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태극마크’ 항공모함 띄워라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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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3만톤급 ‘경(輕)항모’ 도입 필요성 담은 해군 보고서 입수

육상 기지가 없는 지역에서도 제공권을 확보하는 항공모함은 현대 해군의 총아로 불린다. 해양 강국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항공모함 보유 여부가 해군 전력의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일본도 항공모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구소련 시절 건조된 6만~6만5000톤급 항공모함 ‘바랴크 호’를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한 후 개조 작업을 거쳐 지난해 8월 중형급 항공모함 ‘랴오닝 함’을 정식 취역했다. 중국은 2015년 완성을 목표로 독자적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이고, 2020년까지는 9만3000톤급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이미 20세기 초에 수 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해 태평양전쟁에 참전시킨 일본은 헌법상 공격 무기를 보유하지 못하지만 ‘휴가’와 ‘이세’ 등 배수량 1만3000톤급 헬기 탑재 호위함 2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호위함은 활주로를 갖추고 있어 유사시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경우 함재기 20대를 탑재할 수 있다. 일본은 또 2009년 10월 전장 248m, 배수량 1만9500톤급 호위함 2척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1년 3월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Foal Eagle) 연습’에 참가한 미국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9만7000톤급). ⓒ 연합뉴스
울릉도에 해·공 복합 전진기지 건설 필요

인접국들이 항공모함 개발과 배치에 전력투구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항공모함 보유를 위한 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군은 현재 항공모함 형태의 독도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행기 이착륙 기능이 없는 등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1월1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해군 연구보고서를 통해 3만톤급 규모의 ‘경(輕)항모’를 보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해군이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과 외부 연구기관 연구 용역을 통해 작성한 2012년 해군 전투실험 연구 용역 최종 보고서를 입수했다. 제목은 ‘주변국 항모(항공모함) 전력 보유에 따른 해군의 대응 전략 수립 및 전력 소요 검증’으로 돼 있다. 보고서에는 국내 항공모함 보유 시 필요한 건조비, 연간 운영비 등 소요 재원과 항공모함 배치에 따른 전투단과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 울릉도·백령도·제주도에 해·공 복합 전진기지 건설 등의 필요성이 담겨 있다.

해군은 이 보고서에서 ‘상륙 작전과 항공 강습 능력 보유로 신속한 해양 영토 방호 및 탈환은 물론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해외 원정 작전 소요까지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경항모형 다목적 상륙 강습함을 확보해야 한다’며 ‘상징적 수준 이상의 유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2척을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독도함(LPH) 2번함을 세계적인 상륙 강습함 유형인 2만~3만톤급 수준의 경항모급으로 건조하고, 더불어 현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독도함의 함형을 수직 이착륙기 운용이 가능한 형태로 개조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해군은 항공모함 도입에 따라 입체적인 해전 수행에 적합한 수준인 기동부대 전력을 4개 기동전투단 운용 체계로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기동전투단 주력이 되는 이지스 구축함은 현재의 이지스급보다 소형으로 적정 규모의 대지 타격 능력 보유, 적국의 항공모함급 활동에 대비해 대함 타격이 가능한 무인공격기 등을 구비한 전력으로 발전시켜 한국형 차기 이지스함 함형을 개발·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항공모함 도입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해군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래형 잠수함은 기동전투단의 수중 방호 임무를 수행하면서 원거리 대지 타격 능력으로 전략적 억제까지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핵추진 또는 유사한 수준의 미래형 추진 방식의 기동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군은 일부 잠수함 선진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3000~4000톤급의 소형 전술원잠(SSN)을 모델로 제시했다.

해군이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해군은 보고서를 통해 2030년을 기준으로 1만~3만톤급 규모(함재기 15대 수준)의 항공모함을 건조할 때 드는 비용을 3조263억원(함체 건조 1조2416억원, 항공 전력 1조7847억원)으로 추정했다. 항공모함 도입에 따른 2012년 기준 연간 운용 유지비는 420억~525억원이지만, 실제 도입 시기인 2030년에는 이보다 많은 600억~7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해군은 추산했다.

해군의 연구 보고서. ⓒ 시사저널 전영기
재원 조달 방안·기지 건설 등 난관 많아

이와 함께 외곽 도서에 군 기지 건설 필요성을 제기해 논란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보고서에서 해군은 ‘경항모 도입에 따라 한반도 동·서·남해의 외곽 도서인 울릉도·백령도·제주도에 필요에 따라 수직 이착륙기(VSTOL) 이상의 공군 전술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해·공 복합 전진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며 ‘이는 평소부터 해양 관할권 기동전투단 작전을 공중 엄호하고 주변국 항공모함 전력의 위협이 있을 때는 영토의 최외곽에서 위협을 거부할 수 있어 공격형 항공모함에 준하는 전략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논쟁처럼 일부 지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논란이 일 소지가 있다.

양욱 국방연구포럼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된 3만톤급 규모의 경항모는 미국 등이 보유한 대형 항공모함과는 달리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경제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항공모함을 보유하면 유사시 대비는 물론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수 의원은 “해군이 자체 평가단과 외부 연구기관을 통해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군의 이번 연구를 기초 삼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도 항공모함 확보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추가적인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구윤성
국내 첫 3만톤급 규모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이 담긴 해군 보고서를 공개한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경북 영천을 지역구로 한 3선 의원이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해온 정 의원은 19대 들어 국방위원회(국방위)로 상임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로부터 우수 국감 의원에 선정됐다. 7년째 수상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정 의원은 군의 자주국방 전력 실태와 군 장병의 처우 문제 등을 집중 지적했다.

 

올해 국방위 국감에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남북 대치 국면도 있지만 동북아의 균형 안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주국방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항공모함의 도입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왔는데.

해군 전력이 중국의 31%, 일본의 27%에 불과한 현실에서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북한의 위협과 인접 강국들과의 해양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소신이다. 이번에 공개된 해군 보고서를 통해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이 어느 정도 객관화된 만큼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국감에서 드러난 군 전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해군이 제출한 고장 세부 현황 자료를 보면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은 2010년 8월27일부터 25일간 정비를 받고도 2013년 4월1일 3~4번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현재도 정비 중이다. 9월에는 발전실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독도함의 정비 완료를 내년 4월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이라고 하는 독도함이 1년가량 운행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다. 최근 3년간 해군 주력 함정과 항공기가 고장을 일으켜 정비를 받은 것도 123차례나 된다. 또 10일 이상 정비를 받은 횟수도 20차례나 된다.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 사업(F-X)이 최근 중단된 데 대해 특정 업체의 로비설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F-X 사업과 관련해 스텔스기 도입 필요성을 두고 국방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공군의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국가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F-X 사업 기종 선정이 부결된 데는 차기 전투기는 반드시 스텔스기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 여론을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F-35A 제작업체 록히드마틴사가 전직 공군 참모총장들의 F-15 반대 건의문과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향후 록히드마틴사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우리가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됐다. 군이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을 설득해 군에 대한 강한 믿음을 얻어내야 한다.

올해도 사병 복지 문제를 제기했는데.

국방의 수준을 따질 때 군의 화력뿐만 아니라 비무기 체계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특히 군 장병의 처우 문제는 핵심이다. 지난해에도 지적을 했지만 사병 급식 문제는 해결이 더디기만 하다. 2013년 군 장병 한 끼 식비는 2144원으로 서울시 초등학생 급식비 2880원보다 적었다. 지난해 대비 올해 군 장병 한 끼 식비 인상 폭은 4.5%에 불과했다. 미군 장병 식비가 4235원이라는 것만 봐도 열악한 군 장병의 처우를 알 수 있다.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한 우려가 많다.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가 발목을 잡아버린다면 정말 어렵게 된다. 지금 성장 잠재력과 경제성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과거 IMF 구제금융 시기 때처럼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현안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러우면 글로벌 경쟁을 위한 뿌리도 흔들린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창조경제를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디어로 돈 버는 경제를 말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벤처 붐이 일어났지만 벤처가 금융 장사에 몰두하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는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해 창조경제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유치원부터 창의성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창조경제 인력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만큼 창조경제의 과실을 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리면 몇 년 뒤 차기 정부 때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시가 뿌린 씨앗의 열매를 클린턴이 딴 것처럼 일종의 ‘타임 레잇’이 항상 있다. 현 정부 경제팀은 창조경제와 같은 장기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중·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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