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황제들 영종도에서 한판 붙는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4: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건립 발표…시저스 등 해외 업체 재상륙 준비

인천 영종도를 무대로 한 ‘카지노 대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일본의 파친코 게임업체인 세가사미와 합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건립을 공식화한 가운데, 카지노 허가 신청을 했다가 정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외국계 합작법인 리포&시저스도 자본금을 추가 증자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 재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외 자본 유치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외국계 사행 산업 자금을 기반으로 한 영종도 카지노타운 설립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10월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인천 영종도 국제업무단지에 1조9000억원대의 한국형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그룹과 합작한 세가사미는 식품회사로 창업했다가 파친코 사업으로 성장한 ‘사미’가 2004년 유명 게임업체 ‘세가’를 인수·합병해 세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 밀레니엄힐튼점의 내부 모습. ⓒ 연합뉴스
파라다이스 “내국인 염두에 둔 카지노 아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지난 7월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배 회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인천 카지노 사업 부문을 양수받았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미 인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위치한 하얏트호텔에서 ‘골든게이트 카지노’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신규로 카지노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카지노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외에도 쇼핑·오락·공연 공간 등 내국인들이 즐길 다양한 공간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축구장 47개 크기인 대지 면적 33만6000㎡ 규모의 파라다이스시티는 2단계에 걸쳐 개발된다.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운영을 시작하는 1단계 사업에서는 카지노 시설은 물론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시설, 7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 다목적 공연장과 쇼핑 시설 등이 들어선다. 오는 2020년까지 5성급 호텔을 추가로 설립하고 카지노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측은 카지노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운영될 예정이며 내국인을 염두에 둔 카지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종도에 설립될 복합리조트 고객으로 내국인이 몰릴 경우 결국 카지노도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은 외국의 대형 카지노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내걸면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외국 자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카지노 허가와 관련해 사전 심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자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의 셸던 애덜슨 회장은 사전 심사제와 함께 내국인 출입 허용까지 요구한 바 있다. 샌즈그룹은 라스베이거스는 물론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에서 대규모 카지노를 운영 중이다. 영종도 진출을 추진해온 리포&시저스의 한 축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스티브 타이트 사장도 내국인 출입 허용 등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저스는 미국을 비롯한 7개국에서 54개의 카지노와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불허’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전 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카지노 허가 심사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대상일 뿐 내국인에 대해 개방할 계획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외국계 자본이 외국인 전용으로 허가를 받은 뒤 향후 대규모 투자 등을 이유로 내국인 출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등 복합리조트 카지노 대부분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그룹이 2017년까지 인천 영종도에 건립할 예정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조감도. ⓒ 연합뉴스
“카지노 허가권 장벽 높이고 엄격히 관리해야”

일단 영종도에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업체들은 인천공항으로 유입되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겨냥해 카지노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시저스는 중국계 자본으로 아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로 알려진 리포그룹과 손을 잡았다. 영종도 진출을 추진해온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서 ‘파친코 황제’로 불리는 오카다 가즈오가 운영하는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 격이다. 

이들은 저마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리포&시저스는 연간 관광객 690만명을 유치해 4조5000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개발 기간 10년 동안 4만5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발생하고 운영 과정에서 8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 추진을 다시 공론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인천 남동을)은 “투자 활성화와 관광 진흥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을 동반하는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인천 서구·강화갑)도 국정감사에서 복합리조트 추진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유진룡 문화부장관은 “사업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향후 영종도 복합리조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해외 자본을 많이 유치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면서 고용을 많이 창출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초 유 장관은 카지노 사전 심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문화부가 투자사의 신용평가 등급 등을 사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유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인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영종도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번 고배를 마신 업체 측에서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특례 적용 기준을 ‘신용 상태’에서 ‘자금 능력과 수행 경험’으로 바꾸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해외 카지노 자본의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허가권은 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한 후 “카지노 산업의 특성상 좀 더 장벽을 높이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의 경우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만큼 굳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국민연금 등을 활용해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