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보다 훨씬 센 ‘문고리 권력’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11.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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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진출한 국회 보좌관 출신 ‘십상시’ 힘 막강

박근혜정부 핵심 권력을 말할 때, 현재 회자되고 있는 ‘기춘대원군’ 이전에 ‘십상시(十常侍)’가 있었다. 십상시란 청와대 핵심 보직에 배치된 보좌진 출신 비서관 또는 행정관들을 말한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십상시는 권력의 핵심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문고리 권력’ 또는 ‘환관 권력’이란 용어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들 십상시는 지난 8월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4명의 수석비서관이 교체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지금도 청와대 권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십상시는 박근혜정부 8개월 동안 잊힐 만하면 한 번씩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정호성 비서관이 8월1일 중국에서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고위 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정 비서관이 북한 고위 관계자와 경평(京平) 축구 재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내용을 논의했다는 게 정 의원 측 주장이다. 남 원장과 청와대의 공식 부인으로 일단락됐지만, 과거 정권에서 남북한 비밀 접촉 회담에 ‘2인자’ 등 거물급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과 비교해볼 때 정 비서관이 거론됐다는 것은 십상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3월9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국회에서 안봉근 비서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십상시, 지방선거 공천은 떼어 놓은 당상”

십상시들의 이름은 NLL 대화록 정국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야권은 지난 6월20일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이 국정원으로부터 단독 열람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과 관련해, 국정원이 청와대의 허락을 받고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국정원과 협의를 거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 십상시 중 한 명인 홍보수석실의 ㅇ 행정관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아닌 일개 행정관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십상시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정상적인 보고 경로가 아니라, 만에 하나 홍보수석이나 행정관이 (NLL 대화록 단독 열람을) 보고받았다면 더 문제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이래서 터졌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십상시로 알려진 인물 중 현재 청와대를 떠난 사람으로는 장경상 전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이 유일하다. 당시 일각에서는 장 행정관의 사퇴 배경을 놓고 관료 등 전문가 그룹에 십상시가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연말연시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인사에서는 십상시로 대표되는 정치권 출신들의 대규모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환관 권력’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가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핵심 비서진 중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이 내가 알기로 3~4명 된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천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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