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핵 가방’을 회수하라!
  •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 승인 2014.01.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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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붕괴 시 미·중의 ‘평양 장악’ 시나리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월3일자로 펴낸 보고서 ‘중국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미사일’은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급변 사태가 벌어질 때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관계에 대해 미국은 많은 의문을 갖고 있으며,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군이 어떤 긴급 행동 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국은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국은 많은 의문부호를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또 중국군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북한에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를 장악하기 위해 어떤 작전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표시했다. 과연 중국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과 정보 공유를 할 의사를 갖고 있는지, 유사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나 핵무기를 장악하기 위한 중국군의 행동이 미국과 한국의 작전을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미국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 단계에서 북한 급변 사태 때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갖는 많은 의문은 근본적으로 중국이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대해 결과적으로 직간접 지원을 해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6월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XINHUA 연합
미국 CRS 보고서 “ 중국을 믿지 않는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009년 10월14일 중국 측과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모든 측면(every aspect)’을 논의했다고 밝힌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 급변 사태에 관한 캠벨 차관보와 중국 측의 논의가 모종의 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며, 그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국이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1998년 8월과 2006년 7월 실시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직전에도 중국과 북한 군부는 높은 수준의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양의 권력자들에게 중국이 과연 지렛대를 사용할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2010년 2월 베이징 대학의 한 교수가 “베이징 당국은 북한의 내부 붕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다른 국가들이 북한을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을 수동적으로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이나 한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국가’가 급변 사태에 빠진 북한을 통제하려는 것을 중국이 수동적으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베이징 대학 교수의 지적은 최근 잦아진 중국군의 북·중 접경지대 군사훈련의 배경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지원군 선양군구(瀋陽軍區)의 제39집단군이 1월10일부터 10만 병력을 동원해서 북한 급변 사태를 가상한 훈련에 돌입했는가 하면, 중국 관영 중앙TV는 지난해 11월17일 지난군구(濟南軍區) 산하 제26집단군이 보하이(渤海) 만의 서쪽 해안에서 실시한 야간 상륙훈련을 현장 중계하듯 상세하게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39집단군과 26집단군의 훈련 사실을 한국 언론에서 상세하게 보도한 사실을 역시 자세하게 인용 보도했다. 마치 한국 측의 반응을 점검이라도 하는 듯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 대륙 내 7개 지역에 분산해서 주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동북 3개 성 일원을 장악하고 있는 선양군구의 제39집단군은 항일전쟁 시기에는 주더(朱德)가, 국민당과의 전쟁 시기에는 린뱌오(林彪)가 이끌다가, 한국전쟁 때는 1950년 10월 양더즈(楊得志)의 지휘로 압록강을 넘어 선봉 부대로 북한 지역에 투입된 후 원산에서 미군과 첫 전투를 벌인 바로 그 부대다. 산둥성 지난군구의 26집단군 역시 1950년 11월 한국 전선에 투입돼 철원·김화 지역에서 한국군과 미군을 상대로 전투를 한 경험을 가진 군대라고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는 소개하고 있다. 이 두 부대 모두 러시아·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동북 지방과 발해만 건너 산둥성에 주둔하고 있어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신속대응군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 선양군구의 군사훈련 모습. ⓒ 채널 A 뉴스 화면
한국전쟁 참전했던 선양군구 등 군사훈련

미국은 북한에서 체제가 붕괴하는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치밀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중국군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상정한 훈련을 전개하는 상황 또한 워싱턴과 베이징 당국 내부에서 평양의 유사시에 대비한 ‘액션 플랜’을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조를 위한 작전 계획에 합의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CRS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 미국은 지금껏 중국이 한편으로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비난하고 유엔을 통한 제재를 서구 사회와 같이 모색하면서, 실제로는 북·중 접경지대를 통한 중국 군수회사들의 미사일·핵무기 관련 부품의 북한 수출을 방치한 점을 비난하면서 중국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점이 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나름대로 북·중 접경지대에서 과거 한국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집단군을 동원해 평양 유사시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유사시 미군과 공조하지 않고 단독으로 평양을 장악하거나 핵무기를 미국보다 먼저 장악하는 상황까지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에서 가까운 시점에 북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각자 그려나갈 목표는 서로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목표는 어떻게든 북한 지역에 친중(親中) 정부를 수립해서 미군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라도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게 목표일 것이다.

북한 급변 사태가 실제로 벌어질 경우 우리 정부의 목표는 ‘통일 한반도의 조성’이라는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지금 미국과 중국이 이미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액션 플랜 마련에 착수한 상황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미국 CRS 보고서는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중국은 유엔의 제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지도자들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에 계속 지원을 해왔고, 그런 지원 가운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가부주석이던 2008년 6월 평양을 방문해 5000톤의 항공유와 15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약속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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