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맞던 민주당, 좋아지고 있다”
  • 광주=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7.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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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유니버시아드·유네스코 등재 등 ‘광주 알리기’ 바쁜 강운태 광주시장

‘행정의 달인’ 강운태 광주시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는 오래다. 지금은 ‘정치 고수’로의 진화를 꾀하는 중이다. 1990년대 초 청와대 행정비서관으로 두 차례나 일했고, 임명직 광주시장에 이어 농림수산부장관과 내무부장관을 지냈으니 경력만으로도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호를 얻을 만하다. 16,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민선 광주시장이 됐으니 정치인 또한 분명한데 ‘고수’라는 타이틀은 변신 과정의 절묘함에 기인한다. 그는 광주를 국제적인 인권·민주의 성지로 각인시키고 반사이익을 자연스레 챙겼다. ‘5·18 역사 왜곡’ 개선 등을 지원하면서 보수 여권과 맞서는 투사의 이미지를 더한 것이다.


공약 이행 최우수등급을 받았던데 행정의 달인답다.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부분은.

우선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21호)받은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만류한 것을, 무등산보다 5m 높고 포용 면적도 넓은 대구 팔공산이 못한 일을 우리가 해냈다. 사실 1000m 넘는 고지에 주상절리가 있는 곳은 무등산이 유일하고, 각종 생태 자원도 풍부하니까 지정받을 만했으나 그래도 난관이 많았는데 이루고 말았다.

ⓒ 시사저널 전영기
세계도시환경정상회의(UEAS) 의장 등 국제적으로도 활약이 왕성하다. 경제 분야 성과는 어떤가.

광주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자 증가율이 5개월 연속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 전체에서 1위다. 2011년 제조업 성장률은 울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광주는 더는 소비 도시가 아닌, 수출 주도 생산 도시다. 지난해 흑자 규모가 울산 다음 가는 2등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액인 141억 달러를 달성한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14.3%인 것도 획기적이지만, 중소기업이 40%를 차지하는 게 큰 의미를 지닌다. 올해는 5월까지 66억 달러를 수출했다. 부산은 55억 달러다. 광주시가 품질을 인증하는 MIG(Made in Gwangju) 브랜드 개발도 자랑하고 싶다. 미국과 일본에 4억 달러 상당의 LED 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획기적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한국의 민주화에 큰 전기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평가돼 등재됐다. 등재 이유의 하나로 ‘동서 냉전 구조를 해체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넓게 인정한’ 사실이 특기할 만하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야구장 건립은 잘돼가고 있나.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을 건설 중이다. 이 야구장은 (스포츠)토토 자금과 민자 유치 방식을 통하면서 시비(市費) 부담을 최소화했다.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 특히 남북 단일팀 구성은 어떤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한반도 상황이 호전되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국제연맹(FISU) 총회가 단일팀 구성을 공식 승인한 만큼 민간 차원의 노력도 기울이려고 한다.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침체된 경기가 좀 더 활성화되면 투자자들의 사업 참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 김범일 시장과 맺었다는 ‘달빛 동맹’은 어떤 것인가.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광주)에서 한 자씩 따왔다.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륙 도시 대구와 광주는 정치적으로는 나름의 위치를 확보했으나 경제적으로는 소외됐다. 그래서 두 도시가 힘을 합쳐 발전을 도모하기로 하고 그런 뜻에서 만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

지역 언론에 당부하고픈 얘기가 있을 터인데.

언론은 의회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서로 위하고 더불어 나가는 그런 공동체 정신을 조금 더 발휘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광주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92%의 몰표를 안겼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7.8%에 그쳤고. 현 정부와의 협조에 어려움은 없나.

선거 결과를 갖고 시비하는 것은 정말 비민주적이다. 선거 직후 시민·공직 사회의 사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선 후인 지난해 12월27일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우리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갖고 설득하고 정성을 다하면 협조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행사 기념곡 지정은 ‘정부 협조를 이끌어내는 가장 결정적인 힘은 시민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국비 확보 등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광주 공동체의 힘을 모으려고 한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강 시장의 거취는 아주 민감하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시민의 뜻에 따를 것이다. 선거는 내년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 구상하는 바가 있으니 나중에 밝히겠다.

강운태 시장은 매주 금요일마다 ‘시민과 만남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광주시 제공
문제는 민주당인 것 같다.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게 시들하고. 안철수 신당이 힘을 얻고 있지 않는가.

민주당은 그동안 호남에서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사실상 집권당이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민들은, 왜 때만 되면 표 달라고 하면서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꾸지람을 하고 있다. 부모·자식 사이로 비유하자면, 용돈만 타가고 효도는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에 92%의 표를 몰아줬는데도 정권 창출을 못 했으니 미운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은 멀어졌고, ‘이놈들 봐라’ 하면서 회초리를 들게 됐다. 그런데 요즘은 민주당이 열심히 하니까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추진 과정 등에서 보듯 민주당이 역할을 다하니까 “역시 내 자식”이라는 기류가 생겼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역시 민주당이네” 하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건 처리도 그렇다. 이런 추세라면 민주당 후보로 누가 되든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민주당이 흔들리면 이른바 ‘안철수 신당’ 하는 세력들이 본격 채비를 할 것이고…. 둘(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선전 여부)은 함수관계에 있다. 나 자신이 민주당 소속이니 민주당이 잘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결국 큰집(민주당 중앙당)이 걱정인데, 안철수 신당이 생기고 민주당과의 제휴라든가 ‘어떤’ 관계가 성립되면 따라야 하지 않은가.

당연하다. 잘 풀릴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포부는.

모든 힘은 시민에서 비롯되고 모든 공은 시민에게 귀결되는 ‘시민 주권 시대’를 열어가려고 한다. 모든 시민이 우리의 창창한 자산과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참여와 소통의 시민 주권 시대를 역동적으로 펼쳐나갈 테니 지켜봐달라. 

 

‘안철수 신당’ 주시하는 호남 정치권 


<시사저널> 2013년 5월14일자의 커버 인물은 안철수 의원이었다. 호남 여론조사에 따른 결과다.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버리고 안철수(를) (껴)안는’ 현실이 확인됐고, <시사저널>은 이를 특집으로 꾸몄다. 달라진 호남 민심을 이처럼 적확하게 끄집어낸 보도는 여론조사와 현지 르포를 통해 확인했기에 가능했다.

커버스토리 특집 타이틀에 동원된 ‘저짝(저쪽=새누리당)을 뽑을 순 없응께 할 수 없이 지지할 뿐이지라’ ‘호남이 적자(嫡子) 버리고 양자(養子) 들이다’ 등은 오늘의 정치 흐름을 단적으로 압축하는 문구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지에서 예측한 전망 등 일련의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또 향후 정치 판세를 가름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관측을 낳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본지에서 타이틀로 뽑았던 ‘민주당 해체하고 안철수와 새 당 만들라’ ‘차기 대권 후보는 안철수 25.7%, 문재인 6.3%’ ‘다음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 찍겠다 31%’ ‘안철수든 민주당이든 낡은 틀을 깨뜨려라’ 등은 여전히 유효하고 실제 이 지역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광주 민심 르포에서 청취했던 “민주당은 힘내야 할 때마다 분열”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없다” “멘붕 상태다. 박근혜정부에 실망할수록 민주당에 대한 원망이 커진다” 등의 시민 목소리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랬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종국에는 표를 몰아줬다. 온갖 욕을 퍼붓다가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이기도 했다. 정 미우면 무소속 후보로 ‘대체’하기도 했다. 진보당 후보들이 어부지리를 얻기도 했다. 때문에 이 지역의 모든 정치 지망생은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민주당 공천에 목을 맸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듯싶었다.

하지만 ‘안철수 카드’가 등장하면서 기본 판도가 흔들리는 중이다. ‘저짝’ 즉, 새누리당을 안 찍는다고 해서 저절로 당선이 보장되는 때가 지난 것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의 어정쩡한 처신으로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반신반의 기류가 없지는 않으나 여전히 ‘막강 패’임은 틀림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가 뜨겁게 달아오름에도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이 비교적 정중동(靜中動)인 것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안철수 신당 여부에 따라 근본이 달라지기에 행보들이 조심스러운 것이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를 노리는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아예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모두 시장에 출마하려 한다는 말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 실제 8명의 지역구 의원 가운데 통합진보당(오병윤)과 무소속(박주선)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6명이 모두 광주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말도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지난 5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용섭·강기정 의원의 실제 노림수는 광주시장이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까지 가세하면서 자연히 강운태 현 시장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차기 대권 후보론까지 지피며 내달려온 강 시장이지만 대세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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