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판세, 서울은 ‘미풍’, 경남은 ‘강풍’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2.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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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과 경남도지사 재·보선이 대선에 미칠 파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 튀는 행보에 박근혜 캠프 촉각 곤두

최소한 서울과 경남 지역에서만큼은 서울시교육감과 경남도지사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나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오는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이 가열되면서 이 두 개의 지역 재·보선은 묻히는 양상이다. 공식 선거운동 역시 대선판에 묻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경남 지역에서 유세 중인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권영길 무소속 후보. ⓒ 연합뉴스

서울 곳곳의 선거 현수막을 찬찬히 살펴보면 딱 그렇다. 후보자는 모두 5명인데, 문용린 후보는 보수 진영, 이수호 후보는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로 각각 추대되었다. 여기에 보수 성향의 최명복 후보와 남승희 후보, 중도 성향의 이상면 후보가 독자 출마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현수막 위아래로 기호 2번 문용린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문재인 후보 현수막 위아래로는 기호 4번 이수호 후보의 현수막이 있다. 문용린 후보는 빨간색, 이수호 후보는 노란색으로 색깔도 아예 새누리당 색과 민주당 색으로 맞췄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을 할 수 없으니 색깔이라도 맞춰 ‘보수’인지, ‘진보’인지 유권자에게 알리자는 셈이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사실 교육감 선거에는 유권자가 큰 관심이 없다. 문용린 후보가 보수 단일 후보라고 하고, 이수호 후보가 야당 편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누가 알겠는가? 우스갯소리로 교육감 후보는 기호 1번이나 2번을 배정받은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말도 있다. 큰 것(대선)이 작은 것(교육감 재선거)에 영향을 주지, 그 반대로 작용할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서울교육감 재선거, 대선에 영향 못 미쳐

이렇다 보니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줄 투표’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관심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있다 보니 교육감 후보 기호 순이 정당의 기호 순을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서울 지역 유권자가 흰색(대선) 투표용지의 기호 1번 박근혜 후보를 찍고 나서 청회색(교육감) 투표용지의 1번을 찍거나, 또 2번 문재인 후보 지지 유권자는 교육감도 2번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1번과 2번인 이상면 후보나 문용린 후보가 덕을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 16개 시·도교육감 당선자 중 10명이 기호 1번과 2번이었다.

 나아가, 교육감 재선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유권자는 대통령-교육감 후보를 ‘한 세트’로 보고 ‘보수-보수’ ‘진보-진보’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에서 홀로 나온 이수호 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재선거가 진보 진영이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이 후보 사후매수죄로 중도 사퇴하면서 치러지는 만큼 문용린 후보 등 보수 성향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당이 추천한 대선 후보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 일언반구할 수 없고, 교육감 후보도 여야 정당의 ‘암묵적 지원’에만 기댈 수밖에 없어 분위기도 좀처럼 뜨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많은 정치권 관계자는 “교육감 후보 ○○○을 지지하기 때문에 대선 주자 박근혜를 찍거나, △△△ 때문에 문재인을 찍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대선에 미칠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12월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TV 토론에서 각 후보가 방송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면·남승희·이수호·문용린·최명복 후보. ⓒ 연합뉴스

박근혜, 경남에서 ‘박빙’ 밀리면 적신호

하지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와는 달리 대선과 연계해 ‘주고받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경남도지사 후보들의 면면도 대선 주자급의 ‘무게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후보를 내세워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야권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던진 것에 대한 ‘먹튀’ 반감 여론을 파고들어 ‘텃밭에서의 승리’를 거머쥐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모두 박후보 지지율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세우고 있다. 한때 전 국민의 저녁 시간을 안방으로 이끈 <모래시계> 검사로서 대중성도 충분하니 ‘압승’은 아니더라도 ‘당선’은 가능할 것이라는 지역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홍후보의 ‘마이너스 요소’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은 “홍준표 후보가 왜 나왔느냐?”에 대해서다. 경남 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홍후보는 닳고 닳은 정치인이지 빛나는 행정가는 아니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가 중앙 정치권에서 경남을 위해 과연 얼마나 뛰었는가? 지난해 홍후보는 한나라당 대표였지만 최고위원들과 사사건건 대립했고, 결국 ‘무능한 지도부’라는 여론에 떠밀려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실패한 지도자이다. 그런 그가 ‘정치 재기’를 위해 경남도지사직을 발판 삼으려는 것이라면 경남 도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홍후보의 등장으로 경남에서는 이미 ‘소지역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가 경남도청사 이전과 제2 경남도청사 건립 등의 공약을 내걸면서 창원, 진주 등에서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언론인은 “사실 홍후보가 기(氣)가 센 사람이라는 데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호불호(好不好)가 강한 그가 김두관 전 지사가 이끌었던 경남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가 김 전 지사에게 패한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성격’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홍후보가 다소 즉흥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홍후보의 당선과는 별개로 “홍준표가 싫어서 박근혜도 찍지 않겠다”라는 유권자도 나타나는 모양새이다. 홍후보의 ‘거친 입’ 때문이다.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직후 홍후보는 한 종편 채널의 인터뷰에 응하러 가는 길에 경비원에게 “네까짓 게” 등의 막말을 해 구설에 올랐다. 최근 인터넷과 SNS에서는 홍후보가 “6억 원은 조의금”이라고 했던 과거 발언이 삽시간에 퍼졌다. 대선 TV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10·26 직후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난 2007년 홍후보가 “아버지 죽어서 받은 조의금인데 세금 내는 미친 놈 봤냐?”라고 말한 것을 네티즌들이 들춰낸 것이다.

무엇보다 야권 단일 후보로 추대된 무소속 권영길 경남도지사 후보가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진보 정당 후보로 세 차례나 대선에 출마했고, 경남 지역에서 재선을 지냈다. 조국 서울대 교수 등 대중성 있는 인물들이 권후보 지지 선언에 나서는 등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또,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정부 심판론에서 홍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홍후보의 이미지가 ‘친박(親朴)’보다는 ‘친이(親李)’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텃밭으로 분류되었던 경남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박빙’이거나, 박후보가 ‘박빙 우세’ 정도의 지지를 얻는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대선 전략에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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