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쓰임새 ‘1원’까지 다 공개한다
  • 정락인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
  • 승인 2013.12.03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주년기념교회’의 투명 재정…예배당도 빌려 써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1장 15절에 나오는 성경 구절이다. 국내 일부 교회 목사들의 욕심과 타락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원로목사는 2011년 9월 순복음교회 장로들로부터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고, 검찰은 지난 6월8일 조 원로목사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5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용기 목사는 수많은 교인을 상대로 설교를 해왔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고, 예수님의 십자가 고행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을 지키며 이웃을 사랑하고 착하게 살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100주년기념교회와 이재철 담임목사. ⓒ 시사저널 전영기
순복음교회처럼 돈 문제로 신도들과 갈등하거나 법적 소송에 휘말린 대형 교회가 수두룩하다. 근본 원인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이다. 개신교 교단의 총회헌법에 따르면 교회 재정에 관한 예산과 결산은 전 교인들이 중심이 되는 공동의회에서 결의해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교회 재정이 담임목사를 비롯한 당회나 재정 담당자 등 몇몇 측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재정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 1800여 개 교회 중 재정결산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교회는 8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 중·대형 교회는 월급 이외에 목사에게 지급하는 다양한 종류의 수당과 사례비를 과도하게 예산으로 책정하고,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도 포함시킨다. 이 돈의 본래 목적은 목사들이 영수증을 첨부하기 어려운 구제비·거마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목사는 이 돈을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 신도들의 헌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이다.

매달 신도들에게 상세히 결산 보고

한국 교회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지출을 매달 신도들에게 상세히 보고하는 교회도 있다. 신도 수가 1만명에 달하는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기념교회)다. 이 교회 정관에는 매월 첫째 주일에 전월 재정 입출금에 관한 모든 사항을 전 교인에게 1원 단위까지 서면으로 보고한다고 나와 있다. 실제 교회 홈페이지에는 2005년 7월부터 매달 결산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정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결산보고서엔 주일·감사·십일조 등 헌금 수입 내역부터 목회자들 월급을 포함한 지출 내역이 빽빽하게 7장에 걸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특히 목회 활동비의 경우 어떤 활동에 쓰였는지까지 상세하게 내역이 공개돼 있다. 이 교회 목사들은 목회 활동비를 사용하면 영수증에 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적는다고 한다.

보고서 내역에 따르면 주유·주차 및 심방 식사가 목회 활동의 전부다. 이 밖의 목회 활동에는 개인 돈을 쓴다는 뜻이다. 보고서를 보면 이 교회의 담임목사 월급은 세금을 제하면 4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월급을 제외하고 따로 받는 수당이나 사례비는 없다고 한다. 월급에서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남는 돈으로 목회 활동비까지 지출하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이 교회의 한 목사는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고, 형제들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지금은 함께 돌을 맞으며 반성할 시기”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만난 신도들은 모두 교회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교회에 다니다 이곳으로 옮겼다는 한 신도는 “예전에 다니던 교회가 변질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100주년기념교회는 헌금이 바르게 쓰이고 있다는 걸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다른 신도는 “이전에 다니던 교회는 당회에서만 지출을 공개했다. 이곳은 매달 투명하게 모든 지출을 공개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열린교회도 교회 수입·지출 내역을 신도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있다. 교회 재정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해도 자산·부채 내역을 상세하게 알리지 않아 재정 상태를 알 수 없게 한 교회들도 있다. 하지만 열린교회는 복식부기 형식으로 재정을 공개해 누구든지 교회 재정 상태와 자산 흐름을 알 수 있게 했다.

건물 소유하지 않고 예배당도 임대

100주년기념교회엔 예배당이 따로 없다. 교회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아예 없다. 서울 마포에 있는 양화진 홍보관이 주 예배당으로 쓰이고 있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300명 정도다. 주일마다 다섯 번에 걸쳐 이곳에서 예배가 진행된다. 나머지 7000명 가까운 신도는 양화진 묘원 밖에 임대한 몇 개의 건물에서 예배 실황 중계를 보면서 예배를 본다. 이는 자체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전통 때문이다. 이렇게 알뜰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까닭에 연간 100억원 정도의 예산 중 절반을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다.

한 신도는 “대형 교회에 다니다 이곳에 오면 예배·주차 시설 등이 부족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함이나 장대함은 없지만 진정한 하나님 말씀이 존재하고, 목사님들의 말씀과 행동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높은뜻정의교회 또한 예배당이 따로 없다. 정의여고 강당을 빌려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인들의 상담 사례 중 가장 많은 게 ‘투명하지 않은 재정 관리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교회의 운영은 교인들의 헌금을 통해 이뤄진다. 그렇기에 헌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교인들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교회 건물을 세우는 것뿐 아니라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 그 돈은 결국 교인들의 헌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교회를 짓는 과정에서 다른 명목으로 잡혀 있는 예산을 건축 예산으로 돌린다거나, 소리 소문 없이 돈을 착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