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비집고 들어갈 틈 좁아졌다
  • 감명국·엄민우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2.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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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구도냐, 3자 구도냐…전국 광역단체장 판세 총점검

설 명절 전과 후가 확실히 달라졌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분위기가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자천 타천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도 최근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 연휴 동안 전국 각지에서 표출되는 민심에 의해 이전까지 오리무중이던 지방선거 판세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최근의 민심이 묻어난다. 시사저널은 지난 호(제1267·1268 설 합병호)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모두 소개한 데 이어, 이번 호에는 설 민심의 추이를 통해 요동치는 판세 변화를 다시 한 번 총점검한다.

■ 서울

서울은 최대 관심 지역인 만큼 설 전후로 판세가 가장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1월29일자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민주당 소속인 현역 박원순 시장이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진영의 가칭 ‘새정치신당’(신당)이 참여하는 3자 구도와 그렇지 않은 양자 구도에서의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는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 신당 후보가 참여하는 3자 구도의 경우, 선두 박 시장과 2위 새누리당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양자 구도에 비해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최대 변수는 신당 측이 과연 서울시장 후보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1월8일 설 연휴 열차 승차권 창구 판매가 시작된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새누리당에서 정몽준 의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 박 시장과의 양자 구도에서는 36.8% 대 52.5%로 15.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당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출마할 경우를 상정한 3자 구도에서는 32.4% 대 40.3%로 정 의원이 박 시장에 7.9%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에서 정 의원이 아닌 김황식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설 경우에도 결과는 엇비슷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앞의 정 의원, 김 전 총리에 비해 선두 박 시장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신당 후보 지지율이 5%포인트만 올라도 박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 간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신당 측에서는 “장 교수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 영입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월30일자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시장의 우세가 점쳐졌다. 51.1%가 ‘박 시장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후보가 향후 경선을 통해 확정되고 신당 후보도 가시화되면 치열한 3자 구도가 펼쳐지거나, 민주당 박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 간 박빙의 선두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경기·인천

서울시장과 함께 ‘빅2’로 꼽히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최대 변수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신당 후보로 출마할지 여부다. 한겨레 조사에 따르면, 김 교육감이 출마할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단숨에 선두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남경필 의원이 출마한다고 할 경우, ‘남경필-원혜영(민주당)-김상곤’ 구도에서는 29.4%-16.3%-33.5%이고, ‘남경필-김진표(민주당)-김상곤’ 구도에서는 29.5%-14.3%-35.5%로 나타났다. 현재 신당 측에서 김 교육감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아직도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김 교육감이 끝내 불출마를 고집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자 구도가 될 경우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만큼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남 의원(17.2%)이 정병국(8.1%)·원유철(7.3%) 의원이나 유정복 장관(6.4%)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새누리당의 필승 카드는 남 의원인 셈이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도를 물었는데, 새누리당이 29.9%로 1위로 나타났고, 신당이 23.7%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12.2%에 그쳤다. 서울 지역과 달리 경기에서는 신당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은 양상이 또 다르다. 여기는 일단 민주당 소속 현역 송영길 시장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한겨레 조사에 따르면 신당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박호군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의 출마를 가정해서 3자가 맞붙을 경우, 송 시장은 현재 새누리당에서 거론되는 안상수 전 시장·이학재 의원·박상은 의원 중 어떤 후보가 나서더라도 9.6~10.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당의 박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는 양자 구도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된 안 전 시장도 송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17%포인트 뒤졌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계속 ‘황우여 대표 차출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인천 주민 가운데 43.7%가 ‘송 시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38.2%였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에서 신당이 24.8%로 민주당(21.9%)과 새누리당(17.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때문에 신당에서 박호군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나서거나 아니면 다른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울 경우 선두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충청

충청권에서 최대 관심 지역인 충남은 현재 민주당 소속 현역 안희정 지사가 우세한 양상이다. 한겨레 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홍문표·이명수 의원, 전용학 전 의원,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모두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홍 의원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래도 안 지사에게 19.4%포인트 뒤졌다. 민주당 지지율에 비해 안 지사의 개인 인기가 높은 것은 ‘도정 지지율’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67.8%가 ‘도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선에 나오면 지지할 것’이란 응답도 50.1%였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재선에 나오면 투표하겠다’고 답한 이가 44.8%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보다 며칠 앞선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거기서는 오히려 홍 의원이 안 지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신당 후보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충북의 현역 역시 민주당 소속의 이시종 지사이지만, 조선일보 조사 결과 ‘재선에 나오면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24.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때마침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이 2월6일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의원은 충북도지사 도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윤 의원의 출마가 가시화되기 전 서규용 전 농림부장관, 이기용 교육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던 이 지사는 향후 윤 의원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장 선거는 현역 염홍철 시장의 불출마로 설 이후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선일보 조사에서 새누리당 소속 염 시장은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전 주민 41.1%가 ‘출마하면 투표하겠다’며 여전히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대전시장 출신인 새누리당의 박성효 의원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염 시장이 지원하는 노병찬 행정부시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영입될 것이란 얘기도 최근 들어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권선택 전 의원이, 신당에서는 선병렬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  호남

호남 지역은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곳답게 민주당과 신당 후보가 각 여론조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우선 한겨레의 광주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신당의 윤장현 새정추 공동위원장이 31.2%의 지지율을 보여 25.0%를 얻은 강운태 시장을 앞섰다. 윤 위원장은 이용섭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에서도 35.6%의 지지를 얻어 이 의원(24.9%)을 앞섰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광주·여수·목포 M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강 시장이 29.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는 이용섭 의원(20.2%),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14.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윤 위원장은 8.2%에 그쳐 한겨레 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광주 지역 신문 ‘시민의 소리’ 조사에 따르면 광주시장 적합도로 강 시장이 22.5%, 윤 위원장이 20.7%를 기록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광주와 달리 전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신당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광주·전남언론인포럼 7개 회원사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주승용(24.0%)·이낙연(20.5%) 의원이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신당 측 후보로 거론되는 이석형 전 함평군수(9.3%)와 김효석 위원장(7.8%)은 상대적으로 뒤지는 결과를 보였다. 광주·여수·목포 MBC 공동 조사 결과에서도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27.2%로 1위로 나타난 것을 비롯해 주승용(18.4%), 이낙연(18.2%), 이석형(11.0%), 김효석(9.4%) 순으로 조사돼 민주당 우세가 뚜렷했다.

전북에선 의외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신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신당 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1월27일 발표된 전북도민일보와 전주MBC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24.7%로 1위를 차지했고, 민주당 소속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의원이 각각 23.2%, 10.6%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신당 후보로 거론된 강봉균 전 의원과 조배숙 전 의원은 7.0%, 3.6%를 얻는 데 그쳐 10.5%를 얻은 새누리당 정운천 전 장관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에서는 송하진 전주시장이 23.2%로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로 유성엽 의원(16.6%), 강봉균 전 의원(12.7%), 정운천 전 장관(10.1%) 순을 보였다.

■  대구·경북

TK 지역에선 역시 새누리당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구시장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얼마나 선전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TK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당 차원에서 총력을 쏟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으며,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이 2월12일 퇴임식을 기점으로 대구시장 선거전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원진 의원도 곧 출판기념회를 열고 대구의 미래 구상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지사의 경우 김관용 지사의 3선 출마가 확실한 가운데, 제일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권오을 전 의원이 본격 행보에 나섰다. 김 지사에 대해서는 김범일 대구시장 불출마 선언 후 한때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잠시 돌았지만, 이번 설 귀경에 나선 지역 의원들은 “재도전 의사가 확고하다”고 전한다.

■  부산·경남

한겨레가 실시한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무소속 오거돈 전 장관의 깜짝 이변이 점쳐진다. 오 전 장관이 만약 신당 후보로 출마해 새누리당의 서병수 의원, 민주당의 김영춘 전 의원과 맞붙을 경우 오 전 장관(37.0%)이 서 의원(30.5%)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후보를 박민식 의원으로 바꿀 경우에도 오 전 장관이 42.7%의 지지를 얻어 25.2% 지지율의 박 의원을 크게 앞섰다. 오 전 장관은 지난 1월2일 부산일보 조사에서도 13.5%의 선호도로 1위를 차지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도민일보가 설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지사가 38.3%를 차지해 선두를 달렸고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18.9%로 뒤를 이었다. 홍 지사와 ‘앙숙’ 관계로 관심을 모았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는 12%를 얻었지만, 최근 창원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울산시장 선거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방송이 지난 1월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강길부 의원(17.4%), 김기현 의원(16.6%), 정갑윤 의원(16.5%)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강원·제주

강원도지사 선거는 ‘누가 최문순 지사(민주당 소속)를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압축된다. 새누리당에서 지난 1월28일 최흥집 하이원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2월3일 이광준 전 춘천시장도 강원도지사 도전을 공식 천명하는 등 설을 기점으로 후보들이 본격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강원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신당 열풍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주는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JIBS와 제주일보가 설을 맞아 지난 1월27일과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김우남 의원(17.2%)과 새누리당 우근민 지사(15.3%)가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신당의 신구범 전 지사(9.4%)가 뒤를 따랐다. 제주 지역 6개 인터넷 언론사 공동 조사 결과에서도 우 지사(16.9%), 신 전 지사(16.5%), 김 의원(16.3%) 등 3명이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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