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국가 차원에서 보물섬으로 키워야”
  • 제주=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6.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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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지사 “2021년까지 인구 70만명 목표… 정당 선택 내년 초 결정”

‘새가 날아가다가 아름다운 곳에 내려앉고, 또다시 방문하고픈 마음이 드는 곳,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을 가진 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소설가 장 마리 귀스타브 클레지오의 제주 예찬을 빌리지 않더라도 제주도는 한국의 보배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지역이자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 지역이 제주다.

정부는 이런 제주를 더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특별자치도’로 지정했다. 그 제주를 이끄는 수장이 우근민 지사다. 다른 시·도와는 달리 도지사가 시장도 임명토록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제주지사이지만 마냥 편치만은 않다. ‘육지에서 떨어진 섬’ 제주 특유의 정서에다, 수많은 지역 언론사와 민간단체들이 저마다 목청을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말 많고 탈 많아서 그런지 공무원들도 소신껏 일하기보다는 몸을 사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자가 우 지사를 만났을 때는 얼마 전의 4·3 사건 관련 발언으로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는 김달삼·이덕구를 폭도라고 얘기했음에도 당시 무장대로 몰린 무고한 민간인들을 지칭한 것처럼 들린 게 탈이었다. 바닥이 좁은 만큼 모든 게 더 민감한 지역 특성을 말해준다.

 

ⓒ 시사저널 전영기
특별자치도로서 제주의 위상은 특별하다. 여타 시·도와 차별화되는 개발 전략은 어떤 것인가.

2006년 특별자치제 도입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법과 제도 도입, 합리적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교육·의료·관광 및 첨단 산업과 청정 1차 산업에서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식품·한방바이오·물·신재생에너지·프랜차이즈 산업을 5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선 감귤 식품 산업·제주형 녹색 산업·용암 해수 산업 단지를 핵심으로 조성 중이다. 용암 해수 단지의 경우 식료품·음료·화장품 제조, 스파 시설 등 건강·뷰티 분야 업종을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분양률이 80%를 넘었다.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하지 않은가.

예컨대 제주 삼다수는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18위에 올랐다.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겨냥한 ‘한라수’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맥주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는 25일 제주산 보리와 청정수를 원료로 하는 제주맥주가 출하되니 기대해보라.

몇몇 유럽 국가들은 상당액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투자를 하면 영주권을 부여한다. 제주는 어떤가.

투자 촉진과 인구 유입을 위해 기업 투자 이민제와 부동산 투자 이민제 두 가지를 시행 중이다. 기업 투자 이민제는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5명 이상의 국내인을 고용한 투자자에게 바로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현재 6명에게 발급됐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는 콘도 등 휴양 체류 시설을 5억원 이상 구입하면 5년 후에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현재까지 409동, 2657억원이 투자됐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 실시 이후 국세를 제외한 지방세 수입만도 129억원에 이른다. 유동 인구 증가 등에 따른 소비재 및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 중심이 중국과 중국인?

제주를 중심으로 비행 거리 2시간 이내에 인구 500만명 이상의 배후 도시가 18개다. 100만명 이상 메가시티는 60개나 된다. 중국 유력 언론이 제주를 하와이, 몰디브와 함께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섬 관광지로 선정했다시피 친(親)중국인 정서가 녹아들고 있다. 따라서 투자도 활발하다. 2021년까지 인구를 7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부동산 이민제 활성화 등을 전제한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은 천혜의 자원인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

제주의 환경 정책 기본은 ‘선보전, 후개발’이다.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도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관리 체계 아래 일정 수준의 개발은 허용하려고 한다. 사실 요즘은 개발보다 보전에 무게를 두는 정책 마인드로 도정을 이끌고 있다. 환경 자원 총량 관리 시스템 도입도 그 일환이다. 예를 들면 한라산, 오름, 곶자왈 등의 환경 자원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계량화해 총량(면적)을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토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환경 보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막상 소자본 중심의 ‘올망졸망’ 난개발이 될까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애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원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동시에 짜임새 있는 개발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수출도 꽤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 대한 광어 수출은 제주가 주도한다. 중국에는 5000만명 정도의 ‘부유층’이 있다. 이들은 한국산 당근·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본격화되면 수출 물량은 엄청날 것이다. 제주의 1800종 식물 중 상당수는 약초 성분을 갖고 있다. 식물성 선크림, 제주 감귤 팩 등 잠재력은 대단하다. 감태 등도 눈여겨보기 바란다. 지난해 수출이 4억8000만 달러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2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들었다. 포화 상태인 공항 증설도 시급할 텐데.

당초 목표보다 1년 앞당겨 200만명을 달성할 것이다. 내국인 관광객을 합치면 올해 1000만명이 넘는다. 최근 5년간 관광객은 연평균 13.6%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관광 수입은 매년 1조 단위로 획기적 경신을 하고 있는데 올해 목표는 관광객 1050만명, 관광 수입 6조4000억원이다. 제주가 일본과 중국을 잇는 고부가가치 크루즈 중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4배가 넘는다. 제주-김포 항공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이다. 확장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 중이다.

다양한 공직 경험을 갖고 있는데,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민생 안정 및 발전이다. 말레이시아 저자야 그룹의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2조5000억원), 중국 녹지 그룹의 헬스케어타운(1조원)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제주형 복지 시책을 펴고 있다. 서민 생활 민원은 ‘빨간 딱지’를 붙여 책임관이 철저히 관리토록 하고 있다.

지사가 제주 인재 양성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들었다.

인재는 장기적으로 가장 큰 재산이다. 교육이 잘되고, 그래서 인재 양성이 되면 인구 증가와 도 발전은 더불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아닌가.

우근민 제주지사(맨 오른쪽)가 5월23일 성읍민속마을 일관헌 복원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제주도 제공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으로 유권자 대상을 수상했던데.

전국 최초로 ‘골목상권 살리기 추진단’을 신설하고 은행 대출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2000만원(1200명)을 지원한 것이 평가를 받은 모양이다. 크루즈 관광객을 원도심 상권으로 끌어오고…. 점포 리모델링 사업 대상을 음식점, 세탁소, 이·미용실로 확대하고자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특별 보증 지원도 확대하고.

4·3 사건은 특히 제주에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령제 불참에 비판도 나오고….

대통령의 추념일 제정 약속은 지켜질 것으로 안다. 명칭에는 변화가 있을지 모르나…. 4·3 사건은 원체 민감하다 보니 자칫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북한과 관련된 인물이 문제인데,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시끄러워진다. 경찰·유족이 화해하고 용서하는 상생의 모습마저 방해하는 측을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 하고픈 말은.

지역 균형 발전을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는 현 정부에 기대가 크다. 국가 차원에서 제주를 보물섬으로 키워줬으면 한다. 제주가 종자, 웰빙 식품, 뷰티, 풍력발전, 스마트그리드, 마이스 등 대한민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진정 차별화되고 파격적인 뒷받침을 바란다. 홍콩·싱가포르처럼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선도 모델이 되게끔 말이다. 다른 시·도와의 균형 등을 이유로 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

내년 지사 선거에 나서는가. 현재 무소속인데 정당 문제는.

정당 선택 건은 서두를 게 아니다. 내년 초에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할 생각이다. 


내년 제주지사 선거 “그때 가 봐야 안다” 


제주도민의 정치적 선택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변화무쌍’이다. 한마디로 예측불허 미지(未知)의 세계다. A의원을 뽑았다가 다음 총선에서는 직전 총선에서 A에게 패했던 B를 당선시키고, 여당 공천에서 밀려난 A가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서면 A를 당선시키고(당연히 B는 낙선하고), 또 그 다음 총선에서는 A를 다시 쫓아내고….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큰 인물이 못 나오느니, 제주도가 발전이 안 된다느니 자성론이 나오곤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30여 년 사이에는 흐름이 약간 달라져 ‘몰빵’이 주조였다. 세 개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두 같은 정당 출신이었다. 2000년대 초까지 현경대·양정규·변정일 3인이 ‘트로이카 시대’를 열고 국회의원직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앞서 밝힌 ‘정석(定石)’처럼 한나라당 소속 혹은 무소속으로서, 또 세 사람 모두가 한꺼번에 금배지를 달든지, 아니면 번갈아가며.

그러다 세 거물을 일거에 몰락시켰다. 17대부터는 민주당(열린우리당) 소속의 강창일·김우남·김재윤 3인이 제주를 석권했다. 같은 정당의 3인이 내리 3선을 하는 제주 정치 사상 아주 특이한 현상이 전개됐다. 이렇게 해서 현재의 야당이 압도한 제주이지만,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다수표를 몰아주는 투표 행태를 보였다.

헷갈리는 유권자들의 선택은 도지사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근민 현 지사와 신구범·김태환 전 지사 3인이 도지사 삼국지를 연출해왔다. 1942년 동갑내기인 세 사람의 투쟁사는 소설 소재를 삼기 위해 일부러 꾸민 것처럼 들린다. 27, 28대 임명직 도지사를 지낸 우근민과 29대 임명직 도지사인 신구범은 제1회 민선 지사(31대) 선거에서 맞붙었고, 신구범이 승리한다. 그러나 2회와 3회 지방선거에서 우근민이 내리 당선(32, 33대 지사)됐다. 우 지사의 경우 1회 지방선거 낙선 당시엔 민자당(새누리당의 전신) 후보였으나, 당선된 2회와 3회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2004년 6·5 재보선에서 김태환 전 제주시장이 지사(34대)에 당선된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두 차례 민선 제주시장을 지낸 그는 첫 시장 선거 때는 민주당 소속, 두 번째는 무소속이었다. 4회 지방선거에서 승리, 김 지사는 첫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됐다. 그러나 소속은 무소속. 김 지사는 재임 중 공직선거법 위반, 주민소환제 투표로 직무정지 소동을 겪었다. 그 다음 치러진 5회 지방선거에서 우 지사는 과거의 성희롱 파문이 시비가 돼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36대 지사가 됐다.

하나하나 밑줄 쳐가며 따지지 않고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세계가 제주 정치판이다. 다투는 세력도 양자가 아닌 3자(여·야·무소속)이고 등장인물도 대개가 3인이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그리고 양자 대결이 아닌 정립(鼎立) 형태이기에 제주 내부적으로는 더욱 치열하다. 다른 광역단체와는 달리 지사가 제주시장 등 기초단체장을 임명하는 막강한 권한(특별자치도법에 의거)을 갖는 데다, 인구 60만의 섬 지역이라는 특징이 세력 간 마찰 가능성을 키움으로써 치열함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제주이기에 내년의 지사 선거는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거명되는 지사 후보로는 김우남 민주당 국회의원과 고희범 민주당 도당위원장, 김경택 전 제주국제자유도시이사장, 김방훈 전 제주시 기획관리실장 등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강지용 서귀포시 당협위원장, 이연봉 제주시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제주 정계의 원로인 현경대 전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되면서 지사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소속인 우 지사의 정당 선택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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