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설계자 박근혜 정부의 구박을 받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3.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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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퇴진 압박 수위 높여

‘창조 경제’ 시대에 ‘MB노믹스’의 상징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어찌 될까.

YS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강만수 회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이명박 캠프에 몸담았다. 그는 MB 정부에서 초대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1년 3월부터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기획재정부장관 당시 ‘산업은행을 대형 투자은행으로 만들자’는 메가뱅크 아이디어를 직접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1월30일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 연합뉴스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도 공염불

그의 부임 뒤 산업은행은 그동안 맡아왔던 정책 금융 기능을 따로 분리해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었다. 기존 사업 분야인 산업은행·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산은캐피탈을 묶어 산은금융그룹을 발족시켰다. 그가 자청한 미션은 산은금융그룹의 민영화다.

산은금융그룹의 우리금융 인수 등 여러 방법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했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한시 바삐 민영화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 민영화는 해외 대형 투자은행에 맞설 수 있도록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당위론 이외에는 이렇다 할 논리가 없었다. 또, 국내 자본 중 우리금융과 산은금융그룹을 동시에 소화할 만한 곳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가 중단된 것은 정치 일정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산업은행은 민영화의 전초전인 기업공개(IPO) 작업 직전까지 갔다가 ‘민영화 작업은 새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이유로 일정이 백지화됐다. 민영화 작업이 계속됐다면 ‘산은금융지주 강만수 회장’의 진퇴를 금융 당국이 공개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수장의 임기 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정 철학과 전문성 등이) 적합하지 않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며 물갈이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 당국이 금융기관장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낯익은 풍경이다.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도 그랬다.

MB 정부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말을 듣지 않자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서 결국 물러나도록 만든 전례가 있다. 그때 MB 정부의 최고 실세는 강만수 회장이었다. 그런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강만수 회장은 행시 8회 출신으로 모피아(MOFIA, 옛 재무부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말)의 대부로 불린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는 행시 24회다. 신 후보자도 강 회장을 모양새 험하게 내치기 힘들고, 강 회장도 후배를 상대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새 정부 들어설 때마다 물갈이

이럴 때 흔히 나오는 것이 감사기관의 경영 진단이다. 감사원은 최근 ‘금융공기업 경영 실태’ 조사에서 산업은행이 시판하고 있는 다이렉트 예금이 높은 금리로 인해 올해 최소한 1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이렉트 예금이나 산업은행의 영업점 확대는 강 회장이 산은 회장 취임 이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소매 금융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밀어붙인 정책이다. 이를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것. 이는 강만수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에 ‘정부를 대주주로 모시고 민영화하겠다’는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강만수식 메가뱅크’는 물 건너가고 정부 영향 아래 금융기관(정책금융공사)만 하나 더 만들어놓은 셈이다. 강 회장이 어떤 퇴진 방식을 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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