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표 자전거길’ 찬바람만 쌩쌩
  • 정락인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
  • 승인 2013.12.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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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 1조원 이상 투입 예정 감사원, 예산 낭비·이용 저조 등 지적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 ‘녹색 성장’을 신국가 성장 동력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자전거 타기 생활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국에 대대적인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집권 2년 차인 2009년에는 ‘국가 자전거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총사업비 1조205억원을 들여 해안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국가 자전거도로망 2175km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안전행정부(안행부)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 등 기존에 구축된 노선을 반영하고 연차별 투자 계획을 수정해 총연장 5820km, 총사업비 8008억원으로 변경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변에 4대강 자전거길을 조성하고, 안행부는 단절된 4대강 자전거길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전국을 거미줄 같은 자전거도로망으로 연결하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국 곳곳을 자전거길로 연결해 생태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자전거 도시 건설로 기후 변화·에너지 고갈·교통체증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국가 자전거도로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 키워드인 ‘녹색 국토·교통 조성’의 핵심이 됐다. 이를 통해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2009년 1.2%에서 2013년 5%, 2020년 10%, 2050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천 서구 검암동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도로. ⓒ 시사자널 구윤성
사업 초기 예비 타당성 조사도 안 해

현재 전국 자전거도로 60개 노선 중 절반 가까이가 완공됐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추진되다 보니 졸속 행정도 적지 않다. 감사원은 사업 추진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고 활용률도 저조해 계속 추진하기에 타당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0월7일 감사원은 ‘세출 구조조정 및 주요 재정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전거도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사원은 자전거도로의 이용자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며 추가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예비 타당성 조사 운용 지침 제4조와 제9조에 따르면 추정 사업비 총액이 500억원, 국가 재정 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인 건설 사업은 예산 편성 전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 자전거도로 사업의 경우 착수 당시 1조205억원의 사업비가 배정됐는데, 그중 국비가 50%를 차지한다. 당연히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인데도 이를 무시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수도권·서해안·남해안의 주요 도시를 자전거도로로 연결하는 등 국가 자전거도로 사업과 유사한 내용으로 추진할 계획이던 ‘해안선 일주 자전거도로 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별로 개별 추진하면서도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것과 대조된다. 당시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0.237(B/C=0.097)에 불과했고,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을 포기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 자전거도로 사업은 기본적인 효과 예측도 하지 않은 채 기획재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 여태껏 자전거도로의 활용률 조사도 하지 않았다. 안행부 관계자는 “활용률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돈이 많이 들어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자전거도로 이용률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2013년 4월15일~6월3일) 중 자전거도로 사업으로 설치된 자전거도로 노선 중 14개 구간(생활 교통형 7개, 지역 연계형 7개)을 대상으로 평일과 공휴일에 하루 교통량을 표본 조사했다.

그 결과 10개 구간의 교통량은 시간당 자전거 10대 이하에 불과했다. 충남 홍성군과 서산시 연계 노선인 ‘서산A지구 방조제 자전거도로’의 경우에는 심지어 시간당 평균 교통량이 1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실제 집행된 예산은 얼마일까. 감사원의 ‘자전거 인프라 구축 사업 추진 부적정 보고서’의 ‘국도 자전거도로 구축 사업 추진 현황 및 계획’에 의하면 지난해 말까지 3000여 억원을 들여 16개 구간(연장 45.78km)이 완공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2800억원가량을 더 들여 11개의  구간이 추가 개설된다. 올해까지 약 58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안행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0~12년 국토 종주 자전거길 사업에 지방교부세인 특별교부세로 864억4000만원이 집행됐다. 특별교부세는 지자체가 재난을 당했거나 예기치 못한 소요가 발생했을 때 안행부에 신청해 받는 지원금이다. 기존에 정해진 예산 이외에 860억원가량이 더 투입된 것이다.

자전거 교통 분담률 턱없이 낮아

전국 자전거도로 사업은 당초 조성 목적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높이고 자동차·버스 등의 분담률을 내려 녹색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2012년 1월 기준 서울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2.58%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인 5%에 훨씬 못 미친다. 심지어 천안시는 자전거 분담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천안시 교통 분담률은 전년과 비교해 차량의 경우 0.86%포인트가 상승한 반면 보행자는 0.76%포인트, 자전거 0.1%포인트가 하락했다. 사람들이 그나마 많이 모이는 아라뱃길 자전거도로의 경우에도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정도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회사원 정 아무개씨는 강서 생태습지생태공원에서 한강 자전거길을 이용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정씨는 “요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은 많이 봐야 10명 내외”라고 말했다. 자전거 도시 건설로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올려 교통체증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 무색하다. ‘아름다운 자전거길 조성’은 어떨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8일 도로안전공단이 2012년 10월(한강)과 2013년 5~6월(낙동강·금강·영산강)에 실시한 4대강 자전거도로에 대한 안전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나 홀로 자전거길?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월2일 북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한강 자전거도로의 경우 123개의 문제점과 130개의 권고 사항이 지적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도와 교차로에서 신호가 불명확해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 배수 불량으로 강우 시 위험한 경우, 자전거도로 바로 옆에 도로 표지 지주를 설치해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자전거도로 폭이 1m도 안 돼 설계 기준에 미흡한 곳도 있었다. 낙동강 자전거도로의 경우 47개의 문제점과 58개의 권고 사항이, 금강 자전거도로는 23개의 문제점과 24개의 권고 사항이, 영산강 자전거도로는 18개의 문제점과 22개의 권고 사항이 지적됐다.

윤후덕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당시 자전거도로 안전 자료를 요청했지만 중간보고서 같은 형식의 자료도 없다고 했다. 겨우 받은 자료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며 “최종보고서엔 문제점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 대여소 ‘개점휴업’  


경인 아라뱃길은 지난해 5월25일 개통됐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최초의 뱃길이다. 서울 개화동에서 인천 오류동 서해안을 연결하는 길이 18km 거리다. 관광과 레저가 융합된 물류 기능을 보여주겠다며 총 2조245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아라뱃길을 따라 자전거길도 조성됐다. 한강 김포터미널에서 인천터미널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릴 수가 있다. 한강에서 경인 아라뱃길을 통해 이어진 자전거도로는 ‘국토 종주’를 기치로 전국으로 뻗어 있다.

경인 아라뱃길의 자전거 이용객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기자는 12월11일 오후 3시15분 공항철도 구간인 계양역에 도착했다. 역을 빠져나오니 사설 자전거대여소가 보였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 걸려 있는 ‘연락하라’는 메모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자전거대여소를 관리하는 조 아무개씨(45)가 받았다. 그는 “날씨가 좋지 않은 주중엔 손님이 거의 없다. 그래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주말에는 날씨가 좋아도 5~10명 정도만 자전거를 빌려간다”고 밝혔다. 계양역에서 아라뱃길 표지판을 따라 500m 정도 걸어 아라뱃길 귤현프라자에 도착했다. 한강·여의도 방면으로 걷는 길에 자전거를 탄 사람은 없었다. 조금 걷다 보니 오른편에 아라뱃길 내 각종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워터웨이가 운영하는 자전거대여소가 눈에 띄었다. 이곳도 문이 닫혀 있었다. 2014년 2월28일까지 동절기 휴무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2층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1년 정도 일했다는 최 아무개씨(28)는 “날씨가 추워지면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여름에만 이용객이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출퇴근 시간엔 거의 사람이 없다”며 “편의점을 찾는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뿐”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옆 공간에서 3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1시간 정도 지켜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운동하러 나왔다는 50대 김 아무개씨(여)는 “자전거는 타지 않고 주로 운동을 하기 위해 나온다. 여름엔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이 꽤 있는 편인데,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수혜주 ‘삼천리자전거’ 주가 고공비행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자전거 제조업체인 삼천리자전거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7년에는 매출 520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이었다. 그러다 4대강 사업이 본격 시작된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주가가 10배나 급등했다.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만 106%가 올랐다. 외국인 지분율도 12월13일 기준으로 35%까지 올랐다.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은 1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5%나 급증했다.

삼천리자전거로부터 인적 분할한 ‘참좋은레져’의 주가도 두 배가량 뛰었다. 증권업계는 자전거도로가 늘어나고 자전거 보급률도 높아질 예정이어서 삼천리자전거의 주가는 계속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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