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하는 쌍용과 함께 다시 뛰는 젊은 그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1.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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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가는 길 책임질 유럽파, 청신호를 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축구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한국 축구는 2013년에는 브라질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최종 예선을 마무리한다.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을 위해서는 유럽에 진출해 있는 주요 선수의 활약이 필수이다. 유럽파의 일거수일투족이 늘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다. 유럽파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옛 위상을 되찾고 있는 독일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다. 신년 벽두부터 전해져 오는 그들의 활약상은 2013년에 대한 기대를 한층 크게 만들고 있다.

이청용(왼쪽)과 기성용(오른쪽). ⓒ 연합뉴스
잇단 공격 포인트로 감 잡은 ‘쌍용’

새해 축구팬을 기쁘게 만든 주역은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다. 박지성 시대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 두 선수는 최근 소속팀에서 나란히 맹활약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8월 올림픽에서 홍명보호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한 뒤 셀틱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기성용은 팀의 핵심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스완지의 미카엘 라우드롭 감독은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다가 후반에 공세를 펼쳐야 하는 시점에서는 전진 배치하며 팀 공격의 변속 기어로 활용하고 있다.

주전 확보라는 안도감에도 공격 포인트가 없어 애를 태우던 기성용은 2013년 첫 경기에서 EPL에서의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지난 1월2일 열린 애스턴빌라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대니 그래엄의 동점골을 도우며 극적인 2-2 무승부에 일조했다.

지난 1월7일 열린 아스널과의 FA컵 3라운드(64강)에서도 1-2로 팀이 뒤진 후반 42분 그래엄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였다. 특히 패배의 위기에 몰린 팀을 침착한 패스로 구해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팀 내 절친한 동료인 그래엄과의 찰떡궁합도 화제였다. 1월10일에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첼시를 상대로 한 캐피탈원컵(리그컵) 4강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스완지의 2-0 승리를 뒷받침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기성용은 첼시의 특급 미드필더와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EPL 데뷔 첫해부터 존재감을 1백20% 발산 중이다.

또 다른 용, 이청용의 활약도 눈에 띈다. 현재 잉글랜드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은 지난해 12월30일 버밍엄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시즌 4호골을 신고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부터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를 모두 제친 뒤 넣은 환상적인 골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월6일 선덜랜드와의 FA컵에서는 5호골을 넣었다.

연말부터 본격화된 이청용의 활약은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1년 7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연습 경기에서 정강이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던 이청용은 1년 넘게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지난 9월 국가대표팀에도 복귀했지만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거듭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며 자신감을 얻은 이청용은 최근 계속되는 득점으로 볼턴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며 부상 트라우마를 완전히 씻어낸 모습이다. 이청용이 제 컨디션을 되찾자 EPL 구단의 관심도 높아졌다. 스토크시티를 비롯해 측면 공격 보강이 절실한 팀들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볼턴은 이청용을 데려가려면 이적료로 1백20억원을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잘나가는 손흥민, 다시 만난 ‘지구 특공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손흥민의 기세가 돋보인다. 명문 함부르크SV 소속인 손흥민은 전반기에만 6골을 기록했다. 팀 내 득점 1위이며, 리그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함부르크가 리그 최하위권의 공격력을 유지하는 가운데서 약관에 불과한 손흥민이 팀 득점(18골)의 3분의 1을 해내고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18세이던 2년 전 프리시즌에서 골 폭풍을 일으키며 유스팀에서 성인팀으로 올라 온 손흥민은 매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저돌적인 돌파에 이어 양발을 가리지 않고 뿜어대는 대포알 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분데스리가 최고의 영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흥민은 올 시즌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주전 공격수였던 믈라덴 페트리치, 파울로 게레로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떠난 상황에서 토어스텐 핑크 감독은 손흥민을 과감히 주전으로 내세웠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라파엘 판 데르 바르트가 가세하며 후방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자 육체적·정신적으로 한층 올라선 손흥민은 꾸준히 골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의 활약상은 전 유럽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분데스리가 최강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해 아스널, 리버풀, 인터밀란 등이 손흥민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았다고 알려진 팀들이다. 넘치는 재능과 어린 나이로 인해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1백50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손흥민과 2014년까지 계약한 함부르크는 “손흥민은 팀의 미래이다. 절대 팔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같은 분데스리가 소속인 아우크스부르크에는 한국인 듀오 구자철과 지동원이 있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두 선수는 각자의 성을 따 ‘지구 특공대’로 불리기도 한다. 먼저 아우크스부르크에 당도한 쪽은 구자철. 아시안컵 직후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지만 감독 교체 후 어려움을 겪었던 구자철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었다. 15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아우크스부르크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이 된 구자철은 올 시즌에도 1년 더 임대를 이어가게 되었다. 런던올림픽 직후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인해 10월에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선 구자철은 올 시즌도 10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며 팀의 믿음직한 기둥으로 활약 중이다.

ⓒ 연합뉴스
구자철의 활약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기를 위해 또 한 명의 한국 선수인 지동원을 영입했다. 2011년 여름 EPL의 선덜랜드로 이적해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지동원 역시 감독 교체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고전 중이었다. 지동원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임대를 추진했고, 구자철이 터를 닦아놓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오게 되었다. 지동원은 팀 합류 후 첫 연습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팀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등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의 활약과 달리 그동안 유럽파의 대표 주자로 활약했던 양박, 박지성과 박주영의 올 시즌 성적은 아쉬움을 남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화려했던 생활을 접고 하위권 팀인 QPR로 전격 이적했던 박지성은 팀의 부진 속에 함께 침체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성적 부진으로 인한 감독 교체와 무릎 부상이 겹치며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상황. QPR 이적 당시 부여받았던 주장직도 감독 교체와 함께 반납했다. QPR은 현재 리그에서 단 2승을 거두는 데 그치며 강등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다행이라면 부상 복귀 후 좋은 활약으로 팀의 활력소가 될 여지를 마련했다는 것. 박지성은 웨스트브롬위치와의 FA컵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현지 매체로부터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로 평가받았다. 1부 리그 잔류에 사활을 건 레드냅 감독에게도 박지성의 경험과 성실함은 반드시 필요한 무기이다.

아스널 이적 후 긴 침체기를 겪었던 박주영은 지난여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셀타 비고로 이적하며 탈출구를 마련했다. 이적 초기 홈 데뷔전에서 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3골을 쏘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박주영은 주전 경쟁에서 서서히 밀리는 분위기이다. 파코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베테랑인 마리오 베르메호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박주영은 지난 1월6일 열린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서 쐐기골을 돕는 등 팀의 3-1 승리를 견인하며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그 밖에 이청용과 같은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인 김보경(카디프시티)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카디프시티는 현재 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다음 시즌 EPL 승격에 청신호를 켜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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