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돈 버는 재주는 “내가 왕”
  • 김진령 기자·용원중│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9.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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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이수만 양강 체제…둘 다 재산 1000억 넘어

국내 가요계를 장악했던 ‘트로이카 체제(SM·YG·JYP 엔터테인먼트)’가 올해를 기점으로 ‘투톱(SM·YG)’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가 정체 상태에 갇혀 있는 동안 ‘아이돌 산업’과 ‘한류’를 선도해온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는 간판급 스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인하우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팝 트렌드를 발 빠르게 수용해온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는 에픽하이와 싸이 영입으로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업계 1위로 올라서 판을 흔들고 있다.

YG와 SM의 색깔은 수장의 색깔만큼이나 다르다. 1970~80년대에 활동한 포크 가수 출신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제작자로 더 큰 빛을 봤다. 그래서 한류 1세대로 꼽힌다. 2011년에는 문화훈장을 받았다. 서울대 농대-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 출신인 이 회장은 국내외에서 황금 인맥을 자랑한다. 경복고 동문인 이석채 KT 회장, 이병훈 유니베라 대표 등과 친분이 깊다. 그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주최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레이디> 시사회가 열렸을 때 클린턴 장관 및 주연 여배우 양자경과의 친분으로 초대받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 영화계 및 팝계 거물들과도 가깝다.

(왼쪽부터)ⓒ 연합뉴스, ⓒ 뉴스뱅크 이미지
양현석, 한국 주식 부자 91위

1990년대에 박남정의 백댄서를 거쳐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로 활약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수만 회장과 음악적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줄곧 힙합에 기반을 둔 세련된 기획력으로 지난해 매출 997억2486만원을 올렸다.

방송·가요계의 마당발이자 엔터테인먼트업계 ‘큰손’인 이미경 CJ 부회장과 각별하다. 해외 인물로는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 프로듀서 윌 아이 엠,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크롬하츠의 오너 리처드 스타크 부부 등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과는 처조카 사이이고 부인 이은주씨는 젝스키스의 멤버 이재진의 여동생이다.

SM이 댄스·팝, YG가 힙합·록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두 오너의 배경과 무관치 않다. 자신의 기반으로부터 확장 전략을 취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양대 축인 YG엔터테인먼트 오너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중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었을까.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SM이 YG를 앞선다. SM의 상장 주식 총수(2064만8264주)가 YG(1032만874주)의 두 배 가까이 많다. 코스닥 시가총액(9월5일 종가 기준)은 SM이 6958억원으로 23위, YG는 5387억원으로 31위다.

하지만 주가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9월5일 종가 기준으로 YG는 주당 5만2200원, SM은 3만3700원이다. 2011년 YG가 상장한 이후 초기를 빼고는 줄곧 SM을 앞섰다.

덕분에 YG의 지분 34.59%를 보유하고 있는 양현석 대표의 지분 평가액은 1863억원에 달한다. SM의 지분 21.27%를 갖고 있는 이수만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1480억원 남짓이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시사저널>이 지난 9월3일자에 보도한 ‘2013 한국의 100대 주식 부자 순위’에서 91위에 올랐다. 회사 전체의 시가총액에선 SM이 앞서지만 질을 따지면 YG가 낫다는 점을 말해준다.

YG, 싸이 영입하면서 초고속 질주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YG의 우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YG는 회사 설립 이래 최고 실적을 올린 2012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 96억3500만원의 순이익을 내 증권사들의 전망치보다 많았다. 반면 SM은 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은 물론, 증권사의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반기에 이렇다 할 신규 앨범이 없었던 게 원인이다.

상반기 괜찮은 실적에도 YG의 목표 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도 있었다. 동부증권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YG의 목표 주가를 9만7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조정했다. 동부증권은 “2NE1의 아레나 투어, YG패밀리 콘서트가 올해 없을 것으로 예상돼 2013년 순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29.8% 하향 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SM은 루키인 엑소(EXO)의 정규 1집 앨범 출시, F(x) 2집과 소녀시대·샤이니의 신규 앨범 등이 예정돼 있는 데다 달러박스인 동방신기·슈퍼주니어의 일본 콘서트도 잡혀 있어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던 SM은 올해 엑소라는 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래도 안 좋아할 수 있느냐’는 듯 내놓은 12인조 신인 남성 그룹 엑소의 팬덤은 눈 깜짝할 새 형성돼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휩쓸고 있다.

매끈한 외모와 세련된 이미지, 가창·댄스 감각을 소유한 엑소는 <으르렁>으로 지상파 및 케이블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 5월 엑소K와 엑소M이 뭉쳐 발매한 정규 1집 판매량은 8월27일 오전 현재 42만장(한국어 음반 23만6329장, 중국어 음반 18만7142장)을 넘어섰다. 최근 발매한 1집 리패키지 음반까지 합하면 6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리패키지 음반의 경우 태국의 대표적인 음반 매장 B2S의 톱20 차트 인터내셔널 뮤직 부문에서 단숨에 1위에 진입(8월12~18일)하는가 하면, 타이완의 음반 매장 FIVE MUSIC 차트에서 한국어 버전인 <KISS>가 한일 차트 3주 연속(8월2~22일) 1위, 중국어 버전인 ‘HUG’가 중국어 차트 2주 연속(8월 2~15일) 1위에 올랐다.

지난 7월 정규 2집 ‘Pink Tape’를 내놓은 5인조 여성 그룹 f(x)는 <첫 사랑니>를 히트시키며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음악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제까지 SM을 이끌어왔던 아이돌들의 행보도 만만찮다. 동방신기는 8월17~18일 7만2000석 일본 닛산스타디움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무려 180억원의 공연 수익을 올렸다. 일본 아레나 투어를 진행 중인 샤이니는 최근 싱글 <Boys meet U>로 오리콘차트 2위에 올랐다.

슈퍼주니어는 핵심 멤버 김희철이 곧 군 복무를 마치고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며, 개별 활동 중인 소녀시대도 신보를 준비 중이다. 보아는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로 연기자 변신에 도전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외연 확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8월9일 자회사인 SM컬처앤콘텐츠(SM C&C)가 인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모던록그룹 넬, 남성 듀오 테이스티가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와 합병 계획을 밝히며 SM의 음악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울림 레이블’을 운영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음악 색깔이 다른 아티스트들을 레이블별로 묶어 운영하는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인 유니버설·워너·소니와 어깨를 겨루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울림 합병에 대해서는 SM의 막강한 마케팅 능력과 노하우가 곁들여져 한류 시장 확장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잇따른 합병으로 군소 기획사의 독자적 생존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영 JYP 프로듀서 ⓒ 연합뉴스
연예 시장으로 확산 전략

YG의 경우 싸이의 영어권 정규 앨범과 새로운 보이 밴드인 ‘위너’ 프로젝트의 성공 여하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YG는 지난해 싸이를 영입한 후<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메가히트를 비롯해 빅뱅과 신인 이하이의 괄목할 활약으로 승승장구했다.

올해는 관객 24만명을 모은 지드래곤의 일본 콘서트, 씨엘의 첫 솔로 음반과 2NE1의 성공으로 순항 중이다. 최근 빅뱅의 멤버 승리가 솔로 미니 2집을 국내외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았으며, 9월 초에는 지드래곤이 정규 2집을 발매한다. 이번 음반엔 세계적인 여성 힙합 뮤지션 미시 엘리엇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23일부터 전파를 탄 케이블채널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후 이즈 넥스트: WIN>에서는 빅뱅 이후 8년 만에 탄생할 신인 남성 그룹을 시청자 문자 투표로 고르는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컬처 콘텐츠 선두 업체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YG는 올해 5월 KT, 4D 솔루션 전문 업체인 디스트릭트홀딩스와 3D 홀로그램을 활용한 4D 콘텐츠 투자 배급 전문 업체인 NIK(Next Interactive K, Limited)를 설립했다. 내년 1월 3D 애니메이션 <넛잡>의 북미 전역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3D 애니메이션 업체 레드로버에 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레드로버는 지난해 미국 대형 펀드와 공동 투자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걸프스트림픽처스를 설립했다.

YG는 이번 지분 취득을 통해 레드로버가 제작하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에 대한 라이선싱 사업과 아시아권 영화 배급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간 정체 상태다. 비상장 모회사 JYP와의 합병을 발표하고, 원더걸스의 전 멤버 선미의 컴백 음반을 내놓았으나 예전만큼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5월에는 한류스타 배용준과 함께 야심차게 설립했던 드라마 제작사 ‘홀림’을 청산하기도 했다. SM·YG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이유는 비·원더걸스의 공연 일정에서 드러나듯 무리한 미국 팝 시장 진출 및 ‘박진영표 음악’에 대중이 식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요 시장 재편은 한때 국내 영화 시장을 지배했던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3강 체제가 현재의 CJ·롯데 양강 구도로 바뀐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양대 공룡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면서 개봉관 싹쓸이, 콘텐츠의 획일화 같은 독과점 폐해가 더욱 심화됐다.

막강한 자본력과 시스템을 앞세운 양대 가요 기획사가 군림하는 가요계는 과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SM·YG 이외의 회사들이 다른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까. 가요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은 가능할까. ‘황금의 제국’ 왕좌를 노리는 SM과 YG의 본격적인 쌍두마차 경쟁을 바라보며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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