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지방선거, ‘여당의 무덤’ 안 될 것”
  • 감명국·이승욱·조해수·엄민우 기자 ()
  • 승인 2014.01.2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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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 20인 심층 설문 인터뷰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자주 통용된다. 실제 역대 선거 사례가 이를 방증해준다. 다섯 차례의 선거에서 네 번 모두 여당은 완패를 당했다. 새 정권 출범과 거의 동시에 실시된 2회 지방선거(1998년)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패배를 당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무현 정권 4년 차인 2006년에 실시된 4회 지방선거는 결정판이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 단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광역단체 전 지역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전통적으로 지방선거는 보수 정당이 유리할 것이란 속설은 ‘지방선거=여당의 무덤’ 논리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의 우세 전망을 뒤엎고 민주당 등 야권에서 10곳을 쓸어 담았다. 집권 3년 차이던 이명박 정권은 이후 급격한 레임덕에 시달렸다.

이런 징크스는 오는 6월4일 실시될 6회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까. 일단 정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시사저널 설문 인터뷰에 응한 20명의 전문가 가운데 12명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우세를 전망했다. 민주당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는 2명이었고, 나머지 6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시사저널은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정치평론가 및 여론조사 전문가 20인을 상대로 지방선거 핵심 7대 이슈에 대한 심층 설문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월1일 안철수 의원(앞줄 가운데) 등 새정치추진위원회 대표단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하러 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슈1 선거 전체 판세는?

당초 본지가 예상한 답변은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아 있어 섣부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20인의 전문가 가운데 7명은 명쾌하게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라고 답했고, 5명도 “변수는 남아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새누리당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모두 12명이 여당 우세를 점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선전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신당의 출현은 오히려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상 P&C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야권 분열 선거다. 3자 구도에선 당연히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아예 “새누리당 10곳, 민주당 6곳, 신당 1곳씩 차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입장을 유보한 6명 가운데도 3~4명은 여당이 현재 유리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래도 아직 판단은 이르다. 변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수성하고 호남에서 2곳을 방어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했고, 전계완 매일P&I 대표는 “결국 야권 후보는 민주당으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슈2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로?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장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3자 구도’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 신당의 후보 공천이 현실화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셈법에 대체로 공감하는 의견이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누리당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경선에 참여해 흥행몰이를 한다면 박 시장의 재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봐야 한다”며 “어쨌든 3자 구도가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신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도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향후 야권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위해서라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작다. 또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하는 순간 안철수 신당의 새 정치는 곧바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박원순 시장과 신당 후보가 막판 후보 단일화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야권 분열로 인해 박 시장이 패배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안 의원에게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안 의원 자신이 시민들에게 (박 시장을) 추천했고 지금 박 시장의 지지율도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자당 후보를 내세워 박 시장을 몰아내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당을 만들기 위해 지지 세력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 공천 의지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결국 신당 후보의 막판 사퇴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만약 3자 구도로 가서 박 시장이 낙선하는 순간 안 의원의 ‘새정치’도 끝난다. 안 의원이 그런 우를 범할 리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과 비공개 만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슈3호남의 승자는?

호남 지역 판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예전처럼 민주당이 싹쓸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볼만한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러다 주도권이 신당 쪽으로 쉽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역시 “신당이 호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소 1곳, 최대 3곳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신당이 2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본다. 특히 전북은 대세가 신당으로 굳어지는 듯하다”고 밝혔다.

다소 유보적인 전망도 있었다. 신당이 선전하겠지만 얼마나 파급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신당이 호남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로 민주당과 견줄 만큼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만약 후보들 면면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야권 재편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지방선거는 인물이 중요하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신당에 기대가 쏠리지만, 인물을 제대로 영입하지 못하면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미현 소장은 “신당이 호남에 ‘올인’했던 것은 호남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인데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을 이기기 힘들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슈4 야권 재편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후 야권 재편 가능성을 어떻게 볼까. 홍형식 소장은 “안철수 신당은 차기 대선에 타임테이블이 맞춰져 있다. (신당을) 기존 정당의 눈높이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신당이 호남에서 한 곳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큰 파장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설령 신당이 호남·수도권·부산에서 낙선하더라도 40% 이상의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린다면, 그 여세를 몰아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다. 대선 주자가 없는 당은 존립의 희망이 없다. 그런 면에서 안 의원을 빼고 야권의 대선 주자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당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정희 교수는 “분명한 것은 민주당 내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총선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의원들의 이탈 현상이다. 김능구 대표는 “신당이 만약 전북도지사를 가져오면 호남 의원들의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만약 신당이 수도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야권 재편론은 ‘오버’다. 이번 선거로 자칫 민주당과 신당 둘 다 망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신당의 상처가 상대적으로 덜해 보일 순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가 1월21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슈5PK 지역 이변 가능성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PK 지역에 이변이 일어났다. 경남도지사에 야권 후보인 김두관 후보가 당선했고,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여당을 위협했다. 안철수 의원의 고향인 부산에서 또 이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그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던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양상”이라며 “결국 인물에서 앞서는 후보가 안철수 신당 등 야권 후보로 나서면 그동안 내재돼왔던 실망감이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해구 교수는 “PK는 최근 선거에서 상당한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2010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무소속으로 나오고 민주당이 지원 사격을 한 것처럼, 무소속 후보가 나오고 야권이 그를 밀어주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경남은 새누리당이 우세하고, 부산에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홍형식 소장은 “PK가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번 선거 역시 그럴 것이다. 야당의 승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오거돈 전 장관은 결국 ‘김두관 모델’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부산에서 야권이 승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부산의 유권자는 보수와 진보가 7 대 3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애초 진보로는 승리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슈6박근혜정부 중간 평가 이슈 될까?

이번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희석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인상 대표는 “이번 선거를 박근혜정부의 중간 평가라고 하기에는 집권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야권 입장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펴고 싶겠지만 유권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중앙정부 심판론이 아니라 지방정부 심판론이 선거 핵심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태일 교수는 “현재 지방정부는 민주당이 여당인 셈”이라며 “지방정부 심판론이 제기되면서 정권 심판론은 약해질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소장도 “중간 평가로 가기에는 지방선거 시기가 너무 이르다”며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지난 4년간의 지방 행정을 평가하는 선거로 갈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집권 1년 정도는 대통령이라는 상징적인 리더십을 기반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집권 2년 차를 맞으면서 본격적인 업적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정희 교수는 “야권이 막연한 정권 심판론보다는 복지 정책의 후퇴나 정당 공천제 폐지 등 정책적인 이슈를 내면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해구 교수는 “정국이 다소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여론이 이중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며 “따라서 지금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이 선거를 통해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선거에서 설령 여당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번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 레임덕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슈7선거의 막판 변수는?

이번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는 누가 뭐래도 안철수 신당이다. 전문가들은 최대 관심 지역으로 서울·부산·호남을 꼽았는데, 이는 모두 신당과 관련이 있다. 윤희웅 센터장은 “원래 전통적으로 선거는 여당에 대한 평가가 본질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 2010년과 같은 정권 심판론이 나오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당 변수 때문이다. 신당이 17개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최대 변수는 단일화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단일화는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택수 대표는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관계다. 다음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관계 변화를 관전 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이번 선거에서 둘 사이에 파열음이 나고 균열이 생긴다면 지난 대선 때처럼 야권 단일화 및 연대가 안 된다. 그 여파로 새누리당이 만약 서울시장을 가져가면 이건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진보 정당을 너무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의당과 통진당의 움직임도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설문 인터뷰에 응한 정치 전문가 20인 (가나다순)

김능구 이윈컴 대표,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김태일 영남대 정외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 유창선 정치평론가,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장,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계완 매일P&I 대표,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황인상 P&C 대표,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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