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오빠 되려면 평범한 건강법부터 챙겨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4.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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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의 첫 비결은 정기 건강검진 금연하면 8년 젊어져

세계보건기구(WHO)의 2012 세계 보건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여성 84세, 남성 77세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 수명은 여성 73세, 남성 71세로 기대 수명과 6~11세 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는 생을 마감하기까지 약 10년은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10년 동안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염태환씨(70)의 생활습관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내 나이를 알면 깜짝 놀란다. 그래서 ‘최강 동안’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병원에서 측정한 그의 생체 나이는 50대 중반이다. 생체 나이(bio-age)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나이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낮으면 동년배보다 젊게 사는 것이고, 그 반대면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예를 들어 혈압, 폐 기능, 콜레스테롤 등의 검사에서 정상이면 생체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낮아진다.

염태환씨가 또래보다 15년이나 젊게 사는 비결 몇 가지를 짚어봤다. 그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첫 번째로 꼽았다. “대기업에서 수십 년 동안 근무하면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고, 지금도 그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면 참지 않고 병원을 찾아 적극 치료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소식과 저염분 식사가 젊음 유지 비결

무덤덤하게 건강검진을 받으면 별 의미가 없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를 놓고 몸 상태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몸무게나 간 수치가 변했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으면 되고, 특히 여성은 6개월에 한 번씩 산부인과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전재우 서울시북부병원 가정의학과장은 “나이가 들면 자연적인 노화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생체 기능, 적응력, 회복력 등이 감소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이상이 닥칠지 모른다”면서 “노인 질환은 증상이 모호하고 복합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주립대 의대 학장인 마이클 로이진 교수의 저서 <생체 나이 고치기>에 따르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면 12년 이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로이진 교수는 “생활 속 건강 관리를 통해 생체 나이를 줄일 수 있다”면서 “이는 질병과 노화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소식과 저염분 식사도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소식하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생체 나이를 4년 줄일 수 있다. 먹는 밥은 평소의 3분의 1로 줄이고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계획이 필요하다. 지방도 콜레스테롤의 부작용을 고려해 다소 줄이는 것이 좋다. 매일 섭취하는 열량을 20~30% 낮추면 반대로 수명은 20~30% 늘어난다.

운동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염씨는 은퇴 후 한 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들의 목욕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 자체가 운동이다. 게다가 내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자긍심도 생겨서 정신건강에도 좋다.”

운동이라고 해서 굳이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몸놀림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염씨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30대 이후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 체력 증진과 함께 약 9년 젊게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7330 운동법’만 실천해도 9년 회춘

각종 노인성 질환은 운동 부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비만, 고지혈증, 관절염, 우울증 등은 운동 부족과 밀접하다. 예컨대 운동하지 않으면 비만이 되고, 비만하면 혈액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동맥경화가 생긴다. 나이를 먹을수록 미각을 잃고 짠 음식을 찾는데, 이런 식습관은 혈압을 올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성을 키운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운동량은 일주일에 3회다. 근력과 뼈를 강하게 만들어 노화로 뼈가 삭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한 번 운동할 때 30분 이상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가 바람직하다. 일주일(7일)에 3회, 한 번에 30분 이상 하면 가장 이상적인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7330 운동’이라고 부른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 번에 30분 걷기부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숙달되면 운동량을 서서히 늘린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부르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지나친 음주는 우리 몸에 독(毒)이 된다는 의미다. 과도한 음주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좀먹는다. 오랜 기간 술을 마신 사람은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의 용량이 작아진다. 이는 알코올성 치매를 부른다. 가족력이 있다면 알코올 중독증도 쉽게 생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절주만으로도 5년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 불가피하게 술을 마시더라도 적당하게 마셔야 한다. ‘적당한 음주’를 ‘자신의 주량만큼’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적당한 음주란 하루에 알코올 30g 정도를 말하는데, 이는 포도주 한두 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염씨는 은퇴 후 술뿐만 아니라 30년 이상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건강의 최대 적으로 알려진 흡연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하며 모든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분당 맥박 수는 15~20회, 혈압은 10~20mmHg 상승한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2~3배, 동맥경화증 2배,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은 6.6배, 악성 종양과 폐암은 8배 정도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하루 반 갑(10~12개비)을 피우면 폐암 발생률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17배, 하루 두 갑(40개비) 이상 흡연자는 무려 100배 높다. 연구 결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담배만 끊어도 평균 8년 젊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염씨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챙겼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암 환자의 목욕을 도와줄 때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힘들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웃는다.”

은퇴한 노인은 사회에서 버림받았다는 패배 의식에 젖어 바깥출입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긍정적인 삶을 이어가려면 외부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 좋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동년배와 어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면 웃음 요법이나 미술 요법과 같은 사회 재활 프로그램에 참가해 효과를 볼 수 있다. 명상, 운동, 여가 활동, 종교 활동은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긍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신건강을 위해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 해소다. 스트레스를 잘 풀어도 무려 8년이나 젊게 살 수 있다. 사별, 경제력 상실, 역할 상실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수명이 1년씩 줄어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스트레스를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거의 모든 질병과 관련이 있다. 위궤양, 동맥경화증, 고혈압, 과민성 대장염, 관절염, 천식, 신경질환 등이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 저하를 불러 암 발생률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호르몬(코티솔)이 나오는데, 적절하게 분비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과잉 분비되면 뇌의 기억 담당 중추인 해마의 뇌세포가 파괴된다. 방금 들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저녁에 주차한 차를 아침에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이런 경험은 황당하다 못해 절망감마저 들게 하고 심지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오래 반복되면 치매에 쉽게 걸린다.

노인들이 단체로 무료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장수의 필수 조건이라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 연합뉴스
스트레스 잘 풀면 8년 젊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빨리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은데, 되도록 실내보다 외부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이 좋다.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는 숱하게 많다. 또,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수면도 스트레스를 쉽고 빠르게 푸는 방법이다.

뇌도 근육이나 피부처럼 늙는다. 뇌의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되고 30대까지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40대부터는 자신이 느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이를 늦추는 방법도 운동이다. 운동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의 노화도 막는 셈이다. 또 활성산소로 인한 뇌세포 파괴를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평소 항산화제나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유라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뇌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 숙면, 균형 있는 식습관이 필수”라며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되도록 평소에 쓰지 않던 신체 부위를 움직이면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이라면 뜨개질이 뇌 건강에 좋다. 단순 반복 작업 같지만 뜨개질을 할 때 미세한 손놀림이 뇌를 자극한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도 뇌 건강에 좋다. 외국어를 배우면 뇌의 지적 활동을 키워준다. 실제로 외국어를 구사하는 단계까지 발전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 말을 배우려는 노력 자체가 뇌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염씨는 “70대가 50대처럼 사는 비결은 평범한 건강법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10년만 더 젊으면 좋겠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실천하면 누구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며 실제 나이보다 젊게 사는 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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