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성 간염 10년 안에 정복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7.17 11: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코올성·비알코올성 간염은 금주와 체중 조절이 핵심

모든 간 질환의 시작점은 간염이다. 간암이나 간경화 같은 치명적인 병이 간염에서 비롯된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염증이 만성화되면 간에 딱딱한 덩어리가 생기면서(섬유화) 간경화로 발전한다. 과거에는 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주를 이뤘다. 간이 딱딱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 간경화도 치료를 잘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 이후부터 간염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간염은 그 원인에 따라 B형·C형·알코올성·비알코올성 간염으로 나뉜다. ‘간 질환=술’이라는 공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사실 전체 간염의 70%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태어날 때 전염된다. 때문에 B형 간염을 유전병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출산하면서 엄마의 혈액이 아이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데, 만일 엄마의 혈액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으면 아이는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난다. 엄마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90%에 이른다. 이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만성 간염 환자가 될 확률도 90%로 높다.

1980년대 중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B형 간염 치료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광범위하게 예방접종을 하면서 인간이 B형 간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B형 간염 치료제도 나와 있다. 이 약은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사라지게 하고,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아 간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주사제도 있지만 먹는 약도 효과가 좋아 1년 정도 복용하면 혈액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사람이 전체의 90%에 이른다. 이런 경우 간염이 간경화로 거의 발전하지 않는다. 간경화가 다소 진행됐더라도 약을 5년 이상 쓰면 딱딱해진 간이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환자의 금주 의지가 중요

약을 사용하더라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멸하지는 못하므로 간 조직에는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이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한다. 그래서 현재 B형 간염 치료제는 30~50년,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왔고 조만간 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간에는 약 10억개의 세포가 있는데 그 세포마다 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죽이려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의학계는 면역 증강에 도움을 주는 약을 개발 중이다. 5~10년 후에는 간 조직에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함으로써 B형 간염을 완치하는 약이 나올 전망이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간연구소 교수는 “면역체계를 자극해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는 먹는 약이 임상시험 중이다”며 “10년 전만 해도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는 일은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10년 후에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염의 또 다른 원인은 C형 간염 바이러스다. 이는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마약 주사기, 문신, 손톱깎이·면도기 공동 사용, 무면허 침술 등이 전염 수단이다. 수혈에 의한 감염은 사라졌다. B형 간염과 달리 성인이 된 후 개인적으로 걸리는 병이 C형 간염이다. 그러나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감염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요즘은 타액(침)으로 C형 간염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 휴대용 임신진단기처럼 사용이 간편하다. 침 한 방울을 진단기에 떨어뜨리면 30분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정확도도 95% 이상으로 높다. 조만간 주삿바늘을 몸에 찌르지 않아도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진단이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B형 간염과 달리 완치도 가능하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인종은 서양인보다 약 효과가 좋다. 서양인은 약을 먹어도 치료 효과가 50% 미만이지만 한국인에게는 70%다. 약을 먹고 6개월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평생 C형 간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 약은 주사제이고 몸살·탈모·불면증·우울증·혈구감소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런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의학계에서는 부작용이 적은 약에 대한 개발을 서둘렀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약은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도 거의 없다. C형 간염 환자의 90%에서 완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존 주사제로 24~48주 동안 치료받아야 했다면 새 약은 12~16주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 치료는 한마디로 획기적이다. 미국에서는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라며 “5년 후쯤이면 먹는 약으로 C형 간염을 완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염의 10~15%는 술이 원인이다. 생각보다 술에 의한 간 손상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알코올로 생긴 간염 치료는 가장 어렵다. 알코올성 간염은 술이 원인이므로 금주가 근본적인 치료다. 그러나 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술 욕구를 잠재우는 약을 개발해보기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술을 끊으려는 환자의 의지가 치료의 핵심인 만큼 약으로 알코올성 간염을 완치한다는 건 불확실하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 중에는 이른바 술에 센 사람이 많다. 술에 약한 사람은 술을 마실수록 괴로우므로 술을 피한다. 그러나 술이 센 사람은 한 번에 많은 술을 마시고, 자주 술자리를 가진다. 물론 술을 많이, 자주 마신다고 해서 모두 간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40%는 간염에 걸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알코올 섭취가 많을수록 간염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간염을 일으킬 정도로 문제가 되는 알코올 섭취량에 대한 연구가 있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하루에 술 3잔까지는 간염과 큰 연관성이 없다. 술에 따라 알코올 도수는 다르지만 독한 술은 작은 잔에, 순한 술은 큰 잔에 따른다. 그 한 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 양은 모두 10g으로 동일하다. 즉, 하루에 알코올 30g 이상을 섭취하면 간염에 걸릴 가능성은 커진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간연구소 교수는 “매 끼니 반주로 한 잔씩 마시는 술은 오히려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건강한 사람일 때를 말하는 것이고, 간염이나 간경화 환자에게는 술 한 잔도 독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은 간염 생기기 좋은 환경

50대 직장인 김기현씨는 최근 병원에서 간염 판정을 받았다. 간염 바이러스도 없고,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데도 간염에 걸린 것이다. 정확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다. 술을 마시지 않지만 간에 기름기가 많이 끼고, 그 주변에 염증이 생긴 간염이다. 과거에는 지방간은 10년이 지나도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지방간만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주변에 염증까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방간에 염증까지 생긴 지방간염은 10~20%가 간경화로 진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떤 사람에게서 지방간만 생기고, 어떤 사람에게서 주변에 염증까지 생기는지는 아직 모른다.

단순 지방간 또는 지방간염을 구분하는 것은 조직검사로 한다. 간에 바늘을 찔러 작은 간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그런데 이 간 조직은 전체 간 면적의 5만분의 1에 불과하고 어느 부위에서 채취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간의 탄성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나왔다. 초음파 등을 간에 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이 딱딱할수록, 즉 간이 나쁠수록 그 시간이 짧다. 또 조직검사보다 넓은 부위 또는 간 전체를 검사하므로 정확도도 높다. 간 탄성도 검사법은 비용이 비싸지만 앞으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조직검사를 대신할 전망이다.

고려대병원 약제팀 관계자가 A형 간염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단순 지방간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허리둘레가 32인치 이상이라면 지방간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사람은 간염 바이러스, 약물 등으로 급성 간염에 빠지고 순식간에 간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크다. 지방간은 마치 물이 곧 넘칠 것 같은 제방과 같다. 이런 제방은 비가 조금만 와도 곧바로 무너져 마을을 위험에 빠뜨린다. 지방간이 그런 상태다. 지방간 치료에는 체중을 빼는 방법이 우선이다. 김윤준 교수는 “간의 지방은 잘 빠지는 편이어서 체중의 5~7%만 줄여도 지방간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체중이 80kg이라면 한 달에 1kg씩 5개월에 걸쳐 5kg만 빼면 된다”고 권장했다.

몸무게를 뺄 때는 밥·떡·빵·과자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체중을 빼는 방법으로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하루에 30~4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걷기는 지방간 치료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간 전문의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과다 섭취해서 지방간이 생겼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먹는 것을 찾는 경향이 짙다. 간 전문의들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한다. 김 교수는 “비타민이나 항산화제를 먹으면 암 발생이 늘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있다”며 “간 질환 치료를 위해 임의로 음식이나 식품을 섭취하는 행위는 오히려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가까운 미래에 B형 간염의 완치가 가능할까.

과거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인간이 통제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 바이러스를 인간이 조절하는 단계이고 앞으로는 완치도 가능하다. 의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사람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간염 환자 자신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치료 자체를 받지 않는다. 현재는 간염 바이러스 활동을 막을 수 있어서 간경화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10년 이내에는 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가.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잠복하다가 20~40대에서 활동성으로 바뀌면서 간염을 일으킨다. 이 시기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 바이러스를 이겨내면 다시 비활동성이 된다. 그러다가 50대 이후에 재발한다. 바이러스는 시기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다. 비활동성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간염 수치(GTP, ALT)가 정상이면 치료할 필요가 없나.

그렇지 않다. C형 간염에서 간염 수치는 간염의 정도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간염 수치가 정상이라도 조직검사에서 간염이 심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자신이 C형 간염 환자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증상이 없으므로 대부분 병이 심해진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나 타액검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산할 때 감염되는 B형 간염은 형제가 모두 걸리므로 자신에게도 그 바이러스가 있을 것으로 아는 사람이 70%는 된다. 그러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개인별로 감염되기 때문에 자신이 C형 간염 환자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35%에 불과하다. 이것도 높게 잡은 것이다.

간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을 완치하면 간경화나 간암 발생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분명히 바이러스성 간염이 줄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건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복부비만과 당뇨가 늘어나므로 간염의 위험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허리둘레 32인치부터 지방간이 시작된다고 보면 되고, 34인치 이상에서는 지방간이 급증한다. 또 당뇨도 간염의 원인이다. 복부비만에 당뇨가 있는 사람은 대개 술도 마신다. 세 가지 요인이 겹치는 사람이 주변에 워낙 많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성인 인구가 3000만명이라면 그중에서 30%인 900만명은 지방간이다. 이 가운데 10%인 90만명은 지방간염이고, 또 그중의 20%는 간경화로 진행한다. 즉 18만명이 간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큰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복부비만과 당뇨는 스스로 조심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것인데, 이를 실천하지 않으니 문제다.

이미 간경화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과거에는 간경화를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간의 섬유화를 복구하는 약을 개발 중이다. 지금은 연구 초기 단계이지만 의학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10년 후쯤에는 간경화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약이 나올 것으로 본다. 간경화의 정도를 초기·중기·말기로 표현할 수 있는데, 초기는 간 조직이 딱딱하지만 간 기능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즉, 복수가 차거나 혈관이 터지는 등의 합병증이 없는 간경화 초기 환자의 수명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다만 암 발생은 조심해야 한다. 일반인보다 100~200배 위험하다.

간에 좋다는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전문의로서 어떻게 보는가.

한때 헛개나무 추출물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장기 복용하다가 간이 망가져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꽤 있었다. 이런 것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장에서 나온 카드뮴 물로 재배된 식물일 수도 있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전염병원균을 가진 쥐와 접촉했을 수도 있다. 또 그런 식품 자체가 간에 독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간이 좋지 않은 사람치고 건강보조식품이나 특정 음식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뭔가.

세포에 특정 식물 추출물을 넣었더니 좋아졌더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쥐 실험에서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는 소식도 있다. 이렇게 좋은 물질도 막상 사람에게 사용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치 내일 당장 획기적인 약이 나올 것처럼 언론이 보도한다. 그러면 기존에 치료를 잘 받던 환자가 하루아침에 치료를 거부하고 그 식품을 찾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해 생명이 위급해지기도 한다. 학계나 언론은 세포실험·동물실험 결과는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


 
 

▶ 대학생 기사 공모전,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참가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