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28억, 류현진 8억5000만원 올해 낸 세금이라니까요
  • 민훈기│야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2.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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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선수 연봉 30~40%가 세금…에이전트비도 3~5% 나가

2012년 시즌이 끝난 후 집계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 974명의 평균 연봉은 320만 달러가 약간 넘었다. 우리 돈으로 35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아직 2013시즌의 평균 연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매년 3~4% 정도 꾸준히 인상돼 올해 MLB 선수의 평균 연봉은 36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MLB의 평균 연봉은 국내 프로야구(KBO) 선수 평균 연봉의 35배에 달할 뿐 아니라 최저 연봉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KBO의 최저 연봉은 2400만원으로 지난 몇 년간 고정된 반면에 MLB의 최저 연봉은 2013년 49만 달러였고, 2014시즌에는 50만 달러로 오른다. 노사 협상에 따라 매년 물가 인상분을 고려해 최저 연봉이 상승했다. 최저 연봉이 우리 돈으로 5억3000만원 정도 되니까 MLB와 KBO의 최저 연봉도 2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MLB에 국내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엄청난 세금이다. 미국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많은 연봉만큼이나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 대략 마이너리그 선수의 경우 연봉의 28%, 메이저리그 선수는 40% 정도가 세금으로 부과된다고 보면 맞다.

(왼쪽부터) ⓒ AP 연합, ⓒ EPA 연합
MLB 평균 연봉 36억원으로 KBO의 35배

선수가 내는 세금은 어떤 주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꽤 차이가 난다. 지방자치제로 주세도 각기 다르다. 플로리다나 텍사스 주 같은 경우는 주정부에서 개인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다. 따라서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애미 말린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에서 뛰는 선수의 경우는 연방세만 내면 되므로 총 세금이 30% 정도 된다. 반면에 주세가 높은 뉴욕 주,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뛰는 선수는 세율이 40%에 육박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다저스를 포함해 다섯 팀이 있고 뉴욕 주에는 메츠와 양키스 두 팀이 있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과거 박찬호가 활약하던 시절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거포 게리 셰필드의 경우 트레이드의 마지막 걸림돌이 바로 갑자기 불어난 세금이었다. 캘리포니아 팀으로 이적하면서 추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다저스에서 내주느냐 선수가 내느냐 다투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결국 다저스 팀이 양보해 300만 달러 정도의 추가 세금을 내주고 트레이드를 확정 지었다. 반면 지난해에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된 유격수 호세 레이에스 같은 경우는 워낙 세율이 비싼 곳이라서 무려 600만 달러를 추가 세금으로 내야 했다.

물론 선수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부양가족 여부와 숫자, 선수의 나이 등을 감안해 세율이 정해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MLB 선수는 대부분 고액 연봉자라서 봉급의 30~40%를 세금으로 낸다고 보면 된다. 특히 보너스 같은 경우에는 세율이 훨씬 더 높아져 50% 이상이 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류현진은 올 시즌 던진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 추가 보너스로 총 25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112만 달러였으니 세금으로 나간 돈이 무려 55%가 넘었다. 이렇게 보너스로 받는 돈은 기본적으로 5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추신수 내년 연봉 200억원 전망

이처럼 세율이 높다 보니 절세 방법도 진화한다. MLB 선수가 사회봉사 활동이나 재단을 만들고 활발한 기부 활동을 하는 데는 세금 혜택도 분명히 작용한다. 추신수와 류현진도 각각 ‘Choo Foundation’과 ‘HJ99 Foundation’을 만들어 사회봉사와 기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들이 내는 기부금은 모두 세금 혜택을 받는다. 야구에 필요한 각종 경비와 주택, 자동차 구입 등도 일부 면세 혜택을 받는다.

추신수는 로스앤젤레스의 한미은행과 계약을 맺어 홈런과 도루를 기록할 때마다 1000달러씩을 은행에서 내고 추신수도 같은 액수를 낸다. 그래서 올해 4만3000달러(21홈런, 22도루)를 기부했는데 이 액수는 면세가 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선수는 고액 연봉자에다가 나이도 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세율이 높다. 아무리 절세를 열심히 해도 봉급의 최소 28% 이상은 세금으로 나간다.

추신수와 류현진 역시 많은 세금을 냈다. 추신수가 신시내티에서 받은 올해 연봉은 737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80억원 정도다. 그중 28억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 실수령액은 50억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6년간 3600만 달러 계약으로 평균 연봉은 600만 달러지만 올해 실제 연봉은 333만 달러였다. 그중 80만 달러(8억5000만원) 정도가 세금으로 나갔으니 실수령액은 250만 달러, 26억원 정도로 예측된다.

MLB 선수들은 세금 외에 에이전트 비용을 지불한다. 추신수와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5%의 에이전트비를 받는데 대개 3~5% 정도가 에이전트의 몫이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3600만 달러 계약을 했으니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지급된 에이전트비는 180만 달러, 즉 19억원가량이다. 만약 올겨울 추신수가 1억 달러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하면 500만 달러, 즉 53억원이 에이전트의 몫으로 나가는 셈이다.

물론 연봉에 대한 것이 이렇고 광고의 경우에는 에이전트비가 훨씬 많다. 보통 광고 수입의 20% 정도가 에이전트비로 나가는데 추신수나 류현진의 경우 국내에서 찍는 광고는 국내 에이전트비도 지출되기 때문에 비용은 조금 더 많아진다. 

추신수의 경우 MLB의 프리에이전트(FA) 중에서도 외야수 대어급으로 꼽히고 있어 그가 어느 정도 규모로 계약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추신수와 함께 FA 외야수 랭킹 1, 2위를 다투던 자코비 엘스버리가 최근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3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평균 연봉이 2180만 달러가 넘는, 예상보다 큰 장기 계약이 터졌다. 엘스버리는 추신수와 함께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며 그의 계약이 추신수 계약 협상의 잣대가 될 게 확실하다. 현지에서는 추신수 역시 연봉 2000만~2200만 달러 사이에서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약 연도에 따라 평균 연봉은 약간의 차이가 나겠지만 추신수는 연봉 200억원짜리 선수가 될 게 유력하다. 양키스가 엘스버리를 선택하면서 추신수 쟁탈전에서는 빠지게 됐지만 텍사스 레인저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메츠, 올해 소속팀이었던 신시내티 레즈 등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만간 추신수는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었던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훨씬 뛰어넘는 계약으로 해외 진출 한국 야구선수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 분명하다. 물론 세금도 에이전트비도 그만큼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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