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원순·안철수 최종 목표에서 만날 것”
  • 엄민우 기자·정리 │ 양창희 인턴기자 ()
  • 승인 2013.05.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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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노빠’ 문성근이 말하는 민주당과 친노

전당대회는 말 그대로 정당의 최대 축제다. 전국에 퍼져 있는 대의원들이 모여 당 대표를 선출하고 대외적으로 당의 위용을 알리는 행사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5월4일 문성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홀로 등산을 했다. 당내 주류 인사로서 한때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던 그가 갑작스레 당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4년 만에 다시 ‘폐족’ 위기에 처한 친노의 상황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5월17일 일산 정발산역 근처 카페에서 문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 그는 “이 카페가 3년 전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정당 ‘국민의 명령’을 시작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지난 4년을 평가한다면.

우리 국민이 전체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역주행과 노무현의 죽음이 한꺼번에 소용돌이쳤기 때문에 국가 권력이란 무엇이며 정부란 무엇인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니었나 싶다.

당내에서는 친노에 대한 대선 책임론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선거에서 진 건 문재인 후보 책임이 가장 크다. 누가 아니라고 했나. 다 인정한다. 그런데 대선 때 48%의 지지를 얻었다. 이걸 어떻게 계속 키우고 끌고 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친노 프레임’이란 게 민주당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이것 때문에 사람이 적재적소에 가지 못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친노 성향인 사람은 있을 수 있다. 노무현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도 친노 맞다. 동시에 친DJ다. 원래 친DJ로 시작한 사람이니까. 지금 친노 계파를 해체하라고 말하는데, 해체할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최근 언론에서 친노가 소멸했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게 반갑다. 친노나 친노 계파는 없다. 친노 성향만 있을 뿐이다.

전당대회 하루 전 갑작스럽게 민주당을 탈당했다. 비주류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것을 보고 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배경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정치공학만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본다. 누가 뽑힌 다음에 나가면 그건 ‘불복’이지 않은가. 전당대회 룰이 정해질 때는 고민을 했다. 몇 분들하고 의논을 했는데 다 말렸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나왔다. 말하자면 ‘국민의 명령’을 시작했던 그때로 돌아간 건데 3년 전에 비해서 훨씬 상황이 낫다.

탈당 후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당이 했어야 하는 일을 시민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 세력은 크게 민주당 정통 지지 세력, 민주당 바깥의 민주 세력, 개인주의적이면서 자유주의적인 진보 성향의 무당파 등 셋으로 나뉜다. 무당파는 정당원이 되기는 싫지만 동아리 모임 등 정치 참여는 꾸준히 한다. 이 무당파와 지지 세력들을 묶고자 하는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민주당은 절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새누리당은 점조직 구조가 강하다. 당원이 넓게 퍼져 있고 관련 민간단체도 많다. 당원 구조가 탄탄하고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그게 없다. 문재인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온·오프라인 결합 네트워크 정당으로 갈 것을 당론화하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당이 이걸 파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며, 이게 없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돌아가셨다.

그것을 왜 굳이 탈당해서 해야 하는가. 당에 남아서 하면 안 되나.

지금 민주당은 집단 최면에 걸려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집단 퇴행을 결정했다. 시민 참여 확대는 인류사적인 변화이고, 국민 4분의 3이 스마트폰을 쓰는 한국의 특성이기도 하다. 당이 자기 지지 기반을 깨버린 것이다. 이렇게 흩어진 세력을 어떻게 다시 모을 수 있을까. 이제는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퇴행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지금 당원 중심으로 가자는 주장은 정치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현실을 반영하는데 그 교과서는 옛날 유럽의 현실이 담긴 오래된 교과서다. 정작 당원 중심 정당이라는 영국 노동당도 시민과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영국 노동당도 이러고 있는데 지금 당원 중심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시민사회 네트워크 정당을 성공시키면 교과서를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외곽에서 당을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 진보 진영 정당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탈당한 것은 민주당을 적으로 두겠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존중받아야 하는 역사의 결과물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혁신 정당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 세력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그 기조를 유지하면 그를 포함해서 다시 통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 안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오는 게 백번 낫다.

안철수 의원과 함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통합 운동을 하면서 어느 한 편을 들 순 없다. 절대적으로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 한다. 지금부터 함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에 갈 것이 아니라면 (야권 진영은) 그 양반과 따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단일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같이 가는 조건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새 정치 선언’에 써 있지 않은가. 시민 정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많이 모였는데 동력이 문제다. 결국 인물이 중요한데,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당장은 안 되지만 최종 목표 지점에서는 만날 것이다. 다 같이 가지 않으면 결국 망하는 건데, 망하는 길로 가면 어쩔 수 없다. 아직 야권이 심각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니까.

현재 당내 지도부는 계파를 청산하고 통합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좋다. 그런데 왜 국민 참여를 배제했냐고 묻고 싶다. 이런 지적을 모바일 참여 배제에 대한 불만으로 보는 것은 핵심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대로 어떻게 지방선거를 치룰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집권 초기에는 (야당이) 이기기 힘든데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새롭게 판을 짜서 여러 사람이 경쟁해서 강한 후보를 만들어내자는 건데, 그 판은 결국 국민 참여가 확대된 판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향후 선거에서 이기려면 ‘우클릭’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 때는 자신이 무당파 또는 중산층이라고 얘기하지만 유권자는 실질적으로 ‘경향성’을 갖고 있다. 자신이 좌파적 혹은 우파적 정책을 지지하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정당은 추구하는 가치 지향은 명백하게 하되, 유연하게 정책을 생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때도 유연한 진보였다. 민주당은 이념 지향적으로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

노사모 등 기존 시민 세력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민주 진보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특정 조직체와 결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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