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권력이 꼭 거치는 데자뷰!
  • 안성모·이규대 기자 ()
  • 승인 2013.06.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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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쏠리는 4대 의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원세훈 전 원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정권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여론 조작을 지시하고 관련 보고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다.

당초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공직선거법 적용 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의 신병 처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대치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검찰 수사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넘어 원 전 원장 개인 비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 전 원장과 관련해 떠돌던 각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단순한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전 정권의 치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원 전 원장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4대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의혹 1
   황보건설 외 또 다른 건설사에 특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5월31일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원세훈 전 원장은 황보건설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 등 대형 건설 공사에서 황보건설이 하청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 원 전 원장의 압력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원 전 원장이 또 다른 건설업체 ㅇ건설의 뒤도 봐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황보건설 대표 황 아무개씨와 함께 ㅇ건설 대표 김 아무개씨도 원 전 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김씨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인사로 알려졌다. 2010년 당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시공사의 협력업체가 아닌 황보건설과 ㅇ건설이 다른 협력업체들을 제치고 하도급업체로 선정됐다. 비협력업체가 협력업체를 밀어내고 공사를 따내자 “권력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 과정에 개입한 당사자로 원 전 원장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의혹 2    여성 관장 운영 갤러리에 특혜

원세훈 전 원장이 한 여성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있다. 여야 복수의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과거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부터 이 여성 관장과 잘 알고 지냈다. 강남의 한 사교 모임에서 만났다는 얘기도 있다. 이때부터 원 전 원장이 갤러리 운영에 도움을 줬고, 실제 이 갤러리는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MB 정권 출범과 함께 원 전 원장이 중앙 무대에 진출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친분 관계를 계속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과거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딸이다.

의혹이 불거진 시기는 2010년 12월 말이다. 국회에서 2011년도 정부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였다. 이 갤러리 이름을 내건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진흥기금 2억5000만원이 예산으로 배정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 예산이 상임위의 예비 심사나 예결위의 종합 심사에서는 없던 예산이었다는 점이다. 본회의 직전에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끼워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2010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이 갤러리를 보조 사업자로 하는 사업에 1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은 2011년 1월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속됐다. 이때 해당 여성 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당시 이 여성 관장은 해외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갤러리가 2년 연속 정부 예산을 지원받자 정치권에서는 누군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권 차원의 특혜성 지원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기자는 당시 이 사안을 직접 조사했던 민주당 인사 등으로부터 관련 의혹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 인사는 “갤러리 직원들을 접촉해 여러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 전 원장이 자주 찾아오고 관장과 가깝게 지낸다고 했다.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조사 과정에서 갤러리 공사 때도 특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여성 관장은 원 전 원장 이외에 다른 몇몇 정치인과도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 3    UAE 원전 수출로 해외 비자금 조성

원세훈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바로 ‘해외 비자금 조성’ 여부다. 원 전 원장이 퇴임 직후 출국을 시도한 것을 두고 이와 연관 지은 해석이 나왔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민주당의 한 인사는 “원 전 원장이 해외로 나가면 가장 곤란한 곳은 현 정권이다. 그가 무엇인가를 쥐고 나가 협상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징후가 있으니까 출국금지를 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현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 전 원장이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주하면서 리베이트로 챙긴 거액의 현금을 두바이 현지 은행에 보관해뒀다는 것이다. UAE 원전 수출은 규모가 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국정원 내부 정보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원 전 원장이 퇴임 후 일본에 가려고 한 것도 두바이에 들러 200만 달러를 찾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친척에게 맡겨두기 위해서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두바이에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1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추측도 나온다. 원 전 원장 개인이 아니라 MB 정권 차원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원 전 원장은 자금을 잘 조달해 돈 만드는 귀재로 불렸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이 ‘MB 비자금’을 관리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사정기관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원전 수출은 국정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사정기관에서 일했던 한 여권 인사도 “국정원의 수장이 직접 나서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원세훈 원장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그 후유증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체 대표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의혹 4    대기업 계열사 통해 비자금 조성

국내 대기업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기업 계열사 사장이 해외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MB의 최측근에게 전했는데, 이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원 전 원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계열사 사장은 이후 대기업과 공기업을 오가며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대기업 오너 측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했지만 없던 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계열사 사장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지만 원 전 원장이 힘을 써줬다는 뒷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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