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최후 몸부림’, 방어 전략은?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3.03.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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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전면전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등 초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남북한의 전력 비교는 첨예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전면전 구도에서 볼 때 이미 한국군은 첨단화와 정예화를 구축해 재래 전력에서 북한군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무장을 포함한 비대칭 전력은 공포의 대상이다.
서울 인근 김포 지역 등에 대한 북한의 기습적인 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있다.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침략자들의 본거지에 핵 선제타격의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3월7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 발표를 통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장관, 정승조 합참의장 등 3인을 목표로 사격 훈련을 하던 것에서 훨씬 상승된 도발 수위다. 심지어 북한은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서울을 가상 목표로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훈련 기간 동안 대구경탄 실사격 훈련과 공중 기습 침투 훈련도 동시에 진행했다.

한·미 양국의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에 대응해 북한은 육·해·공군이 총동원되는 국가급 훈련을 장담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의 막강한 전력이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으로서도 총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급 훈련은 육·해·공군과 같은 재래식 전력과 특수전부대,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이 총동원돼 전국 단위에서 실시된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훈련으로 인해 북한은 많은 연료와 식량을 소모해야 한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재래 전력 첨단화·정예화 구축한 한국군 우세  

남북한의 전력 비교는 우리 모두의 첨예한 관심사다. 단순 숫자상으로 볼 때 북한군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 예를 들어, 지상전의 제왕인 전차를 보자. 북한군이 4천2백여 대인 데 반해 우리 군은 2천3백여 대에 불과하다. 공중을 살펴보면 북한군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군용기는 8백20여 대인데 비해 우리 공군은 4백60여 대에 불과하다. 해군을 보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북한군은 수상전투함 9백20여 척, 잠수함 70여 척을 보유한 데 반해 우리 해군은 수상함이 1백40여 척, 잠수함은 10여 척에 불과하다. 과연 북한의 절반을 겨우 넘는 전력으로 싸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 만하다.

그러나 양이 아니라 질 면에서 볼 때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의 전차 가운데 현대전에 적합한 제3세대 전차는 없는 반면, 우리 육군은 1천5백여 대의 3세대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다음으로 3세대 전차를 많이 보유한 국가로 평가된다. 전투기를 보면 우리는 KF-16과 F-15 등 2백여 대의 제4세대 전투기가 주력인 데 비해 북한의 4세대 전투기는 MiG-29뿐으로 2개 비행대대분 40여 대가 전부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적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 공군의 E-737 AWACS에 노출돼 있다.

해군 전력에서는 배가 몇 척인지보다는 보유한 군함들의 총 톤수, 즉 얼마만큼 파괴력과 덩치를 갖춘 배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우리 해군은 총 톤수나 무기 체계의 첨단화·자동화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전면전 구도에서 볼 때 이미 한국군은 첨단화와 정예화를 어느 정도 구축해 재래 전력에서 북한군을 압도하고 있다.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할 동력을 잃고 군비를 확충할 수 없는 북한으로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단 한 가지다. 바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비대칭 전력의 정점에 있는 것이 핵이다. 핵미사일 하나만으로 기존 재래 전력상의 열세를 뒤집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겠다는 것이 북한의 군사적 노림수다.

그러나 비좁은 지역에서 핵 공격을 하면 공격자도 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한반도에서 한국에게 위험한 것은 핵폭탄과 같은 소형화된 전술 핵무기다. 사정거리 3천?4천㎞의 무수단이나 사정거리 4천㎞ 이상인 KN-08 미사일, ICBM으로 전용이 가능한 은하3호 로켓 등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국보다는 일본, 미국 등을 향한 협박이자 협상용 카드다. 오히려 대한민국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사거리 3백km의 화성5호나 5백km의 화성6호 등 6백여 발의 스커드미사일이다. 장사정포 및 방사포 공격, 잠수함의 기습 공격, 특작부대의 침투 및 파괴 공작 그리고 DDOS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도 위협적이다.

가장 살상력이 강한 장사정포 및 방사포는 매우 위협적 

북한의 안보 위협에 무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의 도발적 발언을 보고 일반 시민이 느끼는 것은 “아, 또 쌀 달라고 저러는구나”라는 수준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면 무기급 핵탄두를 보유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보다는 핵실험으로 차라리 예측 불가능한 정황이 없어졌으니 주식이 호재가 된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안보 의식이다. 다행히 북한은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을 공격할 핵탄두를 당장 보유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위협이란 어떤 것일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도발 경향이다. 과거 과감히 무장공비를 침투시키거나 잠수함 침투를 해오던 것과 달리 21세기가 다가오면서 북한은 제한된 국지 도발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확전 가능성이 작은 NLL 인근의 해전을 선호해 제1, 제2 연평해전이 벌어졌으며 천안함에 대한 기습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또한 연평도 포격도 확전 확률이 낮은 섬 지역에 대한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그간 북한의 공격 성향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우리 해군·해병대에 대한 북한 해군의 공격 가능성이 1순위로 전망된다. 공격 방식은 제2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사건과 같은 기습 공격이 유력하다. 수상함의 전투력이 눈에 띄게 열세인 북한으로서는 결국 잠수함이나 잠수정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구형 호위함(FFK)과 초계함(PCC)을 표적으로 제2, 제3의 천안함 사건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해군은 신형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을 12척 건조하고, 신형 차기 호위함(FFG)의 첫 주자인 인천함을 지난 1월17일 취역시켰다. 아직도 해군의 전력 강화는 부족하지만 실전 준비는 해놓은 셈이다.

또 다른 위협으로는 북한의 전력 중 가장 살상력이 높은 장사정포 및 방사포를 들 수 있다. 이미 2010년 연평도 포격에서도 그 위력을 목격했지만 무차별 공격을 받는 대상은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평도는 민간인이 비교적 적은 지역이기에 피해가 작았을 뿐, 만약 북한이 공격한 지역이 내륙의 도심이었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 ‘서울 불바다’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최근에는 서울에 대한 가상 포격 훈련까지 실시했으니 응당 수도 서울을 노리는 북한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도발이나 전면전에서 북한이 서울을 장사정포로 공격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핵탄두의 소형화 및 미사일 탑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가진 가장 강력한 비대칭 무기 체계인 장사정포 및 방사포를 꺼내들기에는 서울은 적합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서울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가는 자신들의 위치를 우리 군에게 노출시켜 그들이 자랑하는 포병 화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보통 이러한 장거리 포병 전력이 노리는 것은 우리 군의 병력이나 기지가 되는데, 육군의 각급 부대들이 빽빽이 방어하고 있는 서부전선이나 동부전선에서 군 부대를 향해 포격을 가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 군은 적의 기습에 즉각 대응하도록 철저히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군의 반격 정도가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울 인근의 김포 지역이다. 매우 적은 병력만으로 엄청난 길이의 해안선을 지키고 있는 김포의 해병부대들이 포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두 차례 타격은 우리 군을 강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뒤통수를 친다면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강력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국군 최고통수권자가 주저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한국군을 조심해야 할 시기다. 되로 주고 말로 받기라는 말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각급 부대 지휘관부터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퍼져 있다. 심지어는 40년 만에 ‘3·7 작전’ 재현 행사까지 치렀다. 3.7 작전이란, 지난 1973년 3월7일 육군 백골부대 예하 연대 전방 DMZ에서 수색중대장 등 5명이 푯말 보수 작업을 하던 중 북한 GP의 불법 총격으로 아군이 부상당하자 사단장이 직접 포병 사격을 명령해 북한 GP를 완전히 초토화시킨 전투를 가리킨다. 이 작전으로 우리 군 포탄이 북한 GP에 명중해 북한군 29명이 전원 몰사했고, 배치된 사단이 교체되는 문책이 뒤따랐다.

북한의 이상 징후 먼저 파악하고 준비해야

이런 의지와는 별도로 실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이 어떠한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연평도 포격처럼 해안포와 방사포의 연계 공격이 다시 있을 경우 우리 군은 K-9 자주포로 응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더 나아져 서해 5도로 육군의 코브라 공격헬기가 전진 배치돼 있는 만큼 비교적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적 해안포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25km의 스파이크-LR 미사일도 예정대로라면 배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K-9 자주포로 적 해안 포대를 제시간에 타격하기 어렵고, 적의 후방에서 날아오는 방사포 공격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코브라 공격헬기는 단발 엔진인 데다가 낡은 중고차처럼 엔진 출력도 충분치 않아 조종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해상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헬기에 장착된 야간 투시 장비는 20여 년 전 기술의 1세대 장비로, 달이 뜨지 않은 날에는 적 공격이 있어도 원거리에서 정확하게 반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낡은 토우 대전차 미사일 또한 문제다. 적의 공격이 있은 지 무려 3년이 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거리 40km의 1백22mm 방사포나 사거리 65km의 2백40mm 방사포 등 후방에서 날아드는 북한의 공격에 대응할 무기로 국방과학연구소는 국산 중거리 GPS 유도 폭탄 KGGB를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 군은 KGGB를 곧 실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사정포를 잡는다는 KGGB는 애초 상용 GPS 기반으로 개발됐다가 감사원 지적에 의해 P(Y)코드의 군용 GPS 장비로 교체해 북한의 GPS 재밍에 대항할 능력을 키웠다고 한다.

강한 주먹이 있으되 상대방을 볼 수 없으면 헛 주먹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타격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이상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준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세밀한 상시 감시 능력과 지휘통제 체제가 없이는 제2, 제3의 연평도 포격에서 아군을 보호하고 적군을 분쇄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북 선제타격 가능한가 
북핵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전략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이지만 우리 정부나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실험이 성공한 이후에도 무기화하기 위한 절차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 속에 미국의 대북 핵 억지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로 이어진 미국의 권력 교체 그리고 대테러 전쟁 속에서 북핵 개발은 저지되기는커녕 정책으로서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을 외치고는 있지만 예산 등의 제한으로 막상 아시아로 돌릴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 지난번 북한 핵실험 사태 당시 미군 항모전단은 한반도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인 ‘시퀘스터’로 인해 미군의 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다. 심지어 주한미군의 경우 당장 4월부터 군무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간다. 미국만 바라보는 대응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 군은 북핵에 대한 타개책으로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나 ‘킬체인’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2014년까지 킬체인을 30분 내에 끝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킬체인이란, 신속히 제압해야 할 표적에 대해 ‘탐지→식별→추적→무기 선정→타격→평가’하는 일련의 무기체계 운용 과정을 가리키는 공군 용어다. 미국 공군은 걸프전 이후 스커드미사일과 같은 긴급 처리 표적을 파괴하기 위해 킬체인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이런 노력으로 미군은 대테러 전쟁을 거치면서는 이동하는 알카에다 고위 간부와 같은 긴급 처리 표적을 사살하기 위해 킬체인의 시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핵 무장을 포함한 모든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킬체인 개념인데, 비대칭 위협이라는 긴급 처리 표적을 다루기에 적절한 무기체계가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일례로 순항미사일로 킬체인을 이루겠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한번 발사하면 목표를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순항미사일로는 차량에 탑재돼 운반되는 이동식 스커드미사일에 대응할 수 없다. 게다가 시속 9백km에 불과한 순항미사일이 잠수함 혹은 구축함에서 발사돼 목표까지 날아가는 데만 10여 분 걸린다. 결국 스텔스 전투기를 북한 영공 인근에 최대한 근접시켜 타격 시간을 줄이는 것과 같은 특단의 준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지상의 적 위협을 탐지하기 위한 시스템은 우리 군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군용 정찰위성이 없는 우리로서는 RQ-4 글로벌호크와 같은 고성능 정찰기라도 들여와야 하지만 그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제압할 F-X 차세대 전투기 사업조차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우리 국방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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