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사치에 빠진 ‘제왕’ 김정은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3.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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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4월 권력을 승계했다. 그동안 북한의 정치 상황이나 권력 구조의 변화는 실시간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쏟아지는 북한 뉴스 속에서 김정은과 북한 최고 권력층의 사생활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김정은의 사생활은 북한에서는 금기이고, 남한에서는 베일에 싸여 있다. <시사저널>은 김정은과 북한 최고 권력층의 사생활 정보를 수집해왔다. 정통 북한 소식통들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 듣거나 문건으로 된 자료도 입수했다. 여기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권력층의 적나라한 사생활이 들어 있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최고 권력을 행사하며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의 권력과 사생활은 봉건 제후 시대의 왕에 버금간다. 김정은 권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노동당에 ‘제39호실’을 신설하고 비자금을 운용했다. 충성 유도 차원에서 측근들에게 지급되는 고가의 선물이나, 김정일 일가의 호화 사치 생활 등에 사용해왔다.

지난해 12월 기마중대를 시찰한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올로프 트롯터’를 타고 있다.
은닉 비자금 ‘최소 50억 달러’ 추정

김정은도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아버지 김정일을 답습했다. 자신의 후계 체제 구축을 위해 별도의 재원을 조성했다. 그 후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면서 김정일이 관리하던 비자금, 즉 ‘통치자금’을 물려받았다.

김정은의 비자금 규모는 은닉 자금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간부급 탈북자들의 증언과 국제 사회에서 파악한 것을 종합할 때 해외에 은닉한 자금만 해도 최소 50억 달러(약 5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은 예금주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스위스나 마카오 등의 은행 비밀 계좌에 분산 예치되어 있다. 물론 우리 정보 당국이나 미국 등이 알지 못하는 비밀 자금이 은닉되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김정은의 비자금은 그의 직접 통제하에 서기실(비서실)이나 당 39호실 등의 극소수 핵심 측근이 관리하고 있다. 사용처는 크게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김씨 일가의 호화 사치 생활, 각종 우상화 시설물 건설, 측근 관리 등에 지출되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 사업, 핵이나 미사일 등 WMD 개발과 무기 구입 분야에는 이른바 ‘배려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내려 보낸다. 특히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핵심 사업인 WMD에는 매년 수억 달러의 비자금을 사용한다.

비자금은 측근들의 충성 유도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김정은은 집권한 후 김정일 시절의 인기 악단인 ‘보천보 전자악단’을 모방한 ‘모란봉악단’을 결성했다. 지난해 7월에 첫 시범 공연을 한 후 노동당 창건 기념일, 김일성군사대학 설립 기념일 등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만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가 처음 등장한 것도 모란봉악단을 통해서였다. 이 악단은 서구식 공연을 연상케 할 만큼 파격적인 무대 조명, 현대적 전자 악기, 여성 가수들의 짧은 의상 등을 선보이며 화제를 몰고 왔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 등 예술단을 직접 챙기며 악기 등도 하사한다. 악단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유럽산 전자피아노, 바이올린 등 고급 악기류를 도입하는 데도 비자금을 사용한다. 간부들의 선물용으로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들여온다.

오락 기기와 모형 자동차, 항공기를 들여오는 데도 매년 1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쓰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주민들의 빈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소아적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금 말 못할 고민에 싸여 있다. 우리 정부와 국제 사회에서 ‘김정은 돈줄 옥죄기’에 나서면서 곳간이 텅텅 비고 있어서다.

비자금 채우려 ‘충성 자금’ 납부 강요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모든 대북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일명 ‘5·24 조치’이다. 북한의 주요 외화 획득 창구 하나가 꽉 막힌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금융 제재를 통해 김정은의 통치 자금 통로를 틀어막았다. 일본도 여기에 동참할 뜻을 밝혀 향후 김정은의 자금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권력 기반의 조기 정착을 위해 집권 1년 만에 과시성 정치 행사, 시설 건설 등에 수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등 정치 행사에는 불꽃놀이, 군사 퍼레이드 등 소모성 이벤트에만 1억5천만 달러를 사용했다. 또, 북한 전역의 대형 동상 등 우상화 시설 건립과 대형 위락시설 건설 등에 3억5천만 달러를 지출하는 등 엄청난 외화를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양시 현대화’ 등에 자금 투입이 지체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에서도 김정은 통치 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벌써부터 ‘비자금 고갈 위기’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정은도 다급해졌다. 그는 부족한 비자금을 채우기 위해 간부들에게 ‘충성 자금’ 납부를 강요하고 있다. 외화 수입 확대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당에서는 수시로 외화벌이 기관에 대해 ‘충성 자금 납부 실태’ 검열을 실시하면서 각종 행사 등이 있을 때마다 기한을 정해놓고 자금 상납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해외로부터 외화 획득이 어려워지자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화를 시세보다 높게 환전해주는 ‘시장 환전소’를 운영하고, 휴대전화나 차량을 판매할 때는 달러 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지금의 북한 경제 상황에서 매년 수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 주민들은 영양 실조 상태에서 사금 채취에 내몰리고 있고, 각 기관·기업소들은 상납금 할당을 채우기 위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70% 이상을 각종 명목으로 공제하고 있어, 김정은이 주머니를 채우면 채울수록 북한 주민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전역에 33개 호화 별장 운영

북한 전역에는 33개의 김정은 전용 별장이 운영되고 있다. 주로 평양과 원산, 신의주, 강동, 신천, 단천, 백두산, 묘향산, 함흥 등 경치가 수려한 명산과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규모는 각각 수십만 ㎡로 총 면적은 3천만㎡ 이상이다. 여기에는 전담 경호원과 관리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화된 2010년 9월 이후 신규 별장을 신축하거나 기존 별장들을 증축해왔다.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옛 김정은 집무실 인근 ‘15호 관저’를 철거하고, 새 건물을 신축했다. 이곳은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생전에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어린 시절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 전용공관으로 추정된다. 바로 옆 건물의 김정일 집무실과는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전동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또, 온천으로 유명한 함북 경성군에는 기존 김정일 전용 별장을 허물고, 수입 건축 자재를 들여와 연회장과 빌라 등을 갖춘 새로운 별장을 지었다. 강원도 원산 송도원 별장에는 대규모 연회장을 신축했다.  이 건물의 구조는 함경남도에 있는 서호초대소와 비슷하다.

김정은 전용 별장에는 요트·제트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선착장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해에는 대당 1천만 달러(약 1백5억원) 상당의 유럽산 최고급 요트들을 구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2009~10년에는 이탈리아제 제트스키 10여 대를 구입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18세 때 ‘나는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롤러블레이드와 승마를 하는데 일반 국민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강동별장에는 연회장과 승마장을 새로 조성하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설계 전문가를 초청해 아이스링크 겸용 실내체육관도 건립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김정일 일가의 승마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러시아의 대표적 말인 ‘올로프 트롯터’ 종 수십 마리를 들여왔고, 지난해 11월 군 기마 중대를 방문할 때 이 말을 탔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승마를 하면 허리가 튼튼해진다”며 승마를 적극 장려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소식통은 “이는 호화 생활에 파묻혀 식량난에 허덕이는 비참한 북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철없는 독재자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각종 스포츠를 즐겨했다. 구기 종목으로는 농구를 좋아했으며, 자동차 질주 등 속도감을 즐겼다. 스위스 베른 공립학교에서 김정은과 함께 공부한 동료 미카엘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농구를 좋아했으며, 마이클 조던이 나오는 미국 프로농구 리그도 자주 보았다”라고 회상한 바 있다.

김정은은 현장 시찰 등을 나갈 때 전용 차량인 GL-Klass를 즐겨 탄다. ⓒ 연합뉴스
파티용 포도주·양주 수입량 급증

김정은은 고속도로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 단속 순찰차와 추격전을 벌일 정도로 스피드광이었다. 평소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포츠 유틸리티(SUV), GL-Klass를 즐겨 탄다. 이 모델은 미국 프리미엄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판매 가격은 대당 약 10만9천 유로(약 1억6천만원)에 달한다. 방탄용으로 개조할 경우 대당 가격은 더 높아진다.

김정은은 10대 중반부터 담배를 즐기는 골초로 소문나 있다. 관영통신 등에 나타난 외부 행사의 모습을 보면 그는 실내공연장이나 병원 내부, 심지어 임신한 리설주 옆에서도 줄담배를 피웠다.

김정은은 술을 좋아하고, 밤샘 파티도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북한의 파티용 포도주와 양주 수입량이 김정일 시절보다 확연히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김정은이 숙취와 피로 해소를 목적으로 러시아와 핀란드 업체들로부터 사우나 설비들을 수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 연합뉴스
김정은은 아내 리설주(사진 왼쪽)가 있지만, 내연 관계인 현송월도 있다. 김정은은 10대 시절부터 김정일의 기쁨조 파티에 수시로 참석했다. 당시 기쁨조 단원이었던 현송월(김정은 뒤 여성)에게 마음이 끌려 그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북한 사정에 깊은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 현송월은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였고, 김정은과는 2000년대 초반 김정일의 기쁨조 파티에서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송월에게 마음을 빼앗긴 김정은은 그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김정은의 비호 아래 <미래가 아름다워> <휘파람 총각> 등의 대표곡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런데 현송월이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졌다. 김정은과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긴 김정일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현송월을 김정은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북한군 장교와 강제 결혼을 시켰다. 그리고 더는 가수 활동을 하지 못하게 ‘출연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데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12월 이후 현송월이 갑자기 등장한다. 다시 가수로 활동하며 무대에도 올랐다. 김정은과 현송월의 관계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3월8일 현송월은 김정은이 참석한 은하수 음악회에 출연했다. 한눈에 보아도 만삭의 몸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현송월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대표곡인 <준마처녀(일 잘하는 여성)>를 불렀다. 출산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이른바 ‘김정은 악단’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에 전격 임명된 것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현송월은 모란봉악단 단장이자 내연녀로서 당 간부 못지않게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다”라고 전한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 공연이 있을 때마다 현송월을 자신과 가까운 곳에 배석시키고 있다. 심지어 지방을 방문할 때도 현송월을 수행시켜 둘 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소문도 있다. 향후 리설주와 현송월의 갈등 관계가 표출될 수도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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