 더 강하게 표출되는 정서는 오히려 새로운 변화보다는 새누리당 견제 심리다.

이런 상황에서 연대 불가를 외치다 보니 추가적인 지지층을 넓히지 못하고, 일부 지지자들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꿩 잡는 매’를 원했는데, 정작 꿩보다는 ‘매를 잡는 매’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 성향이 강한, 그리고 새누리당 견제 심리가 강한 호남 유권자와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 최근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의 지지율이 막힌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에도 후보를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뜻을 비치면서 새누리당 후보를 살리고 야권 후보를 죽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최근 호남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일정 부분 회복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애초 안철수 의원이 세력화를 시작하려고 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는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형편없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면서 개혁 대상으로 인식되기까지 한 민주당 지지를 자연스레 표출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그러나 신당이 새누리당이라는 꿩을 잡지 않고 오히려 살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기존 지지층을 회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나 지금은 신당이 압도적 우위를 자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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