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걸릴 확률, 흡연자가 20배 높아”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5.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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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

폐암 환자의 85%가 흡연자일 정도로 담배는 폐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 발생 위험이 13배 높아진다. 담배를 많이, 오래 피울수록 폐암에 걸릴 가능성은 커진다. 매일 1갑의 담배를 40년 동안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 높다. 매일 2갑의 담배를 20년 동안 피운 사람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60~70% 상승한다. 남성보다 여성의 흡연은 더 치명적이다. 남성과 같은 정도로 흡연한 여성은 남성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높다. 한지연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폐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이 폐암 예방을 위해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를 5월10일 국립암센터에서 만났다.

 

폐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금연인가.

폐암 환자의 대다수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많다. 금연은 폐암 예방의 첫걸음이다. 간접흡연도 문제다. 한정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간접흡연을 조장하는 행위다. 특히 집에서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나오는 유해물질과 담배 연기를 같이 흡입하면 더욱 해롭다.

조심해야 할 환경적 요인은 무엇인가.

폐암 환자의 15%는 비흡연자이고,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이다.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간접흡연·석면·라돈·비소·카드뮴·니켈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큰 문제라고 본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 낡은 학교나 학원 건물일수록 아이들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석면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산업 발전이 급격한 중국에서 생기는 공해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폐암 발병에서는 환경적 요인을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명확한 환경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한참 진행된 채로 폐암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은데 조기 검진은 어려운가.

매년 가슴 X선 촬영을 하면서 폐암을 검사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말기 폐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폐암은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조기 검진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저선량 CT(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이 10분의 1 정도인 전산화 단층촬영)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30년 동안 피운 55~74세, 즉 폐암에 잘 걸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저선량 CT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폐암 조기 검진의 최종 목표인 폐암 사망률을 하락시킬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폐암에 잘 걸릴 것 같은 사람(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일반인에게도 그 방법이 유효하다고 보기는 무리다.

폐암은 어떻게 검사하나.

과거 병력, 혈액 검사를 하고 의심되면 X선 촬영을 한다. 그런데 심장, 핏줄, 뼈 등에 가려서 암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저선량 CT로 폐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뼈 스캔 등의 검사를 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검사를 한다.

조직검사를 꼭 해야 하나.

악성 종양인지, 어떤 종류의 암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한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방법에 차이가 생기므로 조직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과거에는 확진을 위해서 했지만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는 요즘에는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조직검사는 필수다.

폐암 판정을 받은 환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병원이나 의사에게 재진단을 받고 싶어 하는데….

여러 번 진단할수록 폐암을 확실하게 판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믿는 것은 문제다. 그래서 폐암에 좋다는 식품을 찾는다. 어쩌다가 한 사람이 특정 음식을 먹고 폐암이 나았다고 해도 그것은 특별한 경우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그것이 자신에게 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암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앞으로 폐암 치료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과거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모든 환자에게 한 가지 약을 써서 효과가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약이 많다. 특히 표적 치료제 개발로 특정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약을 미리 선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 그래서 과거에는 폐암이라고만 했지만, 지금은 무슨 무슨 유전자 변이 폐암이라고 세분해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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