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국인 납치 문제도 보고서에 담겠다”
  • 김원식│미국 통신원·정리 김회권 기자 ()
  • 승인 2014.01.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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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총괄하는 프랭크 자누지 국제엠네스티 워싱턴 지부장

2007년 말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차기 권력이 정해졌을 무렵, 맨스필드 재단의 한미위원회(US-Korea Committee)가 양국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포스트 부시,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한반도 정책’이란 주제로 집중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토론회의 내용은 보고서로 작성돼 차기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 보고서를 직접 전달한 사람은 프랭크 자누지 당시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전문위원이었다. 당시 캠프 내에 이런 직책은 없었지만 언론은 자누지를 두고 ‘한반도 정책팀장’이라고 불렀다. 오바마의 한반도 밑그림을 돕는 참모가 자누지였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20일 프랭크 자누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지금 자누지는 국제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워싱턴 지부장을 맡고 있다. 지부장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엠네스티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관심사는 ‘정책’에서 ‘인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누지의 머리에서 한반도가 떠난 적은 없다. 유엔은 올해 3월 말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를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누지다. 지난해 12월 자누지는 한 기고문에서 “오바마 정권이 대담하게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그의 주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만큼 그의 말 한마디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 연합뉴스
요즘도 한반도 관련 뉴스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나.

정기적으로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자지를 보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지부가 한국에도 있어서 한국 신문의 중요한 기사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동료들이 알려준다.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처형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변화가 있다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은 심각하게 제약당하고 있다. 장성택 체포와 처형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가 없었고, 즉각적인 처형이 이루어졌다. 이런 방식들은 김정은이 “내가 북한을 지도하고 있다. 반대자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성택 처형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깊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맞다. 그래서 오해나 계산 착오 등으로 생기는 위험을 줄이려면 한국과 미국이 북한 지도자와 협의를 하는 게 현명하다. 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긴장을 줄이고 상호 화해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을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일 체제와 김정은 체제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정일 사후에는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 가장 큰 변화는 통신과 무역이라고 생각한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으면서 북한 사람들이 뉴스와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 변했다. 컴퓨터도 좀 더 흔해졌다. DVD나 이동식 저장 장치는 북한 정부의 감시를 뚫고 바깥 세계를 알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 중국의 막대한 투자와 국경 지역 무역으로 소비재 구입이 쉬워졌고 전력 상황도 좀 더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개선이 평양에서만 이루어질지, 더 나아가 변경 지역까지 넓혀질지는 불명확하다.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에서 상호 협상보다는 군사적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공격을 억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모든 국가는 결국 자기 나라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둔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북한과 대화와 화해를 진행하는 것이다. 북한이 고립될수록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권과 삶의 수준의 문제를 깨닫는 게 지체될 것이다.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가 상호 비방 중지 등을 담은 ‘중대 제안’을 했지만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

모든 제안이 실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제안은 어떤 것이든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한반도 갈등 해소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그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당신의 기대와 달리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는 즉각 거부했다.

한국 정부를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제안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긴장 완화와 대화를 위해서 한국 정부가 다른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의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하고 보수적이다. 박근혜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발맞춰 갈 수 있을까.

미국과 한국은 정책이 서로 밀접하게 닿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둔다. 이런 기조가 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이 평화통일에 대한 공통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동북아시아에서는 한·중·일 간 과거사 갈등과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중·일 무력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 민족주의는 살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지역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세안 지역 포럼에서 볼 수 있듯이 영토 분쟁과 역사적인 적대 감정 등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좀 더 다차원적인 외교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최악이다. 한일 간에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양국 사이에 어려운 관계가 인권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책임과 투명성, 화해 등이 연관된 문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정부가 차분히 테이블에 앉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 대화는 과거에 대한 진솔한 평가를 포함하되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엔이 3월 중에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신도 이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기나.

아직 보고서 초안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강제 수용소 출신 탈북자 등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에 관해 광범위하게 다룰 것이다. 보안원의 잔인성이나 표현·이동·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는다.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도 다룬다.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라고 했는데 한국인의 납치라면 무엇을 말하는가.

북한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류돼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년 전, 여러 명의 한국인이 북한을 여행했으나 돌아오지 못한 채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사례를 말한다. ‘납치’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어디에 있으며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군 포로도 같은 차원의 문제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미 국가보안법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국가보안법은 인권의 보호 실행 차원에서 철회되거나 수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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