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사정기관 불법 사찰, 문재인도 책임”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2.04 16: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축은행 의혹이 문후보 최대 아킬레스건” 새누리, 검증 공세 고삐 당겨

ⓒ 문재인 제공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캠프측은 ‘문재인 = 노무현’ 전략을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5년의 실패한 (노무현) 정부로 되돌아가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향한 공세 역시 대부분 노무현 정부 시절의 행적에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새누리당측이 노무현 정부 시절 사정기관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사찰한 사실을 청와대가 알고도 묵인했다는 폭로를 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박후보에 대한 국정원 내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전직 국정원 직원 박 아무개씨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에서 직위 해제된 박씨는, 이후 한 보수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박씨의 거취와 관련해 “지난 6월10일자로 퇴직했다. 이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직원 박씨 행보에 촉각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씨가 민주당에도 들락거렸는데, 결국에는 최근 새누리당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5년 전 박후보 캠프로부터 공적(公敵) 중 한 명으로 비난받던 그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박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한때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으로 일했던 박씨였던 탓에 그가 당시 박후보 관련 사찰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마치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이 야당 후보(박후보)를 사찰했다는 논리로 비약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때문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박씨의 폭로를 막는 데 애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박후보 캠프 내에서 박씨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한 인사는 “박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민주당의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박씨가 새누리당에 들어갔다고 해도 ‘사찰’을 폭로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후보 입장에서 관심이 사찰 내용으로 옮겨가면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후보와 관련한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영입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추정했다. 현재 박씨는 언론 접촉 등 외부 노출을 철저히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루어진 사찰에 대한 문후보 책임론을 묻기 위해 애쓴 흔적은 역력하다. 실제 지난 11월29일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문후보가 기무사 불법 사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도 관계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송의원은 “문후보는 민정수석실을 장악했던 실권자로서 2005년 1월31일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본인으로부터 기무사 불법 사찰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았다. 민정수석실의 비서관과 행정관이 사법 처리되어야 할 사안이었는데 문후보는 책임을 묻지 않고 사건을 얼버무렸다”라고 주장했다. 송의원은, 기무사 불법 사찰을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한 장본인으로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전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정상적 정보 수집 및 공직 기강 업무를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다”라고 반발했다.

지난 11월27일 문재인 후보가 부산 지역 유세 중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문후보가 금감원에 전화한 것은 사실”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1월27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로 내려가 유세를 벌였다. 문후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생활해온 부산 지역은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여기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문후보가 선거운동 첫날 이곳을 찾은 것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후보의 부산 첫 유세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몰려와 “70억원을 돌려달라”라고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전국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피해자대책위)는 이날 문후보를 알선 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추가 고발했다. 피해자대책위는 이미 지난 11월13일 배임 혐의로 문후보를 고발한 상태였다. 피해자대책위의 주장을 요약하면 “문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3년 7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청탁을 받아 이 은행을 조사 중이던 금융감독원(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 이로 인해 부산저축은행의 비위 사실과 부정 축재 문제가 유야무야되어 결국 예금자들이 재산적인 피해를 입었다”라는 것이다.

피해자 대책위는 또 청탁에 대한 대가성과 관련해 “문후보가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부산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약 59억원을 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받았다. 당시 수임한 사건들은 저축은행 내부적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회수 업무일 뿐만 아니라 회수 가능성도 희박해 변호사에게 사건 처리를 부탁할 이유도 없는 채권이 대다수였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대책위의 이같은 주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이종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문후보측은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논란은 부산지검 공안부가 지난 8월30일 이 전 의원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확산되었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3년 당시 문후보가 금감원 담당 국장에게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달라”라고 전화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부산2저축은행이 2004~07년 법무법인 부산에 건당 10만~20만원인 부실 채권 지급 명령 신청 등 사건 수임료로 약 59억원을 지불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부산은 이에 대해 “2004년 부산2저축은행으로부터 민사 소송을 받은 법무법인 국제가 건수가 많다며 이를 나눠서 처리하자고 제안해 수용한 것이다.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사건을 수임받은 시기에 문후보는 청와대에 재직 중이었고, 법무법인 대표직에서도 물러나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즉, 문후보와 사건 수임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공방은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 대표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후보는 당시 법무법인 부산을 탈퇴해 법인과는 무관한 상태였고,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임과 문후보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열흘 뒤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법무법인 부산은 문후보가 공동대표로 복귀한 2008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부산2저축은행으로부터 10억3천34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이미 알려진 59억원을 포함해 모두 70억원의 수임료를 챙겼다”라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또 “2004~07년 사건을 넘겨준 법무법인 국제가 32억원 상당의 사건 수임을 한 반면, 법무법인 부산이 59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상식상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친노’ 부각시키고 ‘청렴’ 퇴색시키고

이처럼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문후보측은 ‘흑색선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당내에 진상조사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이 이 사안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문후보를 공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문후보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격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문후보에 대한 ‘친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청렴’ 이미지는 퇴색시키는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문제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현재 피해자대책위의 고발 건은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배당된 상태이다. 하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 후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문제로 인해 문후보가 처벌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다. 검찰 출신의 새누리당 인사도 “문후보가 법무법인 부산의 공동대표로 복귀한 이후라고 해도 사건 수임이 이전 계약으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면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의 사건 수임으로 문후보가 사적인 이득을 취했을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문후보가 법무법인 부산의 지분을 20% 넘게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사건 수임료의 배당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해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공격보다 우회 공격 전략으로 
새누리당의 문후보 검증 수위는?

새누리당은 ‘NLL 포기 발언’ 공세에서부터 ‘서민 위장 행보’ 주장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검증의 범위를 폭넓게 가져가고 있다. ‘집토끼’인 보수 지지층은 이념 문제로 잡아두고, ‘산토끼’인 중도 지지층은 생활 문제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쪽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문후보는 믿을 수 없는 후보이다’라는 불신 이미지의 부각이다. 대선이 양자 구도로 확정된 이후부터 박후보 캠프는 ‘친노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이 걱정스러운 이유’(이상일 대변인)와 ‘문재인 후보의 위선 시리즈’(박선규 대변인)라는 제목의 논평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네거티브에 대한 역풍을 우려한 듯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고 있다. 대신 보수단체 등이 나서서 공격을 취하는 모습이다. ‘NLL 포기 발언’ 의혹은 서경석 목사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선진화시민행동’ 관계자들의 기자회견을 앞세웠다. 이 단체는 지난 11월28일 국정원 앞에서 “2007년 정상회담 중에 NLL 관련 대화록을 즉각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일에 협조하라”라고 문후보를 압박했다. 문후보의 TV 광고 속에 등장한 의자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라는 사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자 “문후보의 위장 서민 행보에 대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검증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네거티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04년 6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후보가 참석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언론 보도를 끄집어냈다. 새누리당은 “당시 51세인 문후보가 74세로 나이를 속여서 고령자 우선권이 주어지는 상봉 행사에 참여해 북한의 이모를 만났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후보가 반칙을 통해 특권을 누렸다는 것이다. 문후보측에서 “당시 상봉은 북측 가족의 요청으로 이루어졌고 문후보 나이가 70대로 표기된 것은 북측의 착오였다”라고 해명하자, 새누리당은 “북한이 공작을 한 부분에 문후보가 그대로 응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한 것이다”라며 문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