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엮이는 게 싫다(?)” 변희재
  • 정락인·조유빈 기자 ()
  • 승인 2014.01.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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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학과 선후배의 15년 전쟁…최근 고깃집 ‘먹튀’ 논란으로 재점화

진중권 동양대 교수(51)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40)의 질긴 악연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미학과 선후배 사이지만 보수와 진보 논객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사사건건 반목과 대립을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고깃집 음식값’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변 대표는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여의도의 고깃집 ‘낭만창고’에서 25개 단체 회원 600여 명과 ‘보수대연합 발기인대회’를 가진 뒤 식사를 했다. 변 대표 일행은 이날 식사비 1300만원 중 1000만원만 지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밥값 먹튀’ 논란이 일었고, 진중권 교수가 가만있지 않았다. 진 교수는 1월9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마 성공한 뒤에 찾아가 갚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제가 고기 먹고 튀었던 그놈입니다’ 변호인, 변희재. 같은 변씨잖아요”라며 영화 <변호인>을 빗대 비꼬았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나머지 밥값 300만원은 카드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설전’은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시작됐을까. 질기고 질긴 ‘진중권-변희재 전쟁’의 내막을 살펴봤다.

악연의 발단 ‘화장실 사건’?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처음부터 ‘앙숙’이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 미학과 자유게시판의 과거 글을 보면 변 대표가 진 교수를 각별하게 생각한 대목이 눈에 띈다. 1999년 11월15일 작성한 글에서 변 대표는 “진중권 선배와 인터뷰 시간을 잡았다. 얼마 전에도 게시판에서 나와 조금 신경전을 벌여 걱정했는데, 대지식인답게 바쁜 와중에도 선뜻 약속을 잡아줬다”며 “내 의견을 내기보다 진중권씨가 말하는 걸 제대로 적기만 할 생각이다. 그 정도 되는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사이가 틀어진 데는 일명 ‘화장실 사건’이 발단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변 대표가 진 교수에게 자신의 저서인 <스타비평>을 선물했는데, 진 교수가 화장실에 갔다가 깜빡 잊고 책을 놓고 왔다. 그걸 발견한 변 대표가 진 교수에게 다시 돌려주자 그는 “쓰레기 같은 책”이라며 휴지통에 던져버렸다는 것이 요지다.

진 교수는 2009년 6월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스타비평>인가 뭔가, 그(변희재)는 내가 그에게 받아서 깜빡 잊고 화장실 소변기 위에 올려놓고 나온 책의 저자일 뿐이다. 영화와 TV의 스타들에 관한 잡담을 늘어놓은 이 책은, 거론된 스타들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참으로 안 팔렸다”고 언급했다.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뜬금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변 대표는 ‘화장실 사건’이 오랜 악연의 불씨가 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중권 교수와는 자유주의와 신좌파 노선이라는 정치적 이념의 차이 때문에 대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토론 문화’도 불이 붙었다. 자유주의 노선을 표방한 변희재 대표와 신좌파 노선의 진중권 교수도 극한 대립각을 세웠다. 예비역 군 가산점 문제, 영화 <디워> 논란,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실 운영 등등 사안마다 충돌했다. 두 사람은 지상파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등에도 패널로 참여해 진보-보수 측 입장을 대변했다.

갈등과 대립, 온라인에서 법정 소송으로 확대

‘진중권-변희재’가 처음 부딪친 것은 1999년 4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대자보’에 ‘진중권 네 얼굴에 침을 뱉으마’라는 비판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변 대표는 이 글에서 진중권의 글쓰기를 강간범의 글쓰기, 복제 인간의 글쓰기, 미숙아의 글쓰기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맞붙은 것은 2007년 8월이다. 변희재 대표는 영화 <디워> 논란을 다룬 MBC TV <100분 토론>과 거기에 패널로 참여한 진중권을 싸잡아 때렸다. 자신이 대표로 있던 ‘빅뉴스’에 쓴 글에서 “(<100분 토론>에서) 인터넷 댓글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는 시청률을 고려해서 그런지, 패널부터 부적절한 인물을 섭외했다”고 주장하며, 진 교수의 패널 자격에 의문을 던졌다.

2009년 1월에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사건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논쟁을 벌였다. 진 교수와 변 대표는 1월16일 오후 야후코리아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 ‘미네르바를 말한다’에서 만나 사안마다 팽팽하게 대립했다. 미네르바 구속의 적법성에 대해 진 교수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의 측면에서 법원 판결을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나 변 대표는 “아직까지 공범 여부 등 다양한 조사가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두 사람의 대립은 같은 해 1월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 인터넷 당원 게시판에 ‘가엾은 조선일보’라는 글을 올려 변 대표를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인터넷 속어)이라고 지칭하면서 최고조에 이른다.

진 교수는 또 “인터넷 매체를 창간했다 망하기를 반복하고 있고, 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추적해봐야 한다”며 “진중권 30억원 횡령설 유포는 변씨와 그의 지인들의 공모”라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고, 변 대표는 진 교수를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로써 두 사람의 갈등과 대립이 온라인을 넘어 법정 소송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1, 2심은 진 교수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2011년 12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2009년 5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당시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당시 변희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것에 거세게 반발하며 “세금을 1원도 쓸 수 없다”고 했다. 또 그 글 아래에 “진중권, ‘시체 치우기 짜증 나 자살세 걷자’”는 글을 올려 진 교수의 자살세 발언을 언급했다.

진 교수가 과거 정몽헌 현대아산회장과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이 잇따르자 “시체 치우는 데 돈이 드니 자살세를 걷자”는 글을 남긴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를 미화하며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얼마 후 진 교수는 과거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배우 김민선(김규리)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

1년 후인 2009년 8월 쇠고기 수입업체가 김씨에 대해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진중권-변희재의 설전이 재개됐다. 변 대표는 “지적 수준이 안 되는 김민선과 그의 소속사 TN엔터테인먼트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고, 진 교수는 “어느 수입업자의 불량한 상도덕”이라는 글을 통해 김민선을 응원했다.

소송 취하 조건 ‘사망유희’ 결전

2012년 10월 진중권이 네티즌 ‘간결’과의 토론에서 압승하자 변 대표는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북방한계선(NLL)·경제민주화 등 10가지 주제를 주고, 보수 논객들과 토론을 펼치는 ‘사망유희’를 제안한다. 이에 응한 진 교수는 변 대표와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에서 ‘NLL의 진실’을 주제로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2013년 6월 변 대표는 진중권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다. 자신의 트위터에 “미디어워치 연구진실성센터에서 진중권 논문 관련 일본 책을 통으로 갖다 베낀 걸 적발했나 보군요. 충분히 예상했던 일로서 6월 말까지 자백하여 광명 찾기를 권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표절? 걍 변TM에 충전되는 소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번은 용서하고 넘어갔지만 두 번은 용서 못 합니다”라며 불쾌해했다.

또, 북한 국가대표팀 출신으로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에서 뛰는 정대세를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변 대표가 “국내 무대에서 추방하든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진 교수는 변 대표가 정대세를 비난한 내용을 담은 기사 링크를 연결해 “이 정도면 정신병이죠”라고 일침을 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7월에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성재기 전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놓고도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진 교수는 “미필적 고의(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또 이를 인용하는 것)”라고 주장한 반면, 변 대표는 “입 좀 다물라”며 거칠게 표현했다.

‘진중권-변희재’의 전쟁은 15년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든 새로운 이슈와 현안을 가지고 설전을 벌일 수 있다. 변 대표는 1월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모든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변 대표는 "방송 출연은 고민했던 부분이다. 징계를 자꾸 하려 하니 저런 인간들에게 내 의견을 들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고정 코너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지만, 자유통일포럼을 알리는 목적의 출연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관심거리다.

 

ⓒ 연합뉴스

서울대 미학과 자유게시판에 진중권 교수의 인터뷰 후기를 게재한 것과 관련해 '변희재와 진중권이 과거에는 사이가 좋았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를 변희재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변 대표는 "사이가 좋았던 것이 아니다. 그 당시 나와 강준만 교수가 진 교수를 거세게 비판하자, 진 교수의 자살설이 나돌길래 인터뷰를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진중권 교수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최고의 카피라이터"라고 대답했다. 또 "단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면서 "그에 비해 학식과 학문적 깊이가 없고, 일반 시사나 경제, 정치도 너무 모른다. 논평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은 2009년 8월 진중권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때 진 교수에게 “독설은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독설은 아무에게나 퍼붓지 않는다. 상대방이 저급하게 웃길 때, 상식을 무너뜨리고 비논리적인 주장을 펼 때 또는 상대가 양심 불량이고 그 발언이 심각하다고 느껴질 때 독설이 나온다”고 했다.

이번에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비생산적인 소모전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시각도 있다”고 했더니 “소모전이 맞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는 ‘변희재’에 관심이 없다. 그와 엮이는 것도 기분 나쁘다. 그런데도 변희재는 사사건건 나를 물고 늘어진다. 나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나를 이용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모양이다. 예를 들어 사이트(당시 빅뉴스)에서 나를 씹으면 페이지뷰가 엄청 늘어난다. 소통에는 건전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장사를 하려는 속셈”이라며 “변희재가 먹고사는 방법이 그것이어서 소모전이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변희재에게 일방적인 스토킹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에 있은 이명박 대통령의 청년 실업 대책 관련 라디오 연설을 두고 진 교수와 변 대표는 날 선 찬반 논쟁을 벌였다. 진 교수는 “제대로 된 고용 창출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변 대표는 “진씨가 실업난에 좌절하는 젊은 층을 선동한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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