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주의 비밀이 벗겨진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4.17 15: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젤란 망원경 프로젝트…한국도 지분 10% 참여

천문학사에서 망원경으로 밝힌 최대 업적은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년)이 발견한 우주 팽창이다.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 망원경으로 여러 은하를 관측해 ‘먼 곳에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1990년 4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세기 최고의 천문학자 허블을 기리기 위해 이름 붙인 ‘허블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다. 직경 2.4m의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 이름에 걸맞게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것만 아니라 가속적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거둔 쾌거다. 오늘날 우주 팽창설은 우주 현상을 설명하는 정설이 됐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원적외선 사진. ⓒ AP연합
마젤란 망원경으로 전 우주 탐험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허블 망원경도 언젠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망원경’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과연 허블 망원경의 후예는 누구일까. 현재 지상에선 허블망원경의 반사경보다 직경이 10배 큰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무엇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것일까. 천문학자들은 아직 그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암흑 에너지’라고 부른다. 암흑 에너지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정체를 모르는 물질인 ‘암흑물질’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다. 암흑 에너지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힘으로 중력과는 거꾸로 ‘서로 밀어내는 힘’이다. 우주 공간이 팽창하는 만큼 암흑 에너지는 함께 늘어난다. 평범하게 팽창하던 우주는 암흑 에너지가 너무 커지면서 지금은 가속 페달을 밟아, 갈수록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리만 다섯 차례 하면서 지구 상공 569㎞에서 우주를 찍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확인했다. 현재까지 우주망원경으로서 최고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곧 퇴역을 앞두고 있다.

세계의 천문학계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밝히지 못한 암흑 에너지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빅뱅(대폭발) 후 처음 만들어진 별과 은하는 어디에 있는지, 가속으로 팽창하는 우주는 최후의 날에 찢어지며 종말을 맞이할지, 아니면 무한히 팽창할지에 대해서도 밝히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현재·미래의 우주 모형을 세우고 새로운 우주 모형을 증명할 거대 우주 탐사 작업을 가시화했다. 바로 미국 카네기 천문대를 중심으로 한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프로젝트다. 마젤란이라고 명명하게 된 이유는 마젤란이 항해자로서 전 지구를 탐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전 우주를 탐험한다는 의미에서다.

GMT 프로젝트의 골자는, 2020년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을 칠레의 아타가마 사막에 세운다는 것이다. 칠레 사막을 선택한 이유는, 수증기가 없어 우주의 전파나 빛이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상층 대기의 요동이 적어 별빛이 퍼지지 않고 뚜렷하게 전달된다. 날씨가 맑아 1년 중 300일 가까이 천문 관측도 가능하다. 또한 근처에 관측을 방해하는 불빛이 없고, 앞으로도 개발될 여지가 거의 없어 천문대를 세우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아타가마 사막에 설치될 마젤란 망원경은 8.4m 크기의 거대한 거울 7개를 붙인 직경 25m의 대형 반사망원경이다. 거울 하나를 중심으로 나머지 6개가 둥그렇게 배열돼 거대한 반사경 하나를 이루게 된다. 주변 거울 6장이 우주에서 오는 빛을 비스듬히 반사해 반대쪽에 있는 부경(secondary mirror)으로 보내는 구조다.

거대 마젤란 망원경은 달에 켜진 촛불 하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집광력과 400km 밖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식별할 수 있는 초고분해 능력을 자랑한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에 비해 해상도가 10배 이상 뛰어나 어두운 천체를 관측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7개의 거울이 모두 완성돼 빛을 모으면, 달에 켜진 촛불처럼 아주 작은 빛부터 우주 먼 곳에서 별이 처음 탄생하는 순간까지 직접 촬영할 수 있어 우주 최대 미스터리인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도 찾을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이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은하계의 ‘장미 성운’ 모습. ⓒ 연합뉴스
분광기 등 기술 축척할 기회

GMT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공식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천문학자 들이 참여해 망원경의 부경(2차 반사 거울)과 적외선 분광기 등 GMT 관측기기 개발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광학천문센터장과 김영수 박사, 서울대의 이명균·우종원 교수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부터 추진된 GMT의 총 예산은 7억4000만 달러(9600억원). 미국 카네기 천문대, 하버드 대학, 스미소니언 국립천문대, 애리조나 대학, 텍사스 오스틴 대학, 텍사스 A&M 대학이 지분 80%를 갖고 있다. 여기에 호주와 한국이 각각 전체 제작 예산의 10%를 부담하면서 10%의 지분을 갖는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거대 구경 망원경을 설치하려는 이유는, 망원경의 거울 직경이 클수록 멀리 있는 곳의 미약한 빛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GMT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우리는 나노 정밀도 광학 가공 능력과 초정밀 미세광 적외선 측정기의 개발 능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된다. GMT에는 근적외선 다천체 분광기, 중적외선 영상 분광기, 광시야 가시 분광기 등 다양한 광학 장비가 설치돼 우주에서 얻어낸 영상을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곧 10년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천문학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도 된다.

2020년 GMT가 완성되면 한국은 망원경 관측 시간 중 10%(1년 중 30일간)를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주가 태어난 지 10억년도 되기 전에 일어난 은하의 생성과 우주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별 등을 관찰하고 우주의 팽창 속도도 잰다. 이런 정보를 종합해 한국은 초기 우주 생성과 전체 우주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 에너지, 22%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 등의 성질을 규명하고 우주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데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40년에는 호주와 남아프리카 사막에 전파망원경 3000대를 연결하는 광활한 지구 관측망도 구축될 예정이어서 세계 천문 기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천문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관심은 먼 미래에도 틀림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