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궤도 이탈’ 어떻게 막을까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3.02.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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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으로 골머리 앓는 중국, 압박과 포용 전술 저울질

북한은 중국에게도 ‘뜨거운 감자’이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핵실험이 강행된 당일 “단호한 반대”를 천명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의 성명은 “관련 당사국의 냉정한 대응과 대화 협상을 통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견지해나가기를 호소”함으로써 여전히 예의 어정쩡한 태도를 드러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중국 내 반향은 자못 크다. 핵실험이 강행된 지 며칠이 지났건만 온라인은 온통 북한 핵실험 문제로 달궈지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은 북한에 대한 불만과 배신감을 토로한다. 당장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한에 매년 30만~40만t의 식량과 50만t에 이르는 원유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이제까지 북한이 ‘핵 활동’으로 자신의 지위를 높여 미국과 담판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는 데 중국과 북한이 ‘전술 차원’의 이견을 드러냈다면,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최종 목표를 결심한 지금의 상황에 이르러서는 중국과 북한의 모순이 ‘전략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차분한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총서기가 1월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복건청에서 김무성 특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에게 북한이 지니는 양면성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을 향한 강렬한 신호이지만, 사태의 발전은 반드시 북한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국은 외교와 경제 측면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고 북한의 핵실험을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 체제를 추진하게 하는 강력한 빌미로 삼으면서, 동시에 미국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일본과 한국 함정들의 북한 근해 순항을 강화시킬 것이다. 이에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결심을 굳힌 북한이 결코 굴복할 리가 없으므로 새로운 싸움을 피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북한은 오랜 사회주의 형제국일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에서 2백만명의 인민해방군을 파견하고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까지 전사하는 등 함께 미국과 맞서 싸운 역사를 바탕으로 혈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 관계는 1961년 7월11일 중국과 북한 간에 체결된 군사 조약인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간의 우호 협력 지원 조약’을 그 법률적 토대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으로서는 완충국(a buffer state)으로서의 북한이 지니는 지정학적 이익이 중요하다. 북한은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완충 지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군대와 바로 육지에서 국경을 맞대고 ‘대치’해야 한다. 이는 중국으로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구도이다. 중국은 동시에 ‘북한’이라는 카드에 의해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발언권 및 지위가 제고되는 측면 역시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의 압록강철교 위를 북한에서 온 차량들이 통과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고심 거듭하는 중국의 속내

결국, 중국의 대북한 정책 기조는 북한 체제의 유지와 대북 영향력 확대라는 목표 아래에 북한이라는 변수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의 변화 유도에 강조점이 두어진다.

핵보유만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저항하고 자신의 생존을 지키는 유일한 카드라고 인식하고 있는 북한을 중국이 무작정 만류할 수만은 없다. 특히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어느 일방에게 종속되는 상황을 회피하고 이른바 ‘자주 외교’를 전개해온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를 거쳐 1990년대에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 대한 ‘남방 외교’를 모색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했다.

북한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은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진행하고 국제 제재에 ‘제한된 동참’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북한을 최대 한도로 포용하면서 ‘궤도 이탈’을 예방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중국의 거듭된 구두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태를 확대·심화시키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지원 감소 및 경협 중단 등 구체적인 압박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실 북한의 핵보유는 중국으로 하여금 대단히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도록 만들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국은 지역 내의 강력한 라이벌 국가인 일본으로 하여금 핵을 보유하게 해 그간 동북아시아에서 독점적으로 향유해왔던 핵보유국으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나아가 ‘조국 통일’의 대상인 타이완이 핵을 개발해 핵무장을 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해야 하는 심각한 국면이다. 중국으로서도 이미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면이 계속 악화된다면, 중국도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는 근본 요인인 북한에 대한 정책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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