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으로 혈세 빼먹은 ‘불량한 기업’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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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 온상 LS그룹…여권의 법적 책임론 제기에 ‘뒤늦은 사과’

LS그룹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력 계열사가 잇따라 원전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LS그룹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거세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LS그룹의 계열사인 LS전선과 LS전선의 자회사인 JS전선의 원전용 케이블 납품 비리와 입찰 담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LS그룹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10월16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사용된 제어 케이블이 모두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불량품이어서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사용된 JS전선의 제어 케이블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전 비리 파문이 일었다. 이후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에도 JS전선의 제품이 납품된 사실을 확인하고 제어 케이블에 대한 재시험에 나섰는데 역시나 불량품으로 확인된 것이다.

시험성적서 위조로 불거진 원전 비리 사태로 인해 5월부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 애꿎은 시민들은 사상 초유의 전력난 속에서 한여름의 ‘찜통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번에는 불량 제어 케이블의 전면 교체 작업으로 인해 내년 8월경으로 예정됐던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준공 시점이 최소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내년 여름 전력 수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그룹 사옥과 구자열 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뉴스뱅크이미지
성적서 위조에 이어 입찰 담합 비리까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의혹 수준에 머물던 전선업체의 입찰 담합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0월10일 한수원이 발주한 원전 케이블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총 8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 63억50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제재 대상 업체는 ㈜LS, LS전선, 대한전선, JS전선,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서울전선, 극동전선 등이다. LS그룹은 ㈜LS·LS전선·JS전선 3개 계열사가 입찰 담합 혐의를 받는 등 ‘원전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공정위는 ㈜LS에 8억7000만원, LS전선에 13억7600만원, JS전선에 13억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LS전선의 전신인 LG전선·대한전선, JS전선의 전신인 진로산업, 구 일진전기, 서울전선 등 5개 사업자의 영업 담당자들은 2004년 2월10일 모임을 갖고 신고리, 신월성 1·2호기 및 신고리 3·4호기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 입찰과 관련해 각 부품별로 낙찰자를 사전에 협의해 결정하고 투찰 가격과 낙찰 가격 등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또 같은 해 8월 사전에 협의한 대로 신고리,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 케이블 구매 입찰에 참여해 ‘나눠 먹기 식’으로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비리 사건으로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자산 기준으로 재계 순위 16위 대기업으로 성장한 LS그룹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LS전선과 JS전선은 지난 5년 동안 한수원에 원전 케이블을 납품해 62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번에 그것이 입찰 담합, 불량 케이블 납품 등 온갖 비리로 챙긴 수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LS그룹은 뒤늦게 원전 비리 사태에 대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그룹의 대내외 신인도가 곤두박질치고 있어 위기가 커질 전망이다. 계열사인 JS전선의 시험성적서 위조 의혹이 불거진 때는 지난 5월인데, LS그룹은 연이어 터지는 원전 비리 의혹에도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LS, 5개월 지나서야 원전 비리 사과

하지만 검찰 조사에 이어 공정위의 입찰 담합 비리 발표,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자 지난 10월20일 결국 원전 비리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LS그룹은 이날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의 원전용 케이블 납품과 LS·JS전선의 입찰 담합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사죄한다”며 “이번 사태에 따른 모든 책임을 이행하는 데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 또한 이번 원전 비리 사태와 관련해 LS그룹에 형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까지 물을 방침을 세웠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10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은 아예 시험도 하지 않고 자료를 조작한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일벌백계한다는 의미에서 최대한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또한 “케이블 교체에 따른 공사 비용은 물론 발전소 가동 지연으로 인한 피해에도 응분의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S그룹에 대한 ‘원전 비리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LS그룹은 여전히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LS그룹에) 소송 등이 제기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하겠다고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향후 방침에 대해 내부 논의 단계다. 지금까지 계속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일간지 지면에 실은 사과문에 ‘어떤 법적 조치라도 받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것이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담합 비리 ‘단골’ LS전선 


국내 최대 전선업체인 LS전선의 ‘담합’ 이력은 화려하다. 2000년대부터 담합 행위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끊임없이 제재를 받았다. 2001년 LS전선의 전신인 LG전선은 철도청 전력선 구매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과 담합한 혐의로 2003년 공정위로부터 830만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2005년 LS전선은 하동화력발전소 7·8호기 공사 케이블 납품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과 짜고 그룹의 계열사인 가온전선이 수주업체로 선정되도록 밀어준 혐의로 2010년 12월 2억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2월 공정위는 LS전선·가온전선·넥상스코리아 등 국내 13개 전선업체에 대해 유통 대리점 판매 가격 담합 혐의 등으로 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LS전선은 가장 많은 과징금(340억2400만원) 명령을 받았고 계열사인 가온전선에도 67억4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해 11월 공정위는 LS전선 등 35개 전선업체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선 입찰에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에 걸쳐 지하전력선 등 11개 품목의 물량 및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386억원을 부과했다. 여기서도 LS전선은 126억원, 그룹 계열사인 가온전선은 67억원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받았다.

당시 LS전선은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자진 신고하고 과징금을 감면받으려 했지만 결국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LS전선은 공정위로부터 5가지 품목의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실제로는 11개 품목에 대한 담합 사실이 적발돼 자진 신고 1순위 지위를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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